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게이션 시스템을 생각해보자. 20년 전만 해도 길이 막히면 도로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나 이제는 네비게이션이 도착 예정시간을 알려주고, 어느 길로 가야 목적지에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통해 온라인에 올아온 빅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이끌 미래를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 수학적 사고 능력 강화
지난해 3월 전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승1패로 꺾은 것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바둑의 세계는 인간만이 다가갈 수 있는 ‘영역’이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10의 170승에 달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이를 따져 최선의 수를 놓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다만, 인간은 직관력으로 바둑의 복잡성을 돌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직관까지 따라 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해 인간 최고수를 넘어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은 바둑계를 넘어 인류 전체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인공지능을 꼽았다. 그리고 이후 학계에서는 인공지능에도 수학적 논리가 들어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세돌 9단과 벌인 바둑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알파고’의 딥러닝 체계도 수학과 확률이라는 도구를 바탕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 초·중·고 12년간 그토록 어려운 수학을 배우지만 정작 사회에 나와선 쓸모가 없다고 투덜대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학교육은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 이른바 ‘수포자’를 양산하는 교육이었다. 암기 위주로 수학에 대한 외면과 공포심만 낳았다.
인공지능이 등장한 현재, 우리는 물론 미래 세대는 수학적 사고 능력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시 말해 컴퓨터 소프트웨어적 사고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연산 능력을 크게 앞서는 미래에 사람은 단순한 연산이 아니라 내용을 파악하고 변화를 이해하고 그 다음을 예측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바로 이 같은 힘은 논리적 사고 근원인 수학적 사고에서 나온다는 주장이다.
‘미래산업보고서’의 저자 알렉 로스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수학 공부를 충분히 시키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대안을 찾으라”고 권장했다. 이미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모든 기계 문명이 코드화하므로 프로그램 코딩이 지식 세계에서 대화의 기본수단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초에 있었던 세계경제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만 약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의 약 65%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은 흔히 소프트파워혁명이라고 한다. 사물인터넷, 지능형 로봇, 빅 데이터 분석 및 활용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상징하는 이 모든 것이 ICT(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된다. 때문에 소프트웨어 역량, 나아가 소프트웨어융합 역량이 곧 국력인 시대다. 직업교육은 물론 학교 교육에도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코딩은 영어 다음의 세계 공용어라고 일컫는다. 외국의 경우 영국, 일본, 이스라엘에서는 이미 코딩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서 편입시켜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도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미래부가 2018년부터 초중고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이후 전국적으로 연구학교, 선도학교 등 900여개가 넘는 학교가 코딩교육에 들어갔다.
이 같은 움직임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지역SW융합클러스터에서도 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컴퓨터적인 사고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고 있다.
컴퓨터적인 사고란 좁게는 SW개발에 적합한 사고방식을, 넓게는 문제를 분석해 결과에 따른 요소들을 재구성하고 순서도를 만드는 식의 문제해결적 사고를 뜻한다. 이를 통해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분석력 및 논리력, 창의적 사고가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SW융합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 유형인 셈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백악관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직책을 마련했다. 이른바 CDS(Chief Data Science) 최고데이터과학자다. 취임후부터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과학기술과 혁신이라는 카드를 꺼냈던 오바마 대통령이다. 최고 데이터 과학자라는 직책을 마련한 건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데이터의 행간을 이해하고 정책을 추진하고자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얼마 전부터 국내에도 빅 데이터 분석가 양성 학원이 생겨나고, 데이터Dr.과정에 수강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또 한국 EMC는 숭실대학교 등 7개 대학과 데이터과학자 양성 과정을 개설해 운영중이다. 달라진 산업 환경에 맞게 SW 개발과 융합, 테스트, 운영, 관리 등 전분야에 걸쳐 다양한 인재를 육성해야할 시점이다.
조성필기자
우수 아이디어, 창업 지원… 지역특화산업으로 육성
■ 공모전을 통한 인재 발굴
전국 SW융합클러스터는 해마다 ‘대한민국 SW융합 해카톤대회’ 를 개최한다.
해카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마라톤을 하듯이 42.195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 프로그래밍 과정을 거쳐 프로토타입의 결과물까지 만들어내는 협업 프로젝트다.
SW융합이 국민들의 실생활 및 문제해결에 활용되고 있음을 알리고, SW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창의적 아이디어 개발을 통해 사회 발전 및 가치 제고에 기여하고자 시작됐다.
해카톤대회는 2015년 봄 경기도에서 1회 대회가 개최된 데 이래 지난해 9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3회 대회까지 전국에서 총 1천74명, 247개 팀이 참가하는 등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W융합 아이디어 경진대회로 자리 잡았다.
(2회 대회는 부산에서 개최) 특히 인천에서 열린 제3회 대회에서는 자유주제 외에도 소방주제와 어린이 관련 주제를 신설, SW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어린이들의 상상을 SW를 통해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 참가자들 및 일반인들에게도 큰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회를 통해 발굴된 우수한 아이디어는 사업화, 창업 지원 등 성과물에 적합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해카톤대회 외에도, 각 지역 클러스터는 지역 특화산업이나 사회적 이슈와 연계된 SW융합 아이디어 공모전을 수시로 개최,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느낀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다.
조성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