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피해 키운 지자체 재난문자, 기상특보 1시간 넘도록 안울리고… 엉뚱한 지역에 발송

道·국민안전처 승인 과정서 시간 지체… 제구실 못해

최근 경기도 전역에 기록적인 비가 쏟아진 가운데 도내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긴급재난문자 알림 서비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폭우로 인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기상 특보가 발효된 지 1시간이 넘도록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는가 하면, 특정 지자체의 기상 특보 내용이 타 시ㆍ군민에게 발송되는 등 신뢰가 떨어지며 불만도 커지고 있다.

 

4일 국민안전처와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각 지자체는 폭염이나 폭우, 미세먼지 등 자연재해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재난문자(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긴급재난문자는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를 기반으로 인근에서 신호가 잡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상 특보(경보ㆍ주의보)가 발효될 시 발송되고 있다. 하지만 도내 29개 시ㆍ군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2일 밤과 3일 새벽, 긴급재난문자가 제 기능을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시의 경우 지난 2일 오후 8시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지만,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 시간은 밤 9시23~24분께였다. 갑작스런 폭우에 수원시 내 일부 지하차도가 침수되고 수십 건의 침수 사고가 접수됐지만, 1시간20여 분이 지나도록 수원시민들은 어떤 문자도 받지 못했다. 수원시와 동시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안산시도 밤 9시29분이 돼서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이 같은 상황은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시스템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각 지자체는 특보 발효 시 긴급재난문자 발송 여부를 결정한 뒤, 이를 경기도와 국민안전처에 요청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안전처가 이를 승인하고, 이동통신사를 통해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다. 각 지자체가 결정하는 호우주의보 안내 문자의 경우 이처럼 추가적인 과정을 거쳐야 해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통신사 기지국 신호에 의존해 긴급재난문자 수신자를 정하면서 엉뚱한 지역의 문자를 받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3일 새벽 4시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의왕시는 애꿎은 수원시민과 안양시민들에게까지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안산시의 긴급재난문자도 일부 수원시민에게까지 발송돼 혼란을 부추겼다. 지역주민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운영되는 긴급재난문자가 지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발송된 셈이다.

 

이에 반해 6시간 강우량이 110㎜ 이상이거나 12시간 강우량이 180㎜ 이상으로 예상될 때 내려지는 호우경보는 고양과 의정부, 포천 등에서 발효됐으며, 국민안전처에서 직접 문자를 발송하는 시스템이어서 곧바로 지역주민들에게 전달됐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호우주의보의 경우 국민안전처에서 승인이 잘 안 나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주말에 갑작스런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문자 발송이 늦어졌다”면서 “앞으로는 시민들이 빨리 대응할 수 있도록 문자 발송을 서두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구재원ㆍ유병돈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