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견인차 언제까지 놔둘 건가] 3. 거부할 수 없는 어둠의 목소리

음주운전·무면허사고 “돈 주면 눈감아줄게”

수원시에 거주하고 있는 A씨(30)는 최근 남들에게 말하지도 못할 억울한 일을 겪었다. 

지난 8월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한 A씨는 취업 턱을 내기 위해 친구들을 만나 저녁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게 됐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새벽 5시께가 됐고, 집에 가기 위해 대리운전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은 채 아침 해가 밝아왔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차량을 몰고 나서지 말아야 할 길에 올랐다. 

음주상태에 운전하던 A씨는 그만 버스를 들이받게 됐고,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어디선가 견인차가 달려왔다. 견인차 운전자 B씨는 A씨에게 “음주한 걸 알고 있으니 내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협박했다. 

A씨는 뜬금없는 B씨의 협박을 무시한 채 차량을 갓길에 세우려 다시 차량에 앉았고, 차를 움직이려는 순간, B씨는 갑자기 A씨 차량 앞으로 손을 뻗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곧바로 B씨는 경찰에 신고해 A씨가 음주운전 후 자신까지 들이받았다고 주장, 경찰은 A씨에게 B씨와 원만하게 합의 볼 것을 제안했다. B씨는 A씨에게 900만 원이라는 큰돈을 요구했고, A씨는 음주운전을 한 자신을 책망하며 누구에게 말도 하지 못한 채 B씨에게 300만 원의 합의금을 줘야 했다.

 

일부 견인차 운전자들이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을 악용해 사고차량 운전자를 협박, 돈을 갈취해 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견인차 운전자들의 행위는 엄연한 ‘공갈’이지만 대부분의 피해자가 음주운전 등으로 경찰에 신고할 수 없는 처지여서 고스란히 견인차 운전자들에게 돈을 뜯기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보험회사와 견인차 운전자들이 맺은 계약을 보면 사고현장에서 음주운전이 확인되면 견인차 운전자들은 반드시 보험회사에 신고하도록 계약 조건에 명시돼 있다. 만약 견인차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확인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으면 보험회사와 계약이 파기되고, 다시는 해당 보험회사와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또 보험회사 역시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음주운전을 신고한 견인차 운전자에게 통상 사고차량 수리비의 10%를 보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통발이 견인차’ 또는 차량 수리비가 얼마 되지 않는 사고의 경우 일부 견인차 운전자들이 사고 운전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앞선 사례와 같은 경우 명백한 공갈죄이지만 대부분 음주운전 사고인 경우가 많아 운전자들이 돈을 뜯기고도 경찰에 신고를 못한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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