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뜨거운데 문화 공공기관은 ‘침묵’

인사담당자가 성고충상담실 운영
피해자 신원노출·2차피해 우려
성폭력 관련 신고 건수 전무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내 30%에 달하는 직원들이 성희롱ㆍ성추행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본보 3월22일자 7면)된 가운데 ‘미투’ 운동이 가장 활발한 문화 관련 기관의 성폭력 관련 신고 건수가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문화 관련 AㆍB 기관은 성희롱 신고 및 예방을 위한 성고충상담처리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인사 담당자가 운영 책임자로 있어 피해자들의 신원노출 및 2차 피해가 우려되면서 사실상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9일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경공노총)과 도 문화계에 따르면 경공노총은 지난달 21일 경기도문화의전당을 포함한 7개 도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성희롱ㆍ성추행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체 30%에 달하는 직원들이 성희롱과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답변했으며 이 중 54%는 여성에 해당됐다.

 

이들 공공기관 중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도내 문화계 대표 공공기관들의 성폭력 신고 건수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A 기관은 지난해 4월 기관 내 성희롱 예방 및 신고ㆍ상담 창구 일환으로 성고충상담처리실을 설치했지만 1년 동안 신고나 상담 건수가 단 1건도 없었다. 이는 성고충상담처리실이 기관 내 인사 담당하는 부서 안에 위치해 있는데 간판만 내건 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 기관의 성고충상담처리실은 별도의 상담실이 없어 피해자와 상담자의 신원이 노출, 2차 피해가 우려되는데다 총괄 운영까지 인사 총괄 담당자가 맡고 있다.

 

더욱이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기관 내 성희롱 고충담당자는 성희롱전문교육을 받아야 함에도 기관 내 성희롱 고충담당자 2명 중 1명은 교육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B 기관 역시 인사담당자가 성고충상담처리실의 총괄 운영을 맡고 있으며 성폭력 신고 건수도 전무하다.

 

A 기관 관계자는 “성희롱고충처리실을 선도적으로 설치해 성범죄 예방 등에 역할을 하려 했으나 충분한 준비 없이 운영돼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성고충상담처리실로 인해 피해자의 신원 노출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성정현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희롱 신고, 상담 센터가 기관 내에 있다는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적절한 예산과 전문 인력 등 기관의 성의있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성희롱고충처리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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