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는 태도를 ‘한결같다’고 한다. 비슷한 뜻을 가진 사자성어로는 구태의연(舊態依然)이 있다. 다만 전자와 달리 후자는 오로지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시간은 흐르는데 발전도 없고 변화도 없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며칠 전 경찰을 취재했다. 분당경찰서 경비교통과 소속 경위가 술에 취해 청사 내 기물을 파손한 사건이다. 화분을 깨부수고 사무실로 간 그는 술 한잔 곁들이며 저녁을 즐긴 시간을 초과근무로 입력했다. 그러고도 당사자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더한 추태는 분당서가 보인 태도다. 취재에 응한 과장급은 모두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그 얘기를 누가 해줬냐고. 반성보다 제보자 색출이 먼저였다. 일주일 넘도록 민원실 앞 화분이 왜 박살났는지도 모르고 있던 건 더 언급하지 않겠다.
그래도 지휘관인 서장은 ‘조속히 진상을 파악하고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분당서가 제보자 색출에 혈안이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차, 잘못한 사람이 아니라 그걸 알린 이에 대한 진상 파악이었나.
언론이 경찰 조직을 감시하는 이유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민생 치안 최일선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찰 기사엔 으레 등장하는 어구들이 있다. 공직기강 해이,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 듣는 입장에서도 지겹지 않나.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청장과 청문감사담당관에게 묻는다. 비위를 고발하는 게 배신인가, 그렇다면 잘못을 덮어주는 건 의리인가. 둘은 분당경찰서장과 경찰대 동기인데 어떻게 대답할까. 썩어버린 일부를 도려내지 못해 경찰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말라.
두 달 남짓 남은 경찰개혁의 원년, 경기남부경찰은 아무래도 구태의연하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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