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일제 잔재 청산 “학교명을 부탁해”… 결국 공허한 메아리로

동서남북 방위명 등 일제식 교명 바꾸기
‘전통 중시’ 동문회 저항에 한 건도 없어
교육청은 “학교명 수업 통해 개명 재시동”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내 일제 식민지 잔재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시행한 ‘학교명을 부탁해’ 프로젝트가 1년이 지나도록 단 한건의 개명도 하지 못하는 등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동문회들이 일제 잔재 청산을 택하기 보단 교명으로 인한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며 반발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24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재정 교육감은 지난해 8월 2019년 3·1 독립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학교 이름을 바꾸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 교육감은 일제강점기 방위작명법에 따른 이름, 우리 고유지명을 일본식의 의미 없는 한자어로 바꾸거나 서열화하고 차별화된 학교 이름을 지적했다. 그는 “일제 잔재가 남은 학교 이름을 지역 특성을 고려해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바꾸는 한편, 학교 안에 관행적으로 남은 일제 학교 문화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도교육청은 도내 공사립 초·중·고교(특수학교 포함) 2천385개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교육적 의미를 담은 학교 이름은 543개교에 불과했다. 방위명으로 학교 이름을 지은 곳은 104개교, 행정동명 1천156개교, 마을명 1천개교 등으로 확인됐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명을 부탁해’ 프로젝트를 추진, 일제 잔재로 남은 지역명과 학교명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가 추진된 지 1년이 넘도록 교명 변경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이름 변경 건을 놓고 학교 동문회 등에서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김포 A 학교 총동문회장은 “도교육청의 취지는 좋지만, 학교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일제 잔재가 청산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도교육청은 다음 달 학교 이름의 유례와 뜻을 학교 수업에 활용한 사례 등을 모아 프로젝트의 재시동을 건다는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명 변경은 학교 자율적 결정에 따른다”며 “동문회 등 반발이 거세 일제 잔재로 남은 학교의 이름을 개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현재 지어지는 신설학교 이름을 일본식 표현 등으로 지어도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없는 만큼 교육당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도교육청 차원에서 다음 달부터 교육현장에서 학교 이름의 유례와 뜻을 수업에 활용하는 사례를 찾아 학생들에게 알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규태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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