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마다 거기서 거기… 쇼핑객, 인천 지하도상가 ‘외면’

중구 중앙로·동구 배다리 등 15곳 제구실 못해
특색없는 콘텐츠·접근성 부족 탓에 대부분 ‘텅텅’
전문가 “상가 안 공공 공간·콘텐츠 적극 개발해야”

지하철 이용객 등의 보행통로로 전락한 인천 중구 우현로 일대 중앙로 지하도상가 곳곳에 점포 운영의 어려움을 말해주듯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주연기자
지하철 이용객 등의 보행통로로 전락한 인천 중구 우현로 일대 중앙로 지하도상가 곳곳에 점포 운영의 어려움을 말해주듯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주연기자

“지하철 타려고 인천 중앙로지하도상가 등을 지나가지만, 이곳에서 뭘 사본 기억은 없어요. 볼 것도 제대로 없는 것 같고요.”

15일 오후 3시께 인천 중구 우현로 일대 중앙로지하도상가. 손님을 끌기 위해 다른 지하도상가와 차별화한 화려한 LED 조명이 가득하지만, 정작 지나가는 사람은 별로 없어 한산한 분위기마저 든다.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은 양옆으로 길게 줄지어 선 점포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이어진 지하철역으로 지나쳐 가버린다.

이곳의 점포들은 주로 속옷, 화장품, 세계과자, 의류 등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상품들을 팔고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이 이곳에서 머물고 즐기만한 콘텐츠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곳에서 휴게공간이라고 할만한 장소는 카페 1곳에 불과하고,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 등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

이곳을 지나던 대학생 A씨는 “인천의 지하도상가들은 서울이나 부산의 지하도상가들과 달리 즐길거리가 전혀 없다”며 “옷과 화장품, 휴대전화 등 이곳의 상품들도 비슷비슷해서 윈도우 쇼핑을 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인천의 특화 지하도상가인 동구 배다리지하도상가의 점포는 수공예공방이 대부분이다. 이곳은 전통혼수거리, 웨딩가구거리를 토대로 동인천지하상가와의 연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 상권이 모두 침체한 분위기에서 시너지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어두운 조명 아래로 모든 점포가 문을 닫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 이곳에서 30분 넘게 머물러 봤지만, 상인을 제외하고는 지나가는 사람을 단 1명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곳의 상인 B씨는 “손님이 적어 장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곳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인천지역 지하도상가들이 특색없는 콘텐츠와 접근성 부족 등으로 지속적인 침체를 겪고 있다.

16일 오후 4시께 인천의 특화 지하도상가인 동구 배다리지하도상가가 한산하다. 박주연기자
16일 오후 4시께 인천의 특화 지하도상가인 동구 배다리지하도상가가 한산하다. 박주연기자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의 지하도상가는 모두 15개다. 동인천권에는 새동인천·동인천·중앙로·인현·신포·배다리지하도상가, 부평권에는 부평역·신부평·부평중앙·부평대아·부평시장지하도상가, 주안권에는 주안역·주안시민·석바위·제물포지하도상가가 운영 중이다. 이들 지하도상가는 전체 면적 8만9천291.6㎡에 3천314개의 점포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집객시설, 유동인구, 배후인구, 시설매력도, 접근성 등이 우수한 부평역권의 일부 지하도상가를 제외한 나머지 지하도상가들은 상가로서의 제기능을 못하는 상태다.

특히 지하철역과 이어지지 않는 배다리지하도상가와 부평시장지하도상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배다리지하도상가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또 주변 건물과의 연결성이 부족하고 인근 지상에 횡단보도가 있어 접근성도 떨어진다.

현재 부평시장지하도상가의 공실률은 무려 51%에 이른다. 부평역과 물리적으로 떨어진 데다 지상에 도보 유동인구가 적고 주행차량이 많은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청년가게 등은 유동인구의 연령층과 맞지 않은 문제 또한 안고 있다.

이와 함께 약 7%의 공실률을 보이는 새동인천지하도상가는 지하보도로의 역할만 하고 있다. 동인천지하도상가와 인현지하도상가 역시 계단으로 이뤄진 입출구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져 유동인구의 유입이 적다. 이 같은 문제로 이들 지하도상가의 공실률은 현재 각각 15%, 20%에 이르고 있다. 중앙로지하도상가는 지하철 이용객이나 신포시장으로 이동하는 유동인구가 많아 점포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11%의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나서서 상인들과 협업을 통해 인테리어나 기본 인프라를 개선해줄 필요가 있다”며 “또 상가 안에 청년 등을 대상으로 공공의 공간을 조성해 사람들을 끌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수·박주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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