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8)이 12년 만에 안산으로 돌아왔다.
12일 오전 8시56분께 안산시 단원구의 한 주택가에 조두순을 태운 법무부 관용차량이 도착했다. 골목으로 은색 카니발 차량이 들어서자 폭 4m의 좁은 골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은 앞서 오전 7시10분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소속 기동대 2개 중대와 안산단원경찰서 직원 등 280여명의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조두순의 집앞엔 주황색 폴리스라인이 둘러졌고 40여명의 경찰이 주민들을 통제했다.
그러나 분노한 주민들은 조두순이 타고 있는 차량을 향해 달려들거나 계란, 귤 등 소지하고 있던 물건들을 던지면서 마찰이 빚어졌다. 앞서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운전석과 그 뒷자리의 문짝이 찌그러진 상태였던 관용차량은 운전석 앞 유리마저 박살나버렸다.
보호관찰관의 인도 하에 차량에서 내린 조두순은 경찰과 함께 순식간에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그는 귀를 덮는 반 백색의 장발에 모자를 눌러쓰고, 회색 트레이닝 상의에 녹갈색 패딩을 걸친 차림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일흔을 앞두고도 건장한 그의 체격이 가장 눈에 띄었다.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그의 표정은 하얀색 마스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거친 욕설과 위협적인 언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고개를 숙이거나 움츠러드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른 새벽부터 나와서 조두순을 기다리던 주민들은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끔찍한 조두순의 성기를 잘라버리던지 사형에 처하라”, “니가 그 짓을 했던 곳으로 돌아오다니 제정신이냐”라고 소리치며 분노를 쏟아냈다. 격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일부 주민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며 주저앉기도 했다.
조두순과 같은 골목에 살고 있다는 주민 임씨(64ㆍ여)는 “감옥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데 왜 저런 흉악범을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이냐”며 “도대체 어떻게 같은 곳에 살란 말인지, 이곳 주민들은 매일매일 떨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교적 침착하게 조두순을 지켜보던 주민 김씨(36)는 “조두순의 아내가 이곳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 주민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는데, 저 흉악범이 제발로 나가지 않는 이상 우리가 떠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조두순은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원하는 곳에서 편히 살고 죄 없는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라고 질책했다.
한편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옴에 따라 정부와 안산시가 마련한 보호관찰 시스템이 가동된다. 20년 경력의 전담 보호관찰관이 1대 1 전자감독에 나서고, 매일 불시 점검 및 주 4회 이상 대면으로 준수사항을 확인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는 무도실무관급 6명을 포함한 청원경찰 12명을 투입해 24시간 조두순의 주거지 주변을 순찰한다.
구재원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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