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못참는 대한민국] 하. 범죄 막을 처방전은?

위험 수위 오른 ‘분노 범죄’ 사회적 유대감 회복 급선무

최근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서 밧줄에 의지해 외벽 도색작업을 하던 작업자의 밧줄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또 충주에서는 자신의 원룸을 방문한 수리기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범죄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상해나 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 중 우발적이거나 현실 불만으로 범행이 발생한 경우가 40%를 넘어섰다.

 

이처럼 화를 참지 못해 상대를 가리지 않고 흉기를 휘두르거나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이른바 ‘분노범죄’가 급증하면서 사회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험 수위에 오른 분노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세상에 대한 사회적인 박탈감과 자괴감이 극단적인 감정인 분노로 표출돼 범죄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특히 평소 쌓인 불만이나 스트레스가 제때 해소되지 못하는 것 역시 분노범죄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천대 길병원 강승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사회적인 약자로 이미 세상과 단절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갑작스럽게 표출하는 분노는 이후 후회나 자책으로 이어지게 되고 또다시 세상과 단절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러한 분노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을 익혀야 하는게 가장 중요하고, 가정이나 사회에서도 ‘저 사람은 원래 저런사람’이라고 배척하기 보다는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줘야 한다”며 “사회생활을 원활하게 해나가다보면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 역시 향상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분노범죄의 유형을 명확히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분노범죄라는 통칭 대신 세부적인 범죄 원인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분노범죄라는 건 결국 분노라는 인간의 감정으로 인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긴데, 이러한 우발적인 범행을 모두 분노범죄라고 통칭하게 되면 분노라는 감정 자체를 없애지 않는 한 대응책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며 “분노라는 인간의 감정에 어떻게 대응책이 있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무조건 모든 우발적 범행을 분노범죄로 볼 것이 아니라 범죄 각각의 사안별로 원인에 대해 명확하게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각각의 사건을 정리해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한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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