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가 겨울철 도시미관을 위해 추진한 ‘털실 옷 가로수길 조성사업’이 정작 가로수에는 해를 끼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겨울 털실 옷을 입힌 가로수 상당수에서 최근 거미류로 추정되는 유충집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털실 옷에 외부 벌레가 대거 유입되면 병해충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3일 안양시와 안양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10월께 ‘털실 옷 입은 가로수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안양예술공원 등에 조성된 가로수에 겨울철(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자원봉사자들이 자체 제작한 털실 옷을 입혀 관광테마를 조성하는 지역명소화 프로젝트다.
애초 안양예술공원을 중심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지난 2018년 평촌중앙공원까지 확대돼 지난 2018년 3천800여만원, 지난해 3천700여만원, 올해 3천500여만원 등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설치한 털실 옷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가로수(느티나무)에서 거미로 추정되는 유충집이 대거 발생했다.
나무 전문가 A씨는 “과거 병해충 예방을 목적으로 잠복수(나무옷)를 설치해왔는데 최근에 효과성이 없다는 사실이 입증돼 산림청도 예산낭비성 사업으로 분류하고 권장하지 않고 있다”면서 “더구나 병해충 제거 목적도 아니고 오롯이 미관만을 위해 털실을 감싸놓으면서 외부 벌레들까지 털실 옷에 자리를 잡고 알을 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필요한 벌레들이 유입되면 나무에 이득 될 게 전혀 없다. 미관을 위해 나무를 해치는 꼴”이라면서 “나무 겉면에 유충집까지 흉물스럽게 붙어 있어 사업의 주목적인 미관도 망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현재 나무 상태로 봐서는 거미가 월동한 것으로 보인다. 거미류는 과거 잠복수 설치에서도 많이 관찰된 사례”라며 “거미가 월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집중적으로 알을 낳은 것으로 판단된다. 해충이 아니더라도 벌레들의 밀도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안양시 관계자는 “나무병원에 의뢰한 결과, 털실옷이 나무에 피해를 준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면서도 “나무를 보존하는 게 우선인 만큼 문제 여부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한편 털실 범위와 기간 등을 최소화,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한상근ㆍ박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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