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석면 공포 <1> 방치된 발암물질
12일 오후 먹자골목이 늘어선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대로 옆.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된 듯 5층 높이의 대형 건물이 흉물스런 모습으로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이 건물은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한솔프라자’로 P업체가 보상과 재정부족을 이유로 2007년 5월 말 건물내 천장만 뜯어낸 채 놓아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9월께 지역의 시민단체가 석면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건물 내부에는 천장에서 뜯어낸 고형시료(텍스)가 2년6개월여간 흩날리며 방치돼 왔다.
여기에 건물 맞은편에는 800여명의 학생이 다니는 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까지 밀집, 수천에서 수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건물에서 발생한 석면을 흡입, 이들 중 누군가는 질병에 걸릴 수도 있는 셈이다.
시민단체의 지적이후 P건설업체는 임시방편으로 텍스 위에 비닐을 덮어놨지만 내부의 매캐한 공기는 여전했고, 심지어 일부 창문은 열려있어 석면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상태다.
시민환경연구소와 성남환경운동연합은 이 건물 4~5층에 방치돼 있는 백석면 폐기물이 천장 텍스를 기준으로 최대 3천600㎡의 넓이에 해당하고 무게는 최대 34t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주변 시민들은 석면의 심각한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변 상인 A씨(34·여)는 “뉴스를 통해 사실을 알게 됐지만 크게 위험한 것은 못 느끼겠다”며 “다만 건물이 흉물로 방치된 것으로 인해 주변 환경이 안 좋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을 통해 농촌주택 대다수의 지붕으로 사용된 석면 슬레이트 역시 도민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1960~70년대 설치된 농가주택 중 슬레이트 지붕재를 사용한 건물 비율이 67%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나마 일부 지자체에서는 슬레이트 지붕 철거 개량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철거·개량 비용이 한 가구당 300만~400만원이나 돼 사업추진이 미비한 실정이다.
도 관계자는 “지자체가 추진하는 슬레이트 지붕개량사업에는 한계가 있다”며 “다행스럽게도 환경부가 지난달 31일 농어촌 슬레이트 건축물 처리 지원을 위해 ‘석면안전관리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dharma@ekgib.com
석면(Asbestos)이란 ?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섬유상 규산광물의 물질을 말하며, 광물학의 분류에 따라 사문암계와 각섬석계로 나뉜다.
특히 절연성과 내마모성, 불연성, 내열성이 강해 슬레이트 원료는 물론 건축재, 단열재, 브레이크 라이닝, 클러치 등 3천여 종류에 쓰인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암연구학회(IRAC)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할 만큼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이다.
석면이 인체에 흡입될 경우 10~5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석면폐, 중피종암 등의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킨다.
석면에 노출될 경우 흡연을 할 경우보다 25~50배 정도 폐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석면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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