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가족 품으로…여주시, 6·25 민간인 희생자 유해 1구 인계

 

“시신도 찾지 못한 채 72년이라는 길고 먼 시간이 흘렀습니다. 보고 싶은 아버님, 늦게나마 유해로 만나게 된 아버님, 이제 하늘나라에서 우리 가족 모두 만나 편히 쉬시길 손 모아 큰 절 올리며 불러봅니다. 아버님!”

 

6·25전쟁 과정에서 희생된 여주지역 민간인 문홍래씨(사망 당시 40세)의 유해가 마침내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인 문홍래씨의 유해가 72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아들 문병하씨(76)는 3일 여주시 세종대왕면 번도리에서 어머님 산소에 아버님을 함께 봉안한 후 추모사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홍기웅기자

 

여주시는 72년 만에 아버지를 찾은 문병하씨(76)와 그 가족들에게 유해를 인계했다.

 

7일 오전 여주시청에서 진행된 유해 전달식에는 이충우 여주시장과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중앙회 김용인 회장·신경문 사무총장,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여주시유족회 정병두 회장·이인수 사무국장, 대한노인회 여주시지회 김병옥 회장 등 20여명이 함께 했다.

 

이충우 여주시장(왼쪽)이 3일 오전 여주시청 시장실에서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인 문홍래씨의 유해를 가족에게 인계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앞서 지난 2011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여주시 능서면(현 세종대왕면) 왕대2리 일대에서 유해 33구와 유품 68점을 발굴하고 이들이 전부 ‘민간인’임을 확인한 바 있다.

 

현재까지 12년 동안 유해들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던 중, 지난달 여주시와 여주경찰서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유해 1구의 DNA가 문병하씨와 일치(경기일보 6월23일자 1·4면)함을 통보받고 이번 유해 인계식을 진행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이충우 여주시장은 유족을 향해 “한평생 큰 짐을 안고 사셨을 텐데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다. 지금이라도 기적처럼 아버님을 찾았으니 잘 모시고 위로가 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인 문홍래씨의 가족들이 3일 오전 유해를 인계받고 여주시 세종대왕면 번도리에서 안장식을 거행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이후 가족들은 문홍래씨의 아내이자 문병하씨의 어머니의 산소가 위치한 여주시 세종대왕면 번도리 인근으로 이동해 안장식을 거행했다.

 

예법 남좌여우(男左女右)에 따라 부부를 한자리에 안치하고 생밤, 사과, 대추 등을 넉넉히 올려 제를 지냈다.

 

김용인 재향경우회 회장은 “윤희근 경찰청장께서도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셨다. 기적 같은 일에 많은 이들이 추모를 전하며 아울러 축하를 드린다”면서 “마지막으로 이승을 떠나는 날이신 만큼 이제 편안히 눈을 감아 저승에서도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으로 문병하씨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을 통해 아버지 희생 사건 등에 대한 진실 규명을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문씨는 “아버님 생사는커녕 얼굴조차 모르고 이날 이때까지 살다가 이번에 유해를 찾게 돼 가슴 설레고 벅찬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이어 그는 “이제 아버님 사망과 관련한 진실을 진실화해위 등을 통해 차차 알아나갈 예정”이라며 “아직 유족을 찾지 못한 (여주 왕대리) 32구의 유해도 하루빨리 가족을 만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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