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나도 가고싶다…

[문화카페] 인생이라는 극장과 오디션 철학

사람들은 누구나 좋은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각자가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게 좋아 보이는 삶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좋은 삶이란 흔히 ‘잘 사는 것’, 즉 성공적인 삶과 동격이라 여겨지고, 성공의 척도는 특히 인기와 연봉에 좌우된다. 성공에 이르는 길이 과거보다 다양해진 요즘, 우리는 대중문화 콘텐츠라는 일상에서 인생의 축소판을 쉽게 만나곤 한다. 최근 수년간 다양한 종류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다.특히 경쟁적 요소를 도입한 오디션에는 삶의 서사가 스며 있어 더욱 드라마틱하다. 니체는 “고대 그리스 문화의 강력한 특징들 중 하나는 경쟁(agon)”이라고 했다. 고대 그리스 축제에서 올림픽 경기나 비극 경연대회 등은 철저하게 경쟁의 원리에 의해 이루어졌다. 인간의 능력은 경쟁을 통해 가장 탁월하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춤이나 노래와 같은 특정 영역에서 남과 다른 뛰어난 재능을 발휘할 때 환호한다. 오디션이 인생이라는 드라마와 닮은 점은 실력이나 노력이 인기를 얻거나 성공하는 데 결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디션 참가자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대중들에 의해 평가된다. 전문가의 경우에는 특정한 기능이나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예측가능한 면이 있지만, 대중의 경우에는 말이나 성격 또는 행동 등 다른 요소들에 의해 상당히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나아가 프로듀스101이나 프로듀스48과 같이 특정 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한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춤이나 노래와 관련된 특정한 기능이나 능력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하지만 연출자나 편집자의 목적에 따라 어떻게 조명되고 편집되는가에 따라 대중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삶도 각자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 성공이 결정되는 듯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흔하게 일어난다. 스토아학파의 에픽테토스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고 다른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있지 않다”라고 한다. 우리에게 달린 것은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들이다. 이것들은 우리가 변화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바꿔질 수 있다. 반면 우리에게 달려있지 않은 것은 “신체, 재산, 평판, 지위” 등과 같이 개인의 의지나 노력에 의해서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지라도 예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좌절하고 절망하곤 한다. 누구나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과 마주치게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화 속의 영웅들처럼 괴물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이다. 현실에서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할 때, 아니 최선을 다해 견디어낼 때 진정한 영웅이 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영혼의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가진 이성적인 부분과 비이성적인 부분을 반복적으로 훈련해서 마침내 지혜와 용기 및 절제 등을 발휘하게 될 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평판이나 판단에 영향받지 않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생에서 오디션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수많은 고난과 역경과 마주하며 훈련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가장 탁월하게 발휘할 수 있다면 진정으로 삶을 즐길 수 있고 행복하게 될 수 있다. 장영란 한국외대 미네르바교양학부 교수

[9월 평양공동선언] 핵 없는 한반도, 서막을 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하고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소강 국면에 빠진 뒤 제자리를 맴도는 듯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이번 약속을 계기로 다시 탄력을 받을지에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 정상은 판문점 약속의 실천을 위해 평양공동선언 합의서 및 군사협력합의서에 최종 서명했으며, 서명에 따라 핵시설 폐기를 비롯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한 것보다 구체적이다. 남북 정상이 서명한 문서에 비핵화 조치를 명문화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공개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공동선언 5항에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한 것은 북한이 이전과 달리 한국을 북핵 협상의 당사자로 인정했다는 의미도 있다. 김 위원장은 “수십년 세월동안 지속돼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으며,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가기로 확약했다”며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내가 함께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이 모든 소중한 합의와 약속들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 남과 북은 오늘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합의했다”로 열었다. 문 대통령은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의 전문가들의 참여하에 영구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해 나가기로 했다”며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봄, 한반도에는 평화와 번영의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오늘 가을의 평양에서 평화와 번영의 열매가 열리고 있다”라면서 “양국이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핵 리스트 신고’ 조치 등으로 대변되는 ‘현재 핵 포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합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구폐기’를 거론한 동창리 시설의 경우 이미 해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데다, 추가 조치의 경우 미국의 상응조치가 전제돼 있으므로 기존 북한의 스탠스에서 큰 변화는 없다는 근거에서다. 그러나 핵 시설 폐기가 명문화된 선언문에 적시된 것 자체가 성과인 데다, ‘유관국의 참관’이라는 표현도 한 단계 진일보한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트위터에 글을 남겨 “김 위원장이 핵사찰을 허용하는 데 합의했다”며 “매우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배석자 없는 독대가 70분간 계속된 만큼, 선언문에 담기지 않은 비핵화 관련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다른 의제인 남북관계 발전이나 군사긴장 및 전쟁위협 종식에 대해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발표됐다. 우선 남북정상은 선언문에서 올해안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개최하는 한편, 조건이 마련되는 데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또 자연생태계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고, 현재 진행 중인 산림 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이른 시일 내 개소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남북은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2020년 하계올림픽을 비롯한 국제경기의 공동 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2032년 하계올림픽을 남북 공동으로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평양ㆍ서울공동취재단=강해인기자

수원 시외버스 운송업체 파업 예고…경기도, 비상수송대책 추진

경기도는 ㈜용남고속버스라인이 파업을 예고함에 따라 이용객 피해 최소화를 위해 비상수송대책을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도에 따르면 ㈜용남고속버스라인은 노조 측과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례에 걸쳐 임금인상, 신규입사 사전 노조동의, 노조활동 유급인정 등의 내용으로 협상조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종 협상이 결렬돼 오는 20일과 21일 이틀간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도는 해당 운송업체가 파업할 경우 13개 노선 59대가 운행을 중단할 것을 대비해 도 교통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꾸리고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등 비상수송대책을 추진한다. 먼저 고양, 동서울 등 전철을 이용해 이동이 가능한 수도권 권역에 대해 해당 터미널, 중간 경유지 등에 19일 ‘대체노선(5개 노선 35대) 이용방안 안내문’을 부착해 이용객의 혼란을 최대한 줄일 예정이다. 또한 천안, 대전, 태안 등 충청도 지역을 운행하는 노선에 대해서는 충청남도 지역의 공동운행사가 증차(7개 노선 24대) 할 수 있도록 17일 충남도청에 협조 요청하여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용남고속버스라인의 파업으로 인해 일부 운행구간의 이용객 불편이 불가피할 것이지만 일부 노조원의 운행복귀 움직임이 있고, 노ㆍ사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 타결 가능성은 남아있다”라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전세버스 투입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승구기자

경의선 복원·통일경제특구 탄력… 경기도, 최대 수혜주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기도가 한반도 평화 협력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를 전망이다. 남북 정상이 경의선, 통일경제특구, 임업 교류 등 경기도와 직결된 현안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연내 진행, 서해경제공동특구 조성, 환경ㆍ산림ㆍ보건ㆍ의료 분야 등에 대한 협력을 더욱 증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사항에 관련된 도의 정책 및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도는 남북 화해 분위기에 대비해 올해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책정시 평화통일 분야 예산으로 334억 원을 배정했다. 우선 경의선의 복원 사업이 올해 안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선언문의 ‘서해선 철도’가 경의선을 뜻하기 때문이다. 경의선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길이 518.5㎞ 복선 철도로, 2007년 12월부터 도라산~판문역 구간을 운행했지만 2008년 11월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10여 년간 중단됐다. 전체 구간을 운행하려면 북측 구간(개성~신의주)의 복원 사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도는 경의선을 1개의 축으로 하는 3대(帶) 3로(路) 전략을 구상 중이다. 경의축은 통일경제특구 조성, 남북 경의선 연결, 한강하구 남북공동 활용 및 명소 조성, 고양ㆍ파주 출판 및 문화콘텐츠 클러스터 구축, 개성 수학여행 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경의선 복원 사업과 함께 통일경제특구 조성도 힘을 받는다. 공동선언 내 서해경제공동특구인 통일경제특구는 개성공단처럼 경기북부 등 접경지역에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한 특구를 말한다. 특구 설치시 정부는 세제 감면, 기반시설 지원, 수도권정비계획법 같은 법률의 적용 배제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게 된다. 이재명 도지사도 6ㆍ13 지방선거 당시 통일경제특구법 통과의 적극 지원을 내세운 바 있다. 이와 함께 도의 환경ㆍ산림ㆍ보건ㆍ의료 분야 사업도 속도를 붙이게 된다. 도는 DMZ 생태평화지대 구축(환경), 개풍양묘장 재가동(산림), 말라리아 공동방역ㆍ결핵 퇴치(보건ㆍ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도는 이번 추경에서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200억 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이번 선언문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교류협력 사업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재개되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면서 “정부의 추가 조치에 적극 협조하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선호ㆍ여승구기자

[평양정상회담] 완전한 비핵화·종전 ‘北·美 빅딜열쇠’… 트럼프 설득 숙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합의를 한 가운데, 최대 관심은 합의문에 외에 담긴 ‘숨겨진’ 내용이 무엇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며 문 대통령에게 부탁한 추가적인 비핵화 관련 ‘약속’ 등이 있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합의문에 담긴 내용 이상으로 비핵화와 그 상응조치에 대해 언급했을 것으로 보여짐에 따라 오는 24일 뉴욕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전달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오늘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도 역시 “북미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조치들로 종전선언과 맞물린 북미대화의 교착지점을 돌파할 수 있을지 속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핵 리스트 신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철회한 정황이 포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전달을 부탁한 추가적인 내용이 있을지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정의용 실장이 공동선언 내용 외에도 비핵화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밝힌 것도 예사롭지 않다. 우선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관련, 보다 진일보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담겨 있을 수 있어 보인다. 핵시설의 완전히 폐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미국이 종전선언에 동의할 경우 11월 초 미국 중간선거 전에 영변 특정 시설의 폐기를 위한 중간 조치인 가동 중단을 하고, 그것을 감시할 국제 사찰단을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또 베일에 가려진 우라늄 농축시설과,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 등 구체적인 시설들을 거론하며 가동 중단과 폐기 일정표를 종전선언을 조건으로 언급했을 수 있다는관측도 나온다. 만약 이번 비핵화 관련 합의들이 최근 한미 외교라인의 조율 과정에서 종전선언과 맞바꿀 수 있다는 미국의 ‘OK’ 사인을 받은 것들이라면 이 정도로도 북미대화로 연결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종전선언’, 북한은 ‘선 종전선언 후 비핵화’를 고집해 북미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또 미국은 비핵화 조치 전에 남북경협이나 대북제재 완화는 없다고 제동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방문하고,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등 경협도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은 향후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도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비핵화의 중재자이자 촉진자 역할을 맡아 남북, 북미 관계 발전의 선순환을 이끌 전망이다. 오는 24일 뉴욕 한·미 정상회담 및 서울 남북정상회담, 제2차 북미정상회담 등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평양ㆍ서울공동취재단=강해인기자

[평양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 올해 서울 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실제로 서울을 방문할 경우, 분단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가 방남한 전력이 없는 만큼 최초가 된다. 김 위원장은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가까운 시일 내 서울 방문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앞길에 탄탄대로만 있지는 않을 것이나 우리는 그 어떤 역풍도 두렵지 않다”며 “세계는 오랫동안 짓눌리고 갈라져 고통과 불행을 겪어온 우리 민족이 어떻게 자기 힘으로 자기 앞날을 당겨오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나는 김 위워장에게 서울 방문을 요청했으며,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며 “여기서 가까운 시일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최초의 북측 지도자 방문이 될 것”이라며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오늘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명확히 보여줬다. 결단에 대한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이후 평양에서 3차례, 판문점에서 2차례 열린 바 있다. 즉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성사되면,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와 함께 ‘남북정상회담’의 주 무대가 서울로 옮겨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특히 남북 정상 간 상호 왕래의 물꼬가 트일 경우, 양국 간 적대 관계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도 관측된다. 변수는 경호문제다. 김 위원장 방문 상황에서 북한 정권에 비판적 시각을 지닌 극우보수단체들의 움직임이다. 일부 단체가 김 위원장 동선 주변에서 집회나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 사진 또는 인공기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인다면 정부로서는 난감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김 위원장 방문은 남북관계의 일대 전기가 될 중요 사건이지만, 집회·시위의 자유도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만큼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의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평양ㆍ서울공동취재단=강해인ㆍ정금민 기자

[김종구 칼럼] ‘대통령-이재용 회동’의 이상한 법칙

판에 박듯 닮았다. 7월 초,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방문 일정이 공개됐다. 삼성 현지 공장 준공식 참석이 있었다. 언론이 이재용 부회장을 주목했다. ‘문 대통령-이 부회장 회동 임박’이라며 대서특필했다. 한 켠에서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친여’라 할 노동ㆍ시민사회의 시각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가 초대하지 않았다” “(통상의) 범위와 형식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대통령 출국을 이틀 앞둔 6일의 일이다. 회동은 예정대로 이뤄졌다. 노이다 공장에서 9일 만났다. 분위기가 좋았고 일자리 얘기도 오갔다. 그런데 다음 날-더 정확히는 열서너 시간 후- 이런 속보가 떴다. ‘檢,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집무실 압수수색’. 혐의는 노조와해 기도다. 이미 해오던 수사였다. 책임자 상무는 이미 구속돼 있었다. 그런데 하필 압수수색 시점이 ‘문 대통령-이 부회장 회동’ 바로 다음 날이다. 정경유착 논란이 쑥 들어갔다. 노동계ㆍ시민사회가 잠잠해졌다. 그러더니 또 이런다. 9월 16일 청와대가 방북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 중에 52명의 특별 수행단이 있다. 최태원, 구광모, 현정은 등 재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삼성 이 부회장도 명단에 들어갔다. 친여 성향 쪽에서 또 비난이 나왔다.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대통령과 피고인이) 밀착되어서는 엄정한 사법적 판단이 안 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청와대가 또 해명했다. 이번에는 임종석 실장이 직접 나섰다. “재판은 재판, 일은 일이다.” 하루 뒤, 눈에 익은 기사가 떴다. ‘檢, 삼성 에버랜드 전격 압수수색.’ ‘노조와해 기도’라는 혐의가 7월과 같다. 9월 10일에 접수된 사건이다. 고소인은 삼성 협력사 노조, 피고소인은 삼성 계열사였다. 그중에 에버랜드를 검찰이 치고 들어간 것이다. 역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동행 방북’을 하루 앞두고다. “재판은 재판, 일은 일”이라던 임 실장의 해명이 마치 예언처럼 들어맞았다. 웅성거리던 ‘친문’여론은 다시 한 번 조용해졌다. 우연일까. 이쯤 되면 법칙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이 부회장이 대통령 만나면 삼성엔 압수수색 들어간다!’ 압수수색은 수사 중 강력한 단계다. 본격 수사로 향하는 상징적 행위다. 제3자에 비치는 모습도 그렇다. 상대가 세계적 기업이라면 더하다. 삼성 압수수색 장면을 보는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삼성을 계속 밀어붙이는구나’. 이런 해석도 있었다. ‘삼성을 바꾸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구나’. 여론 흐름을 잘 알고 있을 검찰이다. 그런 검찰이 ‘대통령 회동’ 얘기만 나오면 치고 들어갔다. 이걸 우연이라고 봐야 하나. ‘공안감(公安感)’이라는 말이 있다. 검찰 출입기자 시절 들었다. 대충 풀면 이렇다. ‘정치가 가려는 방향을 읽는 감각’. 특히 대형 사건을 처리할 때 얘기됐다. 그 공안감을 이번 일에 대입해보자. -삼성의 경제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일자리ㆍ경협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대통령이 삼성 부회장을 만났다. 그런데 그때마다 검찰이 삼성을 치고 들어갔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혹시 이러지 않을까. ‘공안감이라곤 없는 검사다’. 그런데 이 공안감을 한 번 더 뒤집어 보자.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는 건 업무다. 요즘 같은 경제위기 땐 더 절실하다. 그런데 걸리는 게 있다. 노동계ㆍ시민 사회세력의 시선이다. 정경 유착이라며 삐딱하게 본다. ‘재판은 재판, 일은 일’이라고 해보지만 달래기 쉽지 않다. 이때 검찰의 압수수색이 등장했다. 삼성에 대한 정부의 초심이 변함없음을 한 방에 증명했다. 이쯤 되면 평가가 달라지지 않겠나. “공안감이 뛰어난 검사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아주 오랫동안 알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쪽이 옳은지는 말할 수 있다. 차라리 ‘공안감 없는 검찰’이었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의 기업인 회동이 당당해진다. 검찰의 압수수색도 당당해진다. ‘공안감 뛰어난 검찰’이었다면 큰일이다. 대통령의 기업인 회동이 치사해진다. 검찰의 압수수색도 유치해진다. 공안감이 뭔가. 권력에 맞추는 정치 행위다. 문재인 정부는 그걸 적폐라 했다. 그런 정부가 이런 의혹을 사면 되겠나. 반복되는 ‘이재용 법칙’을 보면서 안 좋은 얘기들이 많아지고 있다. ‘짠거 같다’ 主筆

[삶과 종교] 추석 제사와 가족 간의 사랑

가을이 점점 익어간다. 누런 황금 들판의 저녁과 붉은 노을이 얼마나 인상 깊었으면 가을 저녁을 조상님들께 감사드리는 날로 삼고, 음력 8월 보름을 추석(秋夕)이라 했을까?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결실의 계절이다. 현재의 이 풍성한 가을을 감사하면서, 집집마다 가족들이 모여서 나와 우리 형제·자매들을 낳고 기르신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그 어머니와 아버지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그리워하며 기리는 제사를 지낸다. 곧 다가올 겨울에는 무서운 추위가 찾아오고, 온갖 작물들은 스스로 생명의 기운을 감추고 깊게 잠들어 쉬기를 요청받는다. 그래서 가을에서 가을만을 느끼는 것은 가을을 온전히 다 느끼는 것이 아니다. 가을에서 지난 여름과 다가올 겨울과 봄 그리고 새로운 여름을 함께 느끼는 것이 이 가을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다. 곡물 하나하나에서 지난 여름의 뙤약볕과 불타는 땅의 목마름과 또 그 속에서 이따금씩 내리는 하늘의 빗줄기와 농부의 땀방울이 아로 새겨진 것을 모두 볼 수 있는가? 우리가 보는 그 곡물 안에 이와 같이 우주적 연기법(緣起法)에 따른 전체 우주가 수렴되어 있는 것이다. 수많은 그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이 각각 각자의 인생을 살아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아들들과 딸들이 또 각자 살아갈 것이다. 그 각자들은 각자들이면서 과거의 조상과 미래의 후손들이 모두 함께 수렴되어 있는 것이다. 제사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을 기리고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동시에 자신과 자녀들을 그리워하고 기리고 살리는 것이다. 내 안에는 조상님들의 흔적과 유전자들을 담고 있고, 또 후손들에게 그것들이 전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제사는 조상에게 지내는 것으로만 이해될 것이 아니라, 동시에 자신과 후손들을 함께 돌보는 것이다. 나의 흔적과 유전자들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어머니들과 아버지들 그리고 우리 자녀들의 공통 유산이다. 제사를 그만두자거나 생략하자거나 하는 어떤 가족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얼마나 외로운지를 드러내는 외침이다. 그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가족들 사이에 있는 어색함과 불편함 그래서 점점 멀어져가는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때 더욱 필요한 것은 가족 간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배려다. 풍요로운 가을이 메마른 가을로 변해가는 것은 가을이 풍요롭지 않아서가 아니라 가족의 사랑과 존경 그리고 배려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뜻이다. 제사지내기를 꺼리는 것은 거기 행복과 감사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소리다. 가을에는 주위의 가족들을 더욱 사랑하고 배려하며 감사하자. 그것이 조상을 기리는 제사다. 그것이 자녀를 잘 기르는 교육이다. 그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자기 사랑이다. 자기 사랑이, 가족 사랑이고, 조상 사랑이고, 자녀 사랑이다. 가을 한계절에 사계절을 모두 보고 온전히 느끼는 것처럼, 주변의 가족들을 사랑하는 것 속에서 곧 조상을 기리며 자신을 사랑하고 자녀를 사랑하는 것을 다 보아야 할 것이다. 가족의 행복이 곧 조상을 기리는 제사와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다. 김원명 한국외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