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손
이재순
두두두두, 다다다다
수만 개비의
손가락을 가진 손
터진 논바닥
말라가는 밭고랑 꿰매고
목마른 벼
시든 콩잎 어루만진다
애타는 할머니 마음도
젖은 손이 꿰맨다.
생명의 단비
비도 손을 가졌나 보다. 그것도 수만개의 손가락을 가졌나 보다. 이쯤 되면 그 손은 인간의 손이 아니라 ‘신’의 손이 분명하다. 역시 시인의 생각은 일반인과 다른 면이 있다. 이 동시가 바로 그것을 증명해준다. 비의 수많은 손이 말라가는 밭고랑을 꿰매고 벼와 콩잎에 물을 길어다준다. 어디 그뿐인가.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할머니의 마음도 적셔준다. 어릴 적 이웃에 사는 감나무집 할머니는 비를 그냥 비라고 하지 않고 꼭 ‘님’자를 붙여 빗님이라고 말했다. 비는 사람이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늘이 내린다고 해서 존칭어를 썼다. 어떻게 보면 그게 옳은 말인지도 모른다. 문명이 발달하다 못해 오히려 두려움마저 느끼게 하는 오늘날에도 비만은 어쩔 도리 없이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시인은 이런 비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썼다. 터진 논바닥, 말라가는 밭고랑, 목마른 벼, 시든 콩잎. 이를 바라보는 시골 할머니 마음까지를 보듬는다. ‘젖은 손’은 비의 손이자 곧 시인의 마음이다. 시인은 얼마 전, ‘티슈, 손 내밀고 있는 하얀 손수건’이란 동시집을 내어 금년도 이주홍문학상을 받았다. 사물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독특한 표현으로 감동을 준다는 게 심사 소감이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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