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줌-in 콘텐츠의 강자들, 경기도에서 꽃 피우다 [창간 37주년, 파워 경기]

강력한 콘텐츠와 신기술이 접목돼 문화예술의 경계가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콘텐츠에 비전과 기술을 더해 새로운 문화예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이들을 만나봤다.

 

■ “무한한 영역 버츄얼, 콘텐츠의 강자 경기도에서 꽃 피우다”… 최영호 ㈜샵팬픽 대표

최영호 (주)샵팬픽 대표가 버츄얼 크리에이터 콘텐츠 작업에 활용되는 장비를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최영호 (주)샵팬픽 대표가 버츄얼 크리에이터 콘텐츠 작업에 활용되는 장비를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케이팝은 더 이상 ‘반짝’ 그치고 마는 유행이 아닌 전 세계 문화 콘텐츠의 흐름을 이끄는 ‘중심’으로 자리한 지 오래다. 걸 그룹에 ‘퇴마사’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덧입힌 넷플릭스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영화 부문 26개국 글로벌 차트 1위뿐만 아니라, 영화 속 걸 그룹 ‘헌트릭스’와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가 부른 OST는 스포티파이 등 국내외 음원사이트를 휩쓸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한한 상상력과 가능성으로 소프트파워의 힘을 보여주는 콘텐츠 시장에서 특히 급속도로 성장하는 분야가 있다. ‘버츄얼’ 세상이다.

 

‘버츄얼 크리에이터’는 2·3D의 애니메이션, 웹툰 형태의 외형을 기반으로 모션캡쳐 등 기술력을 활용해 팬들과 소통하는 유튜버, 스트리머, 아이돌 등을 일컫는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팝업스토어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매장에 버츄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가 각 1·2위를 차지하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가 하면 ‘플레이브’는 지상파 음악방송 1위, 음반 초동 판매량 56만 장 등 여느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버츄얼 크리에이터 시장은 케이팝과 융합되며 연평균 42% 성장률을, ‘플레이브’의 경우 설립 2년 만에 기업가치 800억 이상을 달성했고 2030년엔 글로벌 버츄얼 시장 규모는 700조(유진투자증권, 마켓워치)를 내다본다. 버츄얼 콘텐츠의 중심에 경기도와 인천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주)샵팬픽이 있다.

 

“저희가 추구하는 버츄얼 크리에이터는 케이팝과 애니메이션, 웹툰 등 서브컬쳐의 개념이 합쳐진 아티스트를 의미합니다. 디지털 형태의 생김새는 한 명의 온전한 예술가이며 이를 연기하는 배우, 아이돌은 현장에 있는 모션캡쳐 스튜디오에서 춤도 추고 노래를 하며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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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샵팬픽이 제작·유통한 버츄얼 아이돌 ‘리:레볼루션’의 뮤직비디오 ‘볼케이노’ 스틸컷. (주)샵팬픽 제공

 

‘덕후(마니아)’의 마음은 덕후가 가장 잘 알듯, (주)샵팬픽은 학창 시절 각종 애니메이션, 게임, 가수 팬으로 ‘덕질’의 경험을 자랑하는 최영호 대표가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선택(pick)해 만들어간다’는 양방향 소통의 굿즈 제작·유통의 1인 굿즈 플랫폼 회사로 출발했다. 버츄얼 시장의 가능성을 엿본 그는 기술력과 풍부한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과 같이 ‘덕질’의 경험을 자랑하는 직원들과 협업하며 현재의 버츄얼 IP 개발·유통·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대해, 지난해 매출 30억 원 달성의 IP 통합 유통 플랫폼 성장했다.

 

“버츄얼 크리에이터의 큰 강점 중 하나는 팬들과의 소통입니다.”

 

샵팬픽의 아티스트는 라이브 및 VOD 콘텐츠 두 가지 영역에서 활동한다. 라이브 콘텐츠는 스튜디오 등에서 팬들과 실시간 소통한다. 라이브 방송을 하며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예능도 수행하며 전 영역을 담당해야 하기에 그 속의 아티스트는 여느 가수 못지않게 다방면의 실력이 필요하다. 실시간으로 이들의 움직임을 트래킹하는 등 기술력에서 약간의 부자연스러움이 있을 수 있는데, 이때 VOD는 조금 더 완벽함을 추구한다.

 

(주)샵팬픽의 엔터테인먼트에서의 대표 영역 중 하나는 기존 IP를 영입해 유통·제작을 지원하는 일로 아티스트들의 소속사 겸 매니지먼트를 담당한다. 지난해엔 ‘플레이브’와 함께 버츄얼 보이그룹 최고 인기를 누리는 ‘리:레볼루션’을 영입해 MV·음원 제작, 콘서트 개최 등을 진행했는데 이때 제작한 뮤직비디오 ‘볼케이노’는 누적 조회수 43만, 댓글 수 1천 개 이상의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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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아티스트(IP)가 액션을 취하면 이를 트래킹하며 3D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으로 모션캡쳐하는 모습을 모니터로 받아와서 기술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장면이다. (주)샵팬픽 제공

 

또 하나는 (주)샵팬픽이 기획부터 제작, 유통까지 전 영역을 담당하는 정통 아이돌 엔터테인먼트의 역할을 수행한 걸 그룹 ‘리스텔라’다. 지난봄 열린 ‘리:레볼루션’의 콘서트는 전국 영화관에서 동시에 상영되며 2천700명의 팬과 만났고, 백화점의 팝업 스토어에서 열린 팬 미팅에서는 홀로그램 부스에서 팬들이 아티스트와 만나고 이를 영상으로 영구히 저장하는 온오프라인을 오가는 가능성을 보였다.

 

“처음 한 달 반은 1만 2천 명가량의 버추얼 크리에이터들에게 제안 메일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중 관심을 보이고, 실제로 저희와 계약을 맺은 건 단 두 명이었죠. 직접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부딪혀본 경험이 있으니,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용이했던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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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샵팬픽이 제작·유통한 버츄얼 아이돌 ‘리:레볼루션’의 뮤직비디오 ‘볼케이노’ 스틸컷. (주)샵팬픽 제공

 

인천테크노파크에서 시작한 (주)샵팬픽을 경기도로 확장하며 더욱 날개를 달았다. “전국 어디를 비교해 봐도 경기도만큼 콘텐츠에 ‘진심’인 곳이 없습니다. 부천의 웹툰융합센터에 연구소를 설립했는데 각종 지원과 인프라가 굉장히 만족스러워 부천테크노파크에 모션캡쳐 스튜디오 겸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지원과 각종 인프라, 소비처까지 경기도는 큰 강점을 갖는데 수원, 판교, 일산 등에선 VR, XR 등 시설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백화점 등 팝업스토어에서 이를 실증할 수 있으며 오픈 이노베이션 등에서 실무에 적합한 곳들을 적절히 섭외해 줍니다.”

 

지난해 샵팬픽은 경콘진에서 ▲문화기술 콘텐츠 유통지원 사업 ▲VP 콘텐츠 바우처 지원사업 ▲상생마켓 등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버추얼 크리에이터 시장이 일본과 미국에 비해 국내는 후발주자입니다. 하지만 케이팝이라는 강력한 무기와 한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섭도록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동남아 시장 등 국외에도 적극 진출할 예정이며 이러한 콘텐츠 기업에 경기도와 국가가 날개를 달아주면 어떨까요.”

 

 

■ “지역 생태계와 신기술의 상생을 꿈꾼다”… 전경호 수원문화재단 수원시미디어센터 팀장

전경호 수원문화재단 수원시미디어센터 팀장이 화성 행궁에 자리한 수원시미디어센터의 라디오스튜디오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전경호 수원문화재단 수원시미디어센터 팀장이 화성 행궁에 자리한 수원시미디어센터의 라디오스튜디오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지역의 생태계와 신기술이 상생할 방향에 관해 늘 고민합니다. 창작자와 예술가를 존중해야 올바른 문화예술 콘텐츠가 탄생하고 시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고풍스러운 멋을 자랑하는 전통 한옥에 ‘AI’라는 신기술이 상륙했다. 지역의 생태계를 이끌어온 원로 작가가 미디어아트와 만나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키는 이곳은 국내 최초 한옥형 미디어센터가 자리한 수원문화재단의 ‘수원시미디어센터’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행궁동의 수원화성 성곽길에 자리한 이곳은 신기술이 지역의 창작자, 예술가에게 활동의 폭을 넓혀줄 ‘무기’가 되고 지역민과 상생할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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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원시미디어센터 ‘AI 미디어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에서 창작자가 제작 중인 AI 단편영화 ‘용의 귀환(장현호)’ 스틸컷.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역의 예술가와 미디어아트 작가를 연결해 순수미술 작품이 새롭게 탄생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대부분이 60대 이상 원로 작가들이었는데, 본인의 작품이 영상화되는 것에 신세계를 발견한 듯 즐거워하셨습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AI 기술을 문화예술 콘텐츠에 접목해 지역의 예술가, 창작자, 시민을 위한 사업을 꾸려나가는 방향으로 전면 전환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수원시미디어센터는 시민에게 열려 있는 수원의 미디어 거점 공간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수원시네마테크 상영관 ▲라디오·영상 스튜디오 제공 등 지역 미디어 활성화 ▲시민을 위한 미디어 교육 등을 담당한다. 특히 올해 4월 조성된 AI 미디어랩실을 기반으로 경기도·경기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신기술과 지역 예술 문화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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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문을 연 수원시미디어센터의 AI미디어랩실 앞에서 전경호 팀장이 공간을 설명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AI 미디어랩실은 창작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작업 활동을 하는 공간 역할이나 주민, 지역 대학 등이 교육을 펼치는 거점 공간으로 활용된다. 여기에 내년 본격 문을 열 예정이 2~3층에 자리할 미디어아트 전시실은 이 공간에서 탄생한 다양한 작품과 연계되는 시너지를 발휘할 예정이다.

 

올해 경기도민과 예술가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AI 미디어랩 문화기술 융합 미디어 콘텐츠 사업’은 크게 네 가지다. 지역의 작가들이 미디어아트 장르의 작가들과 협업해 작품을 재창작하는 ▲AI 미디어아트 영상 작품 제작 지원 ▲AI 단편영화 제작 지원 ▲AI 공익영상 제작 지원 ▲시민이 생성형 AI를 주제로 문화, 예술, 인문 분야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AI 미디어 커뮤니티 활동 지원’ 등이다. 이외 아주대 등 지역 대학과 연계한 AI 콘텐츠 사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시민을 위한 AI 교육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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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행궁에 자리한 국내 최초 한옥형 미디어센터인 수원시미디어센터의 내부 공간. 삭막한 작업환경 대신 자연과 함께인 풍경은 예술가의 창작작업을 돕는다. 이나경기자

 

“많은 원로, 지역 작가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낯섦과 거부감을 가지고 계십니다. 정책이 해야 할 역할은 이들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축은 ‘시민’입니다. 신기술은 발전 속도에 비해 아직 제도와 정책, 법과 규제가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시민이 능동적으로 인문학과 철학의 관점에서 미디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사업을 꾸려갈 것입니다.”

 

그는 “경기도의 많은 기초 자치단체 문화재단이 상호 협력하는 네트워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창작자’라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존중이 밑바탕이 돼야 합니다. 다양한 지역과 기관이 협력하고 경기도에선 예술가들이 국내외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물꼬를 터주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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