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반출 불가 탄피 버젓이 정문 통과 고물상으로

평택 K-55 미군기지 탄피 불법 반출… 고물상에 넘겨
컨테이너 100여 개 빼돌리기도… 허술한 관리 도마위

▲ 한반도 안보의 핵심 시설인 주한미군 부대에서 민간인들이 탄피 등 군수물품을 불법으로 반출해 미군의 허술한 군수품 관리 및 보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안성시 공도읍의 한 민간 고물상에 평택 오산미공군기지(K-55)에서 반출된 개인화기 및 박격포 탄피를 압축시킨 신주 덩어리가 쌓여 있다. 오른쪽은 이날 미군 부대에서 반출한 탄피를 트럭에서 내리고 있는 업자. 오승현기자
▲ 한반도 안보의 핵심 시설인 주한미군 부대에서 민간인들이 탄피 등 군수물품을 불법으로 반출해 미군의 허술한 군수품 관리 및 보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안성시 공도읍의 한 민간 고물상에 평택 오산미공군기지(K-55)에서 반출된 개인화기 및 박격포 탄피를 압축시킨 신주 덩어리가 쌓여 있다. 오른쪽은 이날 미군 부대에서 반출한 탄피를 트럭에서 내리고 있는 업자. 오승현기자
지난 29일 오전 10시께 평택 K-55 미군기지 앞.

 

가로ㆍ세로 1m짜리 상자 여러 개를 실은 5t 트럭이 미군부대 입구를 통해 나왔다. 트럭은 목적지가 정해진 듯 주저 없이 우회전을 해 안성 방면으로 향했다. 40여 분을 달린 트럭이 도착한 곳은 안성 공도읍의 한 고물상이었다. 

고물상 가장 안쪽에서 트럭이 멈추자 이내 지게차가 접근해 상자들을 내렸다. 상자 속 물품들은 지름 15㎝가량의 신주 덩어리들이었다. 신주덩어리는 미군부대 내에서 개인화기나 박격포 등에 사용된 탄피들을 압축한 것을 말한다. 이날 옮겨진 탄피들은 3t가량으로 금액으로 환산해도 1천만 원을 넘는 막대한 양이었다.

 

이처럼 평택 미군부대에서 군수 물품인 탄피 등이 민간인을 통해 고물상 등으로 넘어간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미군부대를 제 집처럼 오가며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나타나 허술한 미 군수품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30일 국방부와 주한미군 등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탄피는 군수용품으로 분류돼 외부 반출이 불가능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업자들이 미군 직원과 짜고 불법으로 반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행법상 국내에 반입된 미군용 탄피 등은 사용 후 탄약창으로 반납된 뒤, 재생 공장에서 재생산되거나 혹은 적법한 통관 절차를 거쳐 폐기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해당 탄피 덩어리들은 이런 과정들을 모두 무시한 채 K-55 공군기지에서 일반 고물상으로 곧장 옮겨졌다. 사실상 군수용품을 훔친 셈이다. 평택세관 등은 탄피 등 반출 과정에 밀수출입 등의 불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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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선 지난 2014년 11월께는 평택 캠프험프리 미군기지에서도 컨테이너 100여 개가 불법 반출된 것으로 본보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 가운데 25대는 평택 팽성읍 노양리로, 나머지는 충남 아산시로 이동돼 공터에 적치됐다. 해당 컨테이너들은 재질에 따라 철은 150만~250만 원에, 알루미늄은 250만~400만 원에 거래됐다. 

당시 100여 개의 컨테이너 중 평택 노양리에 적치된 컨테이너들 일부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당시 컨테이너를 불법 반출한 업자가 부지 이용료 대신 컨테이너를 땅 주인에게 건넸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 반출된 컨테이너에는 군복과 담요 등의 병사들의 개인용품도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지난 5월에도 주한미군 전투용 차량인 ‘험비’ 3대를 훔쳐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는 등 미군의 군수품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정경찬 대경대학교 군사학과 학과장은 “탄약수령 및 불출ㆍ반납 절차상 탄피를 전량 회수해서 탄약고 안에 보관하게 돼 있기 때문에 탄피가 고물상에 갈 일은 전혀 없다”며 “탄피를 악용해 실탄을 만드는 등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데도 절차가 무시되고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군 관계자는 “지역 사회와 협력해 모든 폐기물과 재활용이 제대로 처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최해영ㆍ이명관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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