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대출규제인 6·27 대책 시행 이후 외국인, 특히 중국인의 한국 부동산 매입이 급증하면서 역차별 논란이 뜨겁다.
6·27 대책 시행 이후인 지난달(7월) 1~17일 서울 지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연립주택 등)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외국인은 120명으로 집계됐다.
120명이라는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전월 같은 기간 97명에 비해 23.7% 늘어난 증가 속도가 문제다. 반면 같은 기간 내국인의 부동산 매입 건수는 9천950건에서 7천541건으로 25%가량 줄었다.
한국인은 대출규제 영향으로 구매능력이 제한되고 투자심리 위축으로 구매욕구도 줄어들면서 거래량이 떨어지고 있는 데 반해 주로 자국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국내 대출을 받지 않기에 사실상 6·27 대출규제의 무풍지대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중국인의 서울 부동산 매입이 전월 대비 42% 급증했다는 부분이다. 외국인 투자자 120명 중 중국인이 57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미국인 35명, 캐나다 8명, 호주 4명 순이다.
극심한 부동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는 인플레이션 방어를 넘어 안전자산으로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 외국인들도 이미 알고 있다. 아마 최근 몇 년 동안 사들인 외국인의 투자수익 성공담이 입소문을 탔을 것 같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초기 자금 없이 전액 대출로 한국 부동산 쇼핑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돌고 있다고 하니 향후 더 많은 외국인 투자가 몰려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진짜 중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투자한 것 때문에 집값을 올렸고 그래서 우리가 기분이 나쁜 것일까.
공정성이 요즘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인 상황에서 “우리도 사기 어려운 서울 집을 중국인이 샀다고?” 이런 정서가 더욱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외국인이 주식이나 채권을 사면 투자자금 유입으로 환영하면서 유독 부동산을 사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집이라는 것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거주나 투자가치를 넘어 나와 내 가족의 인생, 나의 노후, 내 자녀의 미래 디딤돌인데 공급 물량 부족에 대출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까지 몰려든다고 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2024년 말 기준 우리나라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 수는 10만216가구로 전체 주택 대비 0.52% 수준이고 많이 구입한 지역은 서울이 아닌 안산시, 시흥시, 부천시, 수원시, 평택시 등 직장이 많은 지역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돈을 본국으로 송환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가족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정착하면서 실거주용 집을 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강남 등 고가 주택을 구입하는 외국인들도 있다. 강남에 594명의 외국인 집주인이 있다고 하는데 10만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있는 강남에 600채를 샀다고 부동산시장이 흔들린다면 그건 우리나라 경제와 부동산시장의 규모를 너무 무시했다.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너무 많이 구입해 수도권 아파트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문제겠지만 0.52%로는 큰 영향이 없다. 물론 희소성과 가격탄력성이 커 수도권으로 번지는 숙주 역할을 하는 강남 아파트의 특성상 약간의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외국인이 자국에서 대출을 받아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죄악시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구입의 본질은 내국인 역차별이다. 몇 년 전 일본 부동산 구입 관련 대출을 한번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일본 내국인들은 쉽게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반면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에게는 사실상 대출 문이 막혀 있다.
우리나라도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에게는 대출을 해주지 않고 영주권이 있는 외국인은 내국인과 같은 대출규제가 적용된다. 내국인에게 대출을 쉽게 해주는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는 서울로 집중된 수요를 분산하지 못했고 넘치는 수요에 비해 주택 공급을 제때 제대로 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면서 대출과 세금규제의 지나친 수요억제 규제를 하는 것이 문제다.
5~6월 서울의 한강벨트 집값이 워낙 갑자기 과열됐기 때문에 불가피했지만 공공 주도로 공급하고 계속된 수요억제 규제를 고집하면 외국인 역차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IMF 외환위기 시절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꾼 후 25년이 지나 다시 허가제로 바꾸는 것은 선진국으로 진입한 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수도권 규제지역의 아파트는 외국인 허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침체를 겪고 있는 지방 아파트나 수도권 상업용 부동산은 오히려 외국인 투자 수요가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추가하는 투 트랙 정책도 고려할 만하다. 또 외국인이 구입 후 임대를 줄 경우 전세금 반환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 마련에 특별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한국에 투자하는 중국인과 달리 한국인은 중국에 자유로운 투자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중국인이 한국 부동산을 자유롭게 구입하는 수준만큼 한국인이 중국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중국 정부와 협의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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