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처음… 임천조씨 선영서
추사 특유의 예서기법 잘 표현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쓴 비문이 경기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파주지역에서 확인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추사 비문은 모두 10여 개에 달하지만 대부분 호남과 충청지역에 분포했다.
파주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소장 차문성)는 파주시 광탄면 소재 임천조씨 선영에서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이자 문필가였던 추사 김정희 선생(1786~1856)이 쓴 비문이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추사 비문은 그동안 전북 완주ㆍ구례군 등 호남ㆍ충청지역에 10개 정도 남아 있지만 도내에서는 처음 발견된 것이어서, 향후 묘역관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차문성 소장은 “추사 비문이 확인된 무덤은 외가쪽 친척 관계인 조기복 묘로, 조기복의 3형제는 평소에도 김정희 집안과 교류가 잦았다”며 “추사가 조기복 묘에 비문을 쓴 것은 추사의 제자인 조면호가 숙부인 조기복이 1839년 67세로 사망하자 추사에게 비문을 청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근거로 조면호의 문집 옥수선생집(玉垂先生集 권32)의 ‘가장(家狀)이 상을 당하자 추사에게 표면의 글을 청한다’는 기록을 제시했다. 글을 받은 시기는 1839~1840년 쯤으로 추정된다.
차 소장은 “이번에 확인된 추사 비문이 담긴 조기복 비석은 전형적인 조선 후기의 오석으로, 검은 색과 회백색의 새김질이 잘 대비돼 있다”면서 “각자(刻字)는 전체적으로 V형이지만 시작과 끝은 U형 새김으로 원근감과 평면적인 느낌을 잘 살려줘 추사 특유의 예서기법이 비석에 잘 표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 하지만 비석에 연대 등을 적지 않은 것은 추사 생전에 비문을 받았으나, 추후 오석의 묘비를 세웠을 가능성(1854년 양주에서 파주 이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우관제 파주문화원장은 “도내에선 파주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만큼, 이젠 추사 선생의 비문은 종중의 것이 아니라 파주시민들이 소중히 아끼고 알려야 하는 유적”이라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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