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터미섬서 사진 잘 찍겠다고 둥지 주변 마구 훼손
어미 떠나고 새끼는 생존위협… 천연기념물 관리 허점
“사진 좀 잘 찍어보겠다고 국민이 보호해야 할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둥지를 마구 훼손해도 되는 겁니까”
29일 오전 9시20분께 안산시 대부도해양관광본부에서 시화호 공유수면 내의 비포장 도로를 따라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터미섬.
이곳에서 30여년 가까이 둥지를 틀고 대를 이어 살아온 천연기념물(제324호) 및 멸종위기동식물(2급) ‘수리부엉이’ 가족이 사람들의 욕심에 둥지 주변이 심각하게 훼손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터미섬은 대부도가 섬이던 당시 주변 12개 무인도 가운데 하나였으나 시화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대부도의 일부가 됐다.
이곳 터미섬 북쪽암반 벽면에 부화된지 2주가량 된 것으로 보이는 수리부엉이 어미와 새끼가 둥지를 틀고 생활해 오고 있었으나 최근 둥지 주변에 자리잡고 있던 20여그루에 달하는 나무들의 밑둥이 잘려나가거나 가지치기 당하면서 수리부엉이 둥지가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노출돼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
특히 이날 현장 확인을 위해 주변에 다가가자 인기척에 놀란 수리부엉이 어미는 새끼를 놔둔 채 인근 나무숲으로 날아가 둥지 속에 남아 있는 새끼들을 응시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조류학 박사인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는 “올빼미류에서 가장 큰 종류인 수리부엉이는 유일하게 밤에 활동하고 낮에 잠을 자는 동물”이라며 “터미섬에 살고 있는 수리부엉이 가족이 낮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둥지 주변을 훼손하면서 나타난 불안감 및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수리부엉이 둥지 인근 훼손은 지난 23일 “둥지 주변이 심하게 훼손돼 있으며 야간 촬영을 위한 장비가 설치돼 있다”는 제보에 따라 안산시 공무원들이 경찰과 함께 같은 날 현장으로 나갔다가 서치라이트를 켜고 수리부엉이 사진 촬영을 하던 4명의 촬영자를 확인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촬영자에 대해 대처를 못하고 있어 멸종위기동식물 및 천연기념물에 대한 관리에 대한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에 대해 시화호지킴이 최종인씨는 “지난 88년 이곳에서 처음 수리부엉이 둥지를 목격한 이래 지금까지 먹이가 풍부한 이곳에서 수리부엉이 가족들이 지내고 있는게 목격됐다”며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동식물에 대한 촬영은 연구 목적과 방송촬영 등 한정된 경우에만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며 관계당국은 야간의 경우 불의 밝기나 소음 등 규제를 좀더 명확히 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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