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률조차 모르는 道… 이번엔 구제역 공포

시·군, 판매 현황만 확인 사후관리 허술
道, 42만3천마리 일제 접종 발표했지만
항체형성 최대 2주 소요… 실효성 의문

▲ 출입 통제된 농가 8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연천군 군남면의 한 젖소 사육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침흘림, 수포 등의 증세를 보인 이 농장 젖소들에 대해 간이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양성으로 판정됐다. 오승현기자
출입 통제된 농가 8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연천군 군남면의 한 젖소 사육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침흘림, 수포 등의 증세를 보인 이 농장 젖소들에 대해 간이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양성으로 판정됐다. 오승현기자
경기도가 조류인플루엔자(AI)로 초토화 된 양계농가 수습에 몰두하는 사이 구제역 예방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본보 1월4일자 1면)이 제기된 가운데 결국 구제역 바이러스가 경기도를 강타했다. 

구제역 예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확산을 막아야 하는 경기도는 백신 접종률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깜깜이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구제역 예방을 위해 축산농가ㆍ사료공장, 이동차량, 도축장 등의 소와 돼지를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소 50두 이상, 돼지 1천두 이상을 사육하는 대규모 농장에 대해서는 도비로 50%의 백신 구입비를 지원, 해당 농가가 직접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또 해당 기준 미만 소규모 농가에는 시ㆍ군 소속 수의사들이 직접 농가를 방문해 백신을 접종한다. 백신 판매 및 관리는 각 지역 축협이 담당하며 시ㆍ군 공무원들은 축협에서 관리하는 백신 구입 현황을 토대로 농가들의 접종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시ㆍ군은 사실상 백신 판매 여부만 확인할 뿐 가축에 대한 실제 접종 여부는 확인하지 않고 있어 백신 사후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마다 10%가량의 소와 돼지를 표본으로 뽑아 구제역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할 뿐 나머지 90% 농가에 대해서는 백신을 구입한 뒤 실제 접종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도는 구제역이 발생한 이날 당일에도 지역별, 농가별 백신 접종률 등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도내 전체 소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일제접종을 하는 등 긴급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대응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이날 도는 이미 백신이 판매돼 접종이 이뤄진 도내 축산농가가 상당수 있지만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한 파악조차 하지 못한채 도 전체 소 사육두수인 42만3천 마리 소에 대해 또다시 백신 일제 접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도는 앞으로 일주일간 구제역 대규모 확산 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날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더라도 항체가 형성되려면 1~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등 방역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 구제역이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도 관계자는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평상시 해당 시ㆍ군 업무라 현재로서는 파악이 어렵다”면서 “시ㆍ군에 자료를 요청해놓은 상태며 이른 시일 안에 확인해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