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천원’ 의혹에 해고된 50대 여성 노동자

-‘비정규직 0%’라는 삼진어묵(주)에서-

‘남는 게 없더라도 좋은 재료를 써야 한데이, 다 사람 묵는 거 아이가.’ 삼진어묵(주)의 창업주 경영 철학으로 널리 알려진 문구다. 이런 자세로 63년을 지켜온 기업인만큼 소비자들의 평도 남다르다. 이 기업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직원들의 고용형태다. 모든 직원들을 정규직 신분으로 채용하고 있다. 매장 판매대 직원은 물론, 청소직원, 주차직원, 이주노동자까지 모두 보듬는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0’에 도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런 기업에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들려온다. 회사 측에 의해 최근 해고된 52세 여성 노동자의 사연이다. 여성이 맡은 역할은 성남 현대 백화점의 삼진어묵 매장 업무다. 매장 업무에서는 ‘과부족금’이란 항목의 돈이 생긴다. 계산 착오나 고객 실수 등의 사유로 발생하는 잔돈이다. 이 돈은 볼펜, 화장지케이스 등의 비품 구입이나 교통비 등으로 사용해왔고 그것이 관행으로 여겨졌다. 이번에 여성이 해고된 사유가 바로 이 과부족금 사용이다.

지난 4월 여성이 과부족금 통에서 5천원짜리 지폐 3장을 사용했다고 한다. 동료 직원 2명과 함께 교육을 받으러 가는 교통비로 썼다고 한다. 매장 매니저에게 허락도 받았다는 것이 여성의 주장이다. 하지만, 여성은 20여 일 뒤 회사로부터 해고됐다. 사유는 공금 횡령이다. 여성이 과부족금이 아니라 상품권을 사용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여성의 동료까지 나서 ‘과부족금을 쓴 것이고 매니저 허락까지 받았다’고 증언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우리가 ‘5천원’의 진실을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히 짚고 가야 할 부분이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0%’라는 목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들어갈 사회적 비용이 크고, 기업의 반대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는 가장 핵심적 이유는 고용의 안정성 확보다. ‘쉬운 해고’를 막아 노동자의 삶을 보다 안정시키자는 데 있다. 역으로 보면 ‘정규직 100%’가 달성돼도 ‘쉬운 해고’가 여전하다면 ‘비정규직 0%’의 정책은 아무 쓸모없는 일이 된다.

삼진어묵의 예를 그래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부족금 5천원’의 성격은 확정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공금횡령이라고 주장하고, 노동자는 아니라며 노동위에 제소까지 해놨다. 그런데 50대 여성 노동자는 이미 해고돼 생계를 잃었다. ‘5천원’이란 소액 때문에, ‘20일’이란 단기간에 해고됐다. 더없이 ‘쉬운 해고’다. 직원감축을 추진하려는 회사 측 입장 때문이라는 내부 주장도 들린다. 공교롭게 해당 여성의 해고 이후 7명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정규직 0%’ 삼진어묵 측에 묻고 싶다. 50대 생계형 여성 노동자를 해고한 가액 ‘5천원’이 합리적인가. 당사자의 해명을 묵살하며 문제 발생부터 해고를 10일여에 끝내버리는 해고절차가 합리적인가. ‘비정규직 0%’를 향해 매진하는 정부 정책의 기본 필요성마저 의심케 하는 실례(實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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