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에 돌입(경기일보 9일자 7면)한 데 이어 1박2일 노숙 투쟁을 시작했다. 극으로 치닫는 노사 갈등으로 배송 차질까지 확산되며 ‘택배대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택배노조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1박2일 노숙 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규모는 전체 조합원 6천500여명 중 5천여명으로, 이날 오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조합원들이 상경했다.
이와 함께 택배노조는 이날부터 16일까지 이틀에 걸쳐 사회적 합의 회의에 돌입한다. 이번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 정부를 향한 투쟁 수위를 계속 높여가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지난 1월 ▲택배기사 분류작업 제외 ▲택배기사 작업시간 제한 ▲심야배송 금지 등을 결정했다. 당시 CJ대한통운을 비롯한 대형 3사는 총 6천명의 분류인력 투입 등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사측에선 차일피일 시행을 미루다 1년 유예까지 요구했고, 이로 인해 이번 총파업이 촉발됐다. 여기에 지난 13일 롯데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 소속 40대 택배기사가 뇌출혈로 쓰러지며 협상 테이블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노사 갈등 속에 정부가 들고 나온 대안마저 변변치 못하다.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합의문 초안을 보면 내년 1월부터 택배기사를 분류작업에서 제외하도록 한다. 또 중간 이행 목표로 오는 9월부터 한진택배, 롯데택배에서 분류인력 1천명을 추가 투입하고, CJ대한통운은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투입한다고 돼 있다.
다만 앞선 합의 내용마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인력을 투입하라는 제안을 사측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결국 이번 합의도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 파업 일주일째에 접어들며 배송 차질이 확산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성남권역, 한진택배는 성남ㆍ광주권역, 롯데택배는 이천 등 동남부권역에서 배송 지연이 확인됐다. 우체국은 파업으로 빈 자리에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을 투입했고 방문 택배의 접수를 중단했다. 계약 택배의 경우에도 냉동ㆍ냉장 등 신선식품의 접수를 멈췄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해결될 일인데,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16일까지 기다려보고 합의가 최종 불발된다면 정부와 여당을 향한 분노의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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