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 둘러싼 갈등, 해법은 없나] 2. 안전장치 없는 상생

‘상생의 가면’ 그들만의 돈잔치

대형유통업체가 지역 상권에 들어설 때 최대 화두는 ‘상생’이다. 기존 골목상권의 상인들은 대기업의 입점으로 피해가 불 보듯 뻔한 만큼, 그에 상응한 대가를 요구한다. 

대기업에선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으려 줄다리기를 이어나간다. 최근 고양시에 문을 연 이케아는 내년까지 3년간 10억 원의 상생기금을 내기로 했지만, 여전히 상생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의 파주운정가구타운번영회는 고양시 관내를 대상으로 한 생색내기용이라며 상생 협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수원시 원천동에 현대 리바트가 들어설 때도 수원시상인연합회 측에서는 상생안 마련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나간 바 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만연되고 있는 사안으로 정착됐다.

■상생의 이름으로 포장된 돈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상생 협의가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이 규모가 있는 연합회, 상인회 등과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상인에 대한 복지와 공동 행사, 물품 지원 등이 폭넓게 논의되지만, 결국엔 ‘뒷돈’이 오가는 형태로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대기업 출점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상인들은 ‘사업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사업 조정이 신청되면 유통 대기업과 상인들은 자율적으로 상생 방안을 논의한다. 반면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조정심의회를 거쳐 대기업의 사업 인수 및 개시를 연기하거나 축소를 권고한다. 양측 간 상생 합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 ‘상생협력기금(상생 기금)’이라고 불리는 합의금이다.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관리ㆍ감독에 대한 명확한 주체 역시 없다. 엄청난 금액의 집행이 가져올 수 있는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감도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상생기금을 놓고 일부 문제도 발생한다. 지난 4월에는 신세계백화점이 대구점 개점을 준비하면서 내놓은 상생 기금을 일부 중소상인들이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로 이어지는 등 상생기금은 논란을 빚어왔다.

■협의에서 제외된 사각지대

소규모 단위 상인회 등 ‘사각지대 상권’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도 주요 사안으로 부각된다. 대형유통업체와 협상에 나서는 이들은 주로 전통시장 상인연합회나 영향력 있는 단체 등이다. 소위 ‘힘 있는 자’들만 협상 테이블에 나서다 보니 실제 손해를 입어도 상생 테이블에는 나서지 못하는 업종의 소상공인 등이 다수다.

 

상생의 대상도 문제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파급력 큰 복합쇼핑몰 : 내몰림 효과와 빨대효과’에서도 복합쇼핑몰 등에 생겨난 인근 상권보다 5km 이상 떨어진 원거리 상권의 매출 감소세가 컸다. 소비자가 기존에 이용하던 원거리 소상공인 점포보다는 복합쇼핑몰 인근의 소상공인 점포를 이용하는 탓에 상권이 흡수되는 빨대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특정 업종과 지역에 국한된 상생협의가 아닌, 상권의 영향이 미치는 범위의 큰 틀을 놓고 지역 차원의 상생 협의가 필요한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하남시지회 관계자는 “스타필드 입점으로 인근 전통시장 등은 상생협의를 진행하며 논의점을 찾았지만, 실제 업종이 겹쳐 피해가 큰 인근의 소규모 점포들은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며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들어줄 공청회나 상생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자연ㆍ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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