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늘어도 재정은 그대로 성장 발전 동력 멈춘다
인천시 10개 기초 지자체 중 부평구와 남동구는 인구 50만 이상인 대형 자치구이다.
서구도 곧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인구 50만 명이 넘는 자치구는 행정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재정이 행정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특히 재정난으로 가용재원이 줄다 보니 인근 지자체와 발전 속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장기적으로 발전 동력이 상실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 자치구의 대형화, 늘어나는 50만 자치구
인천 남동구는 지난 2012년 6월 인구 50만 명을 넘어선 대형 자치구이다. 현재 인구는 6월 말 기준 51만 명에 달한다. 구도심지역 재개발과 논현택지지구·서창 2지구 등에 인구 유입이 계속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부평구는 인구 55만 명으로 인천 최다 인구 자치구다. 추가 인구 유입 요인을 적지만, 이미 안정적인 도시 구조를 갖춰 향후 10년간 비슷한 인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서구까지 인구 50만 명을 넘어서면 인천은 50만 명 이상 자치구만 3곳으로, 광역시 중 가장 많은 50만 명 이상 자치구를 보유하게 된다. 인천시의 6월 말 인구 289만 명 중 이들 3개 자치구의 인구만 156만 명으로 54%를 차지, 인천 발전을 견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성장의 그늘, 사회복지비 증가 등 행정 수요는 늘지만, 재정은 그대로
남동구의 올해 예산은 5천97억 원, 부평구는 5천38억 원, 서구는 4천548억 원으로 전국 227개 기초 지자체 중 62·63·72위에 달한다. 전체 인구가 20위 전후를 다투는 것에 비해 초라한 수치다.
남동구 등과 비슷한 예산 규모인 전국 지자체는 경북 영주(인구 11만 명), 충남 보령(10만 명), 전북 남원(8만 명) 등으로 인구가 무려 5~6배 차이 난다.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인구에 행정 서비스를 베풀다 보니 1인당 예산액도 남동구 99만 8천 원, 서구 92만 1천 원, 부평구 90만 6천 원에 불과, 전북 남원 577만 9천 원 등에 비해 턱없이 적다.
사회복지 등 분야별 행정서비스 수요가 갈수록 느는 추세지만 부평·남동·서구의 공무원 수는 수년째 900~1천여 명으로 큰 변화가 없다.
■ 인구 50만 이상 자치시에는 재정 지원, 광역시 자치구는 제외 ‘역차별’
지방자치법은 서울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를 제외한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만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는 ‘대도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대도시 특례에 따라 부천시와 같은 도 산하 자치시는 인구 50만이 넘으면 총액인건비 기준 공무원 정원이 확대되고, 해당 자치시에서 거두어들인 도세 일부를 재정보전금으로 지급받는다.
그러나 광역시 산하 자치구는 대도시 특례 대상에서 제외돼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 광역시 산하 자치구와 도 산하 자치시는 지방세 세목도 다르게 적용된다. 부평구는 등록면허세·재산세·주민세·지방소득세 등 4개 세목만을 걷지만, 부천시는 주민세·재산세·지방소득세 외에도 자동차세와 담배소비세 등 5개 세목을 걷는다.
부평구의 올해 보통세 세입은 주민세 9억 원, 등록면허세 99억 원, 재산세 529억 원, 지방소득세 68억 원 등 706억 원이다. 이에 반해 부천시는 주민세 43억 원, 재산세 1천94억 원, 지방소득세 748억 원, 자동차세 792억 원, 담배소비세 445억 원 등 보통세 세입 3천124억 원 외에 대도시 특례에 따라 지원되는 재정보전금 692억 원을 추가로 받는다.
인구 50만 명 이상 자치구는 전국 9곳(인천 서구 제외)으로 평균 예산 4천985억 원, 평균 재정자립도 30.1%, 예산 중 사회복지비율이 평균 53.6%에 달해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대도시 특례를 받는 전국 15개 자치시는 평균 예산이 1조 4천120억 원, 평균 재정자립도 40.4%, 예산 중 사회복지비율은 평균 29.2%로 재정적으로 훨씬 풍요롭다.
결국 인구 50만 명 이상 자치구는 다른 도시 기능은 자치시와 동일하게 수행함에도 행정·재정적 지원에서 소외되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
박용준기자
“자치구도 담배ㆍ자동차세 주고… 대도시특례 돼야”
“자치시는 인구가 많으면 혜택을 주는데 자치구는 인구가 5만이나 50만이나 재정 지원이 같은 이유가 뭔가요?”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은 “인구 50만 명이 넘는 지자체의 행정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면서 재정 지원이 늘 같은 현실은 불합리하다”며 “자치구도 담배소비세, 자동차세를 주고 대도시 특례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50만 자치구의 재정 지원 필요성은.
50만 명이 넘는 자치구와 자치시의 편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25년이 지났는데 예전 틀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치구 주민들은 인근 자치시에 비해 행정서비스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남동구나 서구는 신도심 지역이 있어 당장은 덜 느낄 수 있지만, 부평구 주민들은 이를 감수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구청장이나 공무원이 열심히 하려고 해도 기본적인 힘이 부족하다 보니 구민들이 인접한 부천을 보고 상대적인 행정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본다.
-재정적인 지원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가.
인구 50만 자치구에 대한 재정 지원이 이뤄진다면 지방자치의 균형 발전을 가져오게 돼 전국 지방자치 발전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미 자치시에 대한 대도시 특례가 있기 때문에 새로 처음부터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도시 특례 범위를 자치구까지 넓히면 된다.
한꺼번에 모든 지자체를 할 수 없다면 부평구와 같이 재정자립도 30% 미만, 예산 대비 사회복지비율 50% 이상 지자체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재정 지원 현실화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단기적으로 부평구만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넓게 보면 남동·서구를 넘어 전국 9개 대형 자치구가 모두 해당하는 문제다. 수년 전부터 해당 자치구 단체장이 공감대를 형성,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과의 협력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천발전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올해 안에 세부 방침을 확정 짓고 부평구가 주도적으로 재정 지원 현실화를 위해 나서겠다.
박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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