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변신, 이웃집 아저씨… 영어 선생님…

[Now Metro] 시민과 함께하는 친구

한·미 공존의 도시

올해는 동두천시에 미군이 주둔한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1951년부터 시작된 미군 주둔은 동두천 주민들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미군들에게 물건을 팔고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물건을 다시 내국인에게 팔았던 시절, 동두천에는 사람도, 달러도 넘쳐났다. 한 때는 수도권 북부의 경제가 동두천에서 나오는 달러에 의존하기도 했다. 그렇게 번성기를 누리던 동두천은 지난 2003년 주한미군 재배치로 주둔 병력이 크게 줄면서 쇠퇴기에 들어서 당시 미군을 상대로 영업하던 상점들은 40%가 휴·폐업했으며, 그나마 문을 여는 상점들도 매출이 60%나 급감했다. 그렇게 쇠락의 길을 걷던 동두천에 최근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미군이 소비자(?)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지역 문화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기본. 어려운 이웃을 돕는가 하면 한국인들이 버린 쓰레기를 줍기 위해 하천에 들어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군주둔지역은 크게 Area 1~4까지 4단계로 구분되는데 Area 1지역 근무시에는 가족을 동반할 수 없어 그동안 동두천지역의 근무하는 미군들의 가족은 대부분 용산 등지에 거주해 왔다. 이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미군들이 부대 주변에 밀집된 유흥업소에 몰려 지역내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야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주한미군사령부가 Area1 지역인 동두천·의정부 지역의 근무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가족의 동반거주를 허용하면서 미군들의 생활 패턴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시는 이런 변화를 시정 발전에 접목시키기 위해 지난해 11월 닷지 미2사단 캠프 레드클라우드 시설사령관과 상호협력을 위한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언어와 문화, 자원봉사, 좋은이웃 활동, 행사 지원 등 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중학교 ‘원어민 교사’ 자처

미군의 지역사회 참여는 과거에도 여러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군의 지역사회 참여 활동은 대부분 정례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그 참여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먼저 지난 2009년 시작된 미군부대와 지역 학교의 자매결연은 미군들의 지역사회 참여활동 중 가장 두드러진 분야로, 현재 초등학교 6곳과 중학교 4곳, 미군부대 7개이 참여하고 있다. 미군들은 매주 1~2회씩 해당 학교를 방문해 원어민교사로서 학교 영어수업에 참여한다.

 

또 지난 2006년부터 매년 2차례씩 무박 4일의 일정으로 개최되고 있는 좋은 이웃 영어캠프는 미군 자원봉사자들과 학생들이 군부대 시설을 견학하며 현장학습을 진행,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이색 영어교육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미2사단 카투사들이 지역 교육지원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학생들의 방과후 영어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했다.

 

또한 미군은 지난 2006년부터 자연정화활동에도 참여해 매년 봄과 가을, 2회에 걸쳐 신천과 마을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마을 주변에 꽃을 식재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친선협의회 통해 각종 현안 조율

동두천시는 미군의 사회참여가 늘어남에 따라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쇄신과 미군의 지역사회 융화를 위해 다양한 한·미 우호 프로그램을 발굴·시행하고 있다.

 

먼저 지난 1981년부터 매년 2차례씩 열리고 있는 한미친선협의회는 동두천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국측 위원 15명과 미2사단 작전부사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미국측 위원 15명으로 구성된 친선 협의체다.

최초 설치 목적은 친선 도모였지만, 그동안 500여건의 미군관련 현안문제를 해결했을 정도로 실무기능도 강하다. 최근에는 그동안의 사무적 분위기에서 벗어나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자리로 발전하고 있으며, 우호 관계를 통한 현안 문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지난 2005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한·미 우호의 밤 행사는 미군은 물론 보산동 외국인관광특구내 외국인까지 참여해 음주 문화로 대표되던 보산동 일대에 건전한 여가 문화를 조성해 가고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시는 가족과 함께 영외에 거주하는 미군 장병이 늘어남에 따라 미군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동두천시 홍보 투어 프로그램과 김장 체험 행사, 한국어 교육 교실, 생활안내 책자 제작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동두천에 거주하는 미군가족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주민·미군가족 ‘어울림 반상회’

지난해 9월을 기준으로 동두천시내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미군가정은 총 705세대로, 현재는 미군가정이 1천세대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미군은 가족과 영외거주를 원하는 장병들에게 임대료를 지원하고 있어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 미군가정수가 내국인가정수를 넘어서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인들이 한국인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새벽 1~2시까지 들리는 음악소리부터 애완견 소음,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서로 부딪히는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었고, 말조차 통하지 않아 오해와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런 문제를 해소키 위해 시는 지난해 처음으로 미군가정이 많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한·미 어울림 반상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한·미 어울림 반상회에는 동두천외고와 시 공무원 등 영어에 능통한 통역도우미가 배치돼 미군가족들과 주민들이 대화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웃으로서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시 관계자는 “말이 통하지 않다보니 오해가 커지고, 불편한 점이 있어도 서로 고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전에는 서먹해하던 미군가족과 주민들이 행사 뒤에 서로 인사를 주고 받으며 이웃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면 가치관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우리 사회의 갈등도 진솔한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동두천=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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