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제 폐지_이번엔 이뤄질까] 1. 줄 세우기 정치 악순환

시장·군수 목줄 쥔 중앙정치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9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 속에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행 기초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를 정당이 추천하는 정당 공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방행정과 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된다는 비판 속에 각종 공천비리와 정쟁 등 폐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정치권은 이에 대한 논의에 소극적이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움직임이 일었으나 무산된 이후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수면 아래 잠들어 있다. 이에 본보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의 필요성을 짚어보고 정치권의 논의를 촉구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정당의 공천을 받으려면 지역 국회의원 보좌관이 키우는 반려견까지 챙겨야 한다” 경기 지역 A 기초의원은 7일 정당공천제로 인한 폐해를 설명하며 이같이 푸념했다.

 

A 기초의원은 “시대가 아무리 변했다지만 선거 제도는 여전히 60~70년대 형태와 다를 바가 없다”며 “내가 지역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지 지역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당공천제’ 폐지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를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방선거의 경우 1995년 처음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시행됐고, 2006년 제4회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까지 확대 시행됐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방에 뿌리 깊게 내린 토호세력들의 입김에 따라 지역 정치가 좌지우지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중앙 정당의 관리 하에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정당의 정치관에 맞는 후보를 내놓음으로써 후보 난립을 막고 유권자들의 선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정당공천제의 시행 근거였다.

하지만 이로 인한 각종 폐해가 발생하며 지방자치를 위한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해(害)가 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중앙정치에 지방행정과 정치가 예속돼 주민 보다는 정당의 입장을 우선 고려하고 다른 정당 간 정쟁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일꾼으로 분골쇄신해야 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지역 국회의원 눈치 보기와 줄 서기 등을 하며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직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당선을 위해 지역 국회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건넨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적발 사례가 밝혀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암암리에 공천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다.

도내 B 국회의원 관계자는 “지역의 정치 조직을 갖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공천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당선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면서 “결국 정당을 고리로 한 패거리로 뭉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폐해가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약 9개월 앞둔 현재까지도 정치권에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논의가 전무한 상황이다.

 

그동안 가장 활발히 폐지 운동을 이끌어온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나 전국시군구의회 의장단 협의회 등은 2014년 이후 제1정책과제를 ‘지방분권 개헌’으로 옮겨놓으며 사실상 관련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관계자는 “3년 전부터 지방분권 개헌 쪽에 단체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긴 하지만 이를 위해 구체적인 활동 방향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국회 역시 이와 관련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원혜영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부천 오정) 측은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선거제도 개혁”이라면서 “논의돼야 할 문제는 맞지만 현재까지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고 설명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선거가 9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더욱 예속됐다는 증거”라며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윤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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