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 때 청군에 함락 쓰라린 교훈... 숙종, 1만6천여명 동원 80일만에 완성 서양 함대 침략 저지 최일선 방어기지... 섬 해안선 요새화 전무후무 ‘국방유산’ 돈대마다 독특한 개성미… 볼수록 탄성
외세침략 항전의 역사, 강화돈대를 지켜라②
“산 위 돌더미가 유적이라구요?”
5일 오전 10시께 인천 강화군 길상면 동검도. 이 곳의 산 정상에는 둘레 261m에 이르는 강화돈대 중 가장 큰 규모의 동검북돈대가 있다. 하지만 진입도로는 물론, 안내표지판 등은 전혀 없다. 주민들도 가는 길을 모른다.
무작정 올라간 산 정상에는 잡목 숲 사이로 돌무더기가 나타났다. 비스듬히 선 안내판 하나가 이곳이 방치 중인 동검북돈대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석벽은 모두 무너져내려 흔적만 남았고, 면석은 여기저기 흩어져 흙과 낙엽 속에 묻혀 있다.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잡초만 자라고 전혀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그냥 산에 있는 돌 더미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내가면 국수산 자락. 한 펜션 뒷 길을 따라 산을 한참 오르니 석각돈대 안내판이 서 있다. 석모도와 교동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옆 곳곳에 성벽을 이루던 돌들이 흩어져 있다. 그나마 석축 위의 몇몇 기단석과 오로지 하나 남은 대포를 올려 놓은 곳(포좌)의 흔적이 이곳이 돈대임을 보여줄 뿐이다. 면석으로 쓰였던 원형 석재는 석각돈대를 오르는 계단으로 전락했다.
인천 강화의 옛 외침의 아픈 역사와 함께 현재의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강화돈대가 폐허로 전락하고 있다.
강화군에 따르면 강화지역에는 지난 1679년 조선 숙종 때 만들어진 돈대 48곳과 이후 추가로 생긴 곳까지 총 54곳의 돈대가 있다. 이 돈대들은 해안가나 접경 지역에 쌓은 소규모 관측·방어시설이다. 적이 침략할 때는 돈대 안에 비치된 무기로 방어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상당수 강화돈대는 성곽과 포좌 등도 남지 않는 등 사라져가고 있다. 오랜 세월의 풍화와 침식 작용에다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검북돈대와 석각돈대 이외에도 송곶돈대는 기단부만 남은 채 사실상 폐허로 남아 있다. 또 택지돈대와 섬암돈대도 돌무더기만 뒹굴고 있다. 이 밖에 토축이나 빈터만 남아있거나 안내판 하나 없는 곳도 여러 곳이고, 접근로도 없이 쓰레기장으로 변했거나 아예 저수지 밑에 들어간 곳도 있다.
특히 강화해협 해안도로 옆에 직사각형으로 위치한 화도돈대는 기단 부분을 화강암으로 말끔하게 복원했지만, 이 때문에 원형을 더 잃어버리기도 했다.
현재 54곳의 강화돈대 중 포좌와 낮게 쌓은 담(여장)까지 복원해서 모양을 갖춘 곳은 월곶돈대, 계룡돈대 등 9곳에 불과하다. 여기에 여장은 없지만 흔적이나마 온전한 곳은 좌강돈대를 비롯해 16곳에 그친다.
박흥열 강화군의원은 “강화의 54곳 돈대는 조선시대의 군사전략과 축성기술 그리고 이 산하에 어린 근대사의 아픔과 항쟁의 역사가 집약된 인류 역사상 희귀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화군은 물론 국가유산청이 나서 최대한 보전하고, 복원하는 등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무너진 석벽·사라진 포좌… 강화돈대 폐허 전락 [강화돈대를 지켜라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80558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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