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견인차, 언제까지 놔둘 건가] 1. 끝없는 무법질주

번호판 숨긴 ‘도로 위 폭군’

▲ 번호판 가린 채 갓길 불법주차 견인차량의 불법주차 및 과속운전ㆍ역주행 등 위험 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교통사고 신고 접수를 기다리며 번호판도 가린채 영동고속도로 인천방면 갓길에 줄지어 불법주차돼 있는 견인차량들. 오승현기자
번호판 가린 채 갓길 불법주차 견인차량의 불법주차 및 과속운전ㆍ역주행 등 위험 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교통사고 신고 접수를 기다리며 번호판도 가린채 영동고속도로 인천방면 갓길에 줄지어 불법주차돼 있는 견인차량들. 오승현기자
교통사고 발생 시 누구보다 먼저 사고 현장에 달려오는 견인차는 도로에 꼭 필요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 탓에 신호위반ㆍ가속 등 불법주행을 일삼는 견인차는 오히려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과도한 바가지요금 등으로 시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도로 위의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돼버린 견인차를 둘러싼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찾아본다.

지난 14일 오전 9시10분께 한산한 토요일 오전 고속도로를 달리던 A씨(36)는 아찔한 상황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3차로를 달리던 A씨 차량 앞으로 5차로에 있던 견인차가 느닷없이 나타나 1차로로 추월해서다. 4개 차로를 한 번에 가로지른 것. 깜짝 놀란 A씨는 2차로에서 주행 중이던 덤프트럭 차량과 충돌할 뻔했다. 

다행히 사고를 피한 A씨는 화가나 견인차를 뒤쫓아 보려고 했지만 100㎞를 훌쩍 넘는 속도로 차량 사이에서 곡예운전을 하는 견인차는 눈 깜짝할 사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후 A씨는 5㎞가량 운전하다 벤츠 E클래스 차량의 후미가 완전히 박살 난 것을 발견했고, 그 옆에는 앞서 곡예운전을 펼쳤던 견인차가 사고 차량을 견인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씨는 과속운전을 한 견인차를 신고하려 사고 현장을 지나던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찾아봤지만 견인차의 번호판이 설치물에 가려져 있어 이마저도 할 수 없었다.

 

지난 13일 오후 2시께 영동고속도로 마성터널을 지나던 C씨(30)는 터널 입구 갓길에 견인차량 6대가 시동을 끈 채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견인차량을 볼 수 있었다. 엄연한 불법주차임에도 불구, 위급상황 시 사용되어야 할 갓길이 마치 견인차의 지정 주차장처럼 활용되고 있는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처럼 견인차의 불법주차와 과속운전ㆍ역주행 등 각종 도로법규 위반 행위는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당연한’ 듯이 인식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8월 한 달간 고속도로 견인차량 법규위반 행위에 대해 집중단속을 실시, 24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해 과태료 등을 부과했다. 

이번에 적발된 위반행위는 갓길주행, 역주행ㆍ후진행위, 번호판 가림, 불법 주ㆍ정차, 경광등ㆍ사이렌 설치 등 불법 구조변경이다. 하루 1건꼴로 법규위반 견인차량이 적발됐지만 경찰의 특별단속 이후에도 견인차량의 법규위반 행위는 여전하다.

 

이처럼 견인차량의 법규위반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는 견인차의 ‘번호판’이 꼽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국회의원(화성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견인차를 포함한 화물차의 자동차 번호판 미부착 및 고의 가림 등 불법행위 적발 건수는 지난 2015년 1천440건에서 지난해 2천217건으로 크게 증가했고 올해 역시 8월 말까지 2천153건이 적발되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견인차량의 경우 구조 및 성능상의 이유로 리프트 안쪽에 번호판을 달아놓아도 위법이 아니어서 번호판 고의 가림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관계자는 “견인차가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 도로 상황을 정리해 2차 사고를 예방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과속운전 및 불법 유턴 등 법규위반 행위가 당연시 돼서는 안된다”며 “견인차를 둘러싼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준ㆍ조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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