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치료제’ 한 명이 연간 수만알씩 처방 [약에 취한 대한민국 ①]

경기지역 의료용 마약류 처방량 전국 ‘상위권’
식욕억제제 처방 작년 道 1인당 평균 159개 최다
약물 오남용·불법 유통 의심… 대책 마련 시급

(이미지는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제공

 

약물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마약류 치료제조차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류 치료제의 경우 일반 마약의 대체제나 입문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기일보가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실(경남 창원)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지역별 의료현장 마약처방현황’에 따르면 경기지역의 의료용 마약류 처방량은 전국 17개 시·도 중 1, 2위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제별로 보면, 마약류인 식욕억제제(마진돌, 디에틸프로피온, 펜디메트라진, 펜터민 등)의 경우 지난해 경기도에서 34만6천6명에게 5천507만1천215개의 약이 처방됐다. 1인당 평균 159개에 달하는 양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처방량이다.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의 경우 같은 기간 43만3천489명에게 253만2천977개가 처방됐다. 서울(54만4천241명·469만6천71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ADHD 치료제로 쓰이는 각성제 메틸페니데이트는 5만6천137명이 1천341만258개의 약을 타갔다. 이 역시 서울(7만4천166명·1천974만4천950개)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특히 1인당 처방량을 보면 한 명이 연간 수만개의 약물을 처방받기도 했다. 다만 이 통계는 처방 병원별 소재지 기준 통계로 환자의 거주지역과 무관하고, 병원 수에 상관없이 처방받은 약물량을 기준으로 한다. 

 

한 30대 여성은 1년 사이 경기지역 병원에서 식욕억제제로 쓰이는 디에틸프로피온을 3천597개 처방받았다. 혼자 섭취했다면 하루 평균 10개에 달하는 양으로, 약물 오남용이나 불법 유통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디에틸프로피온의 경우 처방량이 많은 상위 10명 중 6~10위까지 경기·인천 지역 병원에서 처방받은 것으로 집계된다. 

 

ADHD 치료제로 쓰이는 각성제 메틸페니데이트 처방 상위 10명에는 경기지역 병원에서 처방받은 6명이 이름을 올렸다. 20대 여성이 경기지역에서 8천122개의 메틸페니데이트를 타내 1위를 기록했고, 7천812개를 처방받은 30대 남성을 비롯해 3, 4, 8, 10위가 경기지역에서 처방을 받았다. 1위 기준 1년 동안 하루에 22개씩 섭취할 수 있는 양이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경우 50대 남성이 1년간 인천지역에서 2만1천300개 약물을 타냈으며, 한 20대 남성(9위)은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서 1만5천348개의 펜타닐을 처방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강기윤 의원은 “마약성분이 포함된 약품의 오남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며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할 때 다른 의료기관에서 받은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력을 필수적으로 검토해서 오남용 가능성을 낮추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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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약물 오남용 실태 모니터링… 진료 단계부터 무분별한 처방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는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진료 단계부터 무분별한 처방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상생활 속에서 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일수록 약물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정화 약바로쓰기운동본부 팀장은 “일부 병원 중에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해 주거나, 심지어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진료를 하지 않은 채 약을 처방해 주는 곳도 있다”며 “처방전 발급은 의사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윤 팀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약물 오남용의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규제해야 한다”며 “약물 처방에 대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국민이 약물 중독의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스스로도 약물 오남용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의약품 처방·조제 시 부적절한 약물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사와 약사에게 의약품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인 DUR이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도 약물 오남용이 문제 되는 것은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활용하고, 위험 약물 처방 시 DUR의 경고 팝업을 무시할 수 없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DUR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환자가 지나치게 약을 많이 요구하는 경우나 마약류 등을 대리 처방하는 경우, 한 사람이 여러 번 처방 받는 경우 등을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기관, 관련전문가 등과 효과적이고 안전한 의약품 사용시스템 구축을 위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방안을 논의해야한다”고 제언했다. K-클로즈업팀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는 동시에,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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