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재난문자에 깜짝… '서울·경기'도 문자 온 이유

경북 경주 동남동쪽 19㎞지역에서 30일 오전 4시55분께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이를 알린 재난문자에 놀란 시민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 진도는 경북이 Ⅴ(5)로 기록됐으며 인근인 울산이 Ⅳ(4), 부산과 경남이 Ⅲ(3)으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지진 감지 직후인 오전 4시55분께 전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고, 재난문자의 경보음에 놀란 시민들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 분주히 움직였다. 이 때문에 X(트위터) 대한민국 트렌드는 문자 발송 30분도 되지 않아 1~5위가 모두 지진 관련 단어로 도배됐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재난문자 경보음에 잠을 깼다며 경북 경주와 먼 지역까지 문자가 온 사실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안내문자가 전국,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발송된 건 지진 재난문자방송 운영 규정에 따른 조치다. 기상청의 관련 규정을 보면 규모 내륙에서 규모 4.0 이상~ 5.0 미만, 해역에서 규모 4.5 이상~5.0미만 일때는 전국으로 관련 문자를 송출하게 돼 있다. 내륙 규모 3.5이상~4.0미만, 해역 규모 4.0이상~4.5미만은 반경 80㎞ 해당 광역시도에 문자를 보내며 내륙 규모 3.0이상~3.5미만, 해역 규모 3.5이상~4.0미만은 반경 50㎞에 해당하는 광역시도에 문자를 보낸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5시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지진 위기 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허점투성이’ 경기도내 명소… 외국인 발길 ‘뚝’ [현장, 그곳&]

29일 낮 12시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인 포천시 영북면 포천한탄강하늘다리 일대. 관광 명소임에도 식당·카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광안내소는 텅 비어 불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고, 안내 팜플렛과 안내판 대부분은 한글로만 적혀 있었다. 한 외국인관광객은 한참 안내판을 응시하다 휴대폰으로 안내판을 촬영했다. 싱가폴인 실리아씨(42·여)는 “내용 해석이 안돼 안내판 사진을 찍어 한국인 친구에게 물어보려 한다”며 “이럴 경우 매번 번역기를 쓰거나 친구에게 묻는데 번거롭다. 작게나마 영문 표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구리시 우미내길 고구려대장간마을 일대 상황도 마찬가지. 이곳이 영화 ‘안시성’ 촬영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은 한글로만 적혀 있었다. 먹거리나 즐길거리도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외국인들의 편리한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교통 정보 안내는 물론 버스 정류장조차 보이지 않았다. 외국인관광객들의 국내 방문율은 대폭 증가한 반면, 경기도를 찾는 외국인들의 방문율은 되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 1~3분기(1~9월) 외국인관광객 수는 765만151명으로, 지난 2019년 동기간(145만9천664명) 대비 424.1%p 증가했다. 반면 경기도내 외국인관광객들의 발길은 끊기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3년 외래관광객조사’의 분기별(1~3분기) 자료에서 지난 2019년과 2023년의 경기도 외국인 관광객 방문율을 비교한 수치를 보면 1분기 2.7%p, 2분기 1.7%p, 3분기 2.3%p로 각각 떨어졌다. 분기별 하락폭은 모두 전국 최대 수준이다. 경기도 관광명소 방문율이 감소하는 주된 이유로는 다방면의 ‘홍보’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정작 지역 관광지에 대한 안내 등 정보 제공, 교통 등 인프라는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도는 10개국 12개사 해외 대형 여행사 플랫폼을 통한 지역상품 판매, 드라마·영화 촬영지 홍보, 현지 박람회를 통한 마케팅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가 무색하게 현장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경기관광공사의 ‘2022년 경기도 주요 관광지 방문객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외국인관광객의 지역 재방문 비의향의 이유로 ‘볼거리·즐길거리 부족’(37.3%)이 가장 많았고 이어 ‘교통편 및 도로혼잡’(18%)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관광지 관련 정보 부족’(5.4%) 등도 있었다. 김경배 성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는 “홍보도 필요하지만, 지역 관광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게 ‘수용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다양한 언어로 지역의 독특한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 구축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다양한 홍보 활동과 함께 산업관광 등과 연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경북 경주 지진 규모 4.3→4 조정

경북 경주에서 규모 4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30일 오전 4시55분께 경주 동남동쪽 19㎞지역에서 이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후 오전 5시7분께 규모를 4.0으로 조정했다. 진앙은 북위 35.79도, 동경 129.42도이며, 발생 깊이는 12㎞다. 이번 지진 진도는 경북이 Ⅴ(5)로 기록됐으며 인근인 울산이 Ⅳ(4), 부산과 경남이 Ⅲ(3)으로 기록됐다. 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이나 창문 등이 깨지거나 불안정한 물체가 넘어지는 수준을 말한다. 진도 4는 실내에 있는 많은 사람이 인지할 수 있거나 밤에 잠에서 깨기도 하며,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다. 3은 실내 중 건물 위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움직임으로 정지한 차가 흔들리는 수준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5시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지진 위기 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청에 접수된 유감 신고는 오전 5시15분 기준 경북 49건, 울산 40건, 부산 6건, 대구 10건, 충남과 전북, 창원에서 각각 1건 등 108건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해당 정보는 이동속도가 빠른 지진파(P파)만을 이용해 자동 추정한 정보라 상세분석을 통해 규모를 조정한 것”이라며 “낙하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진동이 멈춘 뒤 야외 대피하는 등 지진 행동강령을 참고해달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경북 경주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진 발생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지진으로 인해 원전 가동에 지장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전국 가동원전은 지진으로 인한 영향 없이 모두 안전운전 중"이라고 밝혔다. 한수원 월성원자력 본부와 지진 진앙지는 10㎞ 가량 떨어져 있다.

차별·효용성 ‘논란’… 경기도 기회소득 ‘난항’ [긴급진단]

민선 8기 핵심 사업인 ‘기회소득’ 저변 확대에 나선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의 비판과 정부의 제동으로 사업 추진 및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도의회는 농어민, 기후 행동 기회소득 등 도의 신규 사업에 대해 민선 7기 기본소득 또는 정부 유사 사업 대비 차별성, 효용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기회소득 자체를 ‘지양해야 할 현금성 복지’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2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도가 제출한 장애인 기회소득 예산 100억원을 심의, 30% 감액 의결했다. 기존 수혜자의 1인당 지급액을 늘리겠다는 도의 계획이 아직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변경 협의를 거치지 않아 유사시 불용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회보장급여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특정 대상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복지 정책을 시행 또는 변경하려면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와 제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실제 도는 올 상반기 교통 법규를 준수한 배달 노동자에게 ‘안전 기회소득’을 지급하기로 하고 복지부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복지부가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협의’를 결정,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당시 도는 별도의 실증 작업을 거쳐 재협의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 영향으로 내년 예산안에 사업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10월 정부는 사회보장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자체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시 현금성 복지를 지양하도록 기본 방향을 의결했다. 문제는 도가 복지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내년 체육인과 농어민 기회소득 신규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예산안의 도의회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복지부 협의 여부에 따라 좌초,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내부에서는 30일 심의가 예정된 농어민 기회소득 예산과 관련, 민선 7기 기본소득 사업 간 중복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도는 농민·농촌 기본소득을 지급 중인데 기회소득과 기본소득 간 충돌, 중복 지급에 따른 재원 낭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체육인 기회소득 예산안은 이날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 원안 가결됐다. 아울러 탄소 중립에 참여한 도민의 활동을 화폐 가치로 환산,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기후행동 기본소득은 정부 정책과의 중복 우려가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유사한 구조로 시행 중인 탄소중립포인트제도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기후행동 기본소득이 차별성과 효용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내부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예술인, 장애인 기회소득 신설에 성공한 사례를 토대로 복지부와의 사회보장제도 협의에 전념하는 한편, 도의회를 설득해 관련 예산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연표 기회소득…미래 지향점 vs 계층 장벽 [긴급진단]

김동연표 ‘기회소득’을 두고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렸다. 빈부격차 해소 등을 위해 장기적으로 여러 계층의 소득 보장 제도를 늘려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오히려 계층 갈등만 일으킨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9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는 우리 사회 장기적인 ‘지향점’이라고 주장했다. 계층 간 소득역전 현상을 막고 사회 약자들의 경제활동 보장을 정부나 지방정부가 독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김동연표 ‘기회소득’의 지향점을 명확히 정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지난 2009년 당시 국내 학계에서 생소했던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한 인물이다. 강 교수는 “저출산 시대가 이어지면서 계층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기회소득 지향점을 미래적으로 제시해 다양한 계층, 직업군이 일을 하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의회가 기회소득을 두고 쟁점화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래 사회를 위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면 기회소득 같은 소득 보장 제도는 오히려 계층 간 장벽을 쌓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기회소득 수혜자는 예술인과 장애인을 시작으로 현재 체육인, 농어민, 기후 대응 동참 주민, 배달노동자 등으로 확대·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재원은 사회 구성원의 소유물인 ‘공유부’에 대한 부분으로, 특정 계층과 직종에 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다.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재원은 특정된 곳에 몰리는 것이 아닌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 구성원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소득보장 제도보다 소득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 활동 영역이나 범위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존 복지정책도 소득보장 수준이 낮고 사각지대가 많은 상황에서 특정 직종에만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장기적으로 계층 갈등 등의 우려가 발생할 수 있어 소득분배 개선과 사회약자 양극화 해소라는 사회복지적 목표를 추구하는 정책대안 제시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직종에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제도는 전형적인 선거용 포퓰리즘일 뿐”이라며 “특정 직종에 대한 근로의욕 강화나 활동 발판을 끌어낼 방안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경기만평] 마음이라도 편하게...

[사설] 외국인 노동자 확대, 열악한 노동•주거환경도 개선해야

정부가 내년도 외국인 노동자 고용 허가 규모를 16만5천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 외국인 인력은 노동환경과 처우가 열악해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내국인 일자리 잠식 가능성, 외국 인력 관리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모를 늘렸다는데 보호 대책이 미흡해 여러 가지 문제가 우려된다. 기피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질수록 임금 체불과 인권 침해, 사업장 이탈로 인한 미등록 체류 등 많은 문제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는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E-9 비자(비전문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다. 2022년까지 5만~6만명 수준이던 한 해 고용한도는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급증해 올해 12만명으로 늘어났는데 내년엔 4만5천명을 더 늘린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고용허가 배경으로 ‘빈 일자리’와 ‘현장 수요’를 들었다. 외국 인력 허용 업종은 중소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 확대돼 내년엔 음식점업, 광업, 임업이 추가된다. 서비스업은 올해 2천870명에서 내년 1만3천명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난다. 열악한 노동환경 탓에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임업과 광업 사업장에선 외국 인력을 쓸 수 있게 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들어오기에 앞서 이들이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일하고 생활할 기반 조성은 안 돼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열악한 사업장 특성상 지금도 임금 체불, 주거 문제 등이 심각한데 대규모 인력을 들여왔을 때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음식점의 경우 추가근로수당이나 노동시간 등에 있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도 고용허가 대상에 포함돼 있다. 외국인 근로자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이들의 체류 상황이나 노동 조건 등 제반 여건에 대한 실태 점검과 개선 방안이 시급히 요구된다. 취약 일자리에 대한 개선 없이 외국 인력으로 빈자리를 채울 경우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정부는 호텔·콘도 업종에 대해서도 고용허가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중고령 여성 노동자 중심의 일자리였던 음식점·숙박 업종의 경우 더 값싼 노동력으로 대체될 수 있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의 대안이 무조건 외국 인력 도입으로만 귀결되는 정책 방향은 문제가 있다. 대규모 외국 인력 도입 이후 파생될 문제에 대한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해당 업종 노동계와의 논의, 기존 허용 업종에 대한 평가 및 개선 등 재고해야 할 게 많다.

[사설] 인천 떠나 서울로… 그림의 떡 ‘인천형’ 청년복지

청년들이 인천을 떠난다고 한다. 인근 서울 경기에 비해 청년정책 수혜가 없어서다. 똑같이 삶이 팍팍한 청년들임에도 인천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한다. 서울로 주소를 옮기면 그 날부터 혜택이 달라진다. 청년통장이나 청년월세지원 등의 복지다. 한 지역사회의 청년 유출은 보통의 문제가 아니다. 유인책을 써 불러들여도 모자랄 판에 있던 청년마저 떠나간다니. 경기일보(11월24일자 3면)에 비친 인천 청년들 사연을 보자. 인천 미추홀구에 살던 한 청년은 곧 직장이 있는 서울로 거처를 옮긴다. 서울 월세가 비싸지만 서울시에서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 살고 있는 집 월세는 36만원, 서울에 알아본 집은 월 50만원이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2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직장과도 가까워져 교통비. 월세 다 아낄 수 있다. 인천 남동구의 카페에서 일하는 한 청년은 서울 경기에 사는 친구들이 부럽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지만 그곳 친구들처럼 청년통장을 들어 목돈을 만들지 못해서다. 청년통장은 3년간 매월 10만원씩 저축하면 인천시가 640만원을 보태줘 1천만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인천의 ‘드림For청년통장’은 가입 조건이 까다롭다. 19~39세 청년 중 제조업과 지식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한한다. 인천시 청년정책의 진입장벽이 전반적으로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청년정책을 홍보할 때는 ‘나도’, ‘우리 아이도’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막상 신청하려 들여다보면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인천형 청년월세지원사업’은 19~39세 청년들에게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한다. 단,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에만 해당한다. 반면 서울은 중위소득 150%까지 지원한다. 인천형 청년통장도 마찬가지다. 인천 청년 83만여명 중 834명(0.1%)에게만 가입 자격이 돌아간다. 경기도 청년들은 어떤가. 어떤 일자리에 종사하든 2년 만기를 채우면 580만원을 지원받는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과제가 청년 문제 풀기다. 만성적 취업절벽은 ‘그냥 쉬는’ 지경까지 왔다. 비혼 저출산 문제도 그들의 홀로 서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들을 다시 일으키려는 청년정책이다. 그런데 이름만 ‘인천형’이지 정작 청년들은 인천을 떠나려 한다니. 인천시 살림살이가 그 정도로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겉으로만 요란하고 내용은 없는 생색내기 청년정책은 문제다. 시내를 나가 보면 아직도 연말이라고 멀쩡한 보도블록을 파헤치고 있다. 시민 세금의 자원배분이 청년들에게만 유독 인색한 것인가. 장벽을 낮춘, 좀 더 보편적인 청년정책이 아쉽다.

[김종구 칼럼] 정제 안 된 ‘김건희 공격’, 젊은이들 돌아선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강욱 전 의원을 징계했다.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이다. 내용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오는 건 절차다. 당 윤리심판원을 건너뛰고 징계했다. 당규 7호 32조 등에 따른 비상 징계라고 했다. ‘비상한 시기에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가 있을 경우...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라고 본 것이다. 기자들이 당규를 공부해야 했다. 그만큼 전례 없고 강한 징계다. 이재명 대표 뜻이라고 한다. 당이 그렇게 설명했다.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다’(21일),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22일). 분위기 파악 못한 이는 유탄을 맞았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다. 22일 유튜브 방송에서 최 전 의원을 옹호했다. ‘(최 전 의원 발언이)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 민주당 대처 방식까지 싸잡았다 ‘왜 민주당은 매번 우리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나’. 이틀 뒤 ‘짐작되는 이유’로 사표 냈다. 최 전 의원의 발언은 이거다.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 “내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다”. ‘설치는 암컷’이 지칭하는 대상은 다 안다. 언론도 ‘김건희 여사’라고 쓰고 있다. 최 전 의원도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로 반박했다. 보수 언론이 증폭시켰고 여권은 들고일어났다. 익숙한 장면이다. 3년짜리 김건희 공격이다. 전가의 보도로 쓰고 있다. ‘술자리 쥴리’를 던져 술집과 연계시켰다. ‘검찰총장 아내’를 던져 뇌물과 연계시켰다. ‘중국 출장’을 던져 스캔들과 연계시켰다. ‘과거 사진’을 던져 성형과 연계시켰다. 영부인이 돼도 멈추지 않는다. 옮겨 적기 민망한 ‘빈곤 포르노’까지 동원됐다. 주식 논란·고속도로 논란·명품 가방 논란 등을 빼면 대개 이런 유의 황색 프로파간다다. 당이 중징계를 한 것이다. 여성, 그중에도 젊은 표심을 본 건 아닐까. 실제로 반발이 많다. ‘(최 전 의원은) 인간이 되기 틀렸다’, ‘진짜 한심해 죽겠다’. 31세 류호정 의원(정의당)의 분노다. ‘진짜 오만정이 다 떨어지는 발언이다’, ‘같이 계셨던 의원님들은 심지어 이 설치는 암컷 발언 듣고 같이 웃었다’. 27세 박성민 전 최고위원(민주당)의 분노다. 같은 당, 같은 야권 정치인인데 이렇게 분노했다. 정치권 밖 젊은이들의 평가도 이와 비슷하다. 28세 청년 ‘민규’씨. 취업 준비 중인 공학도다. 대통령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정치는 관심 없어서 잘 모른다’면서도 ‘못한다. 앞으로 잘하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 그가 ‘김건희 공격’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견을 낸다. “그게 우리 정치 발전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국가를 경영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대통령 부인의 사생활 놓고 저렇게 떠들 가치가 있나요”. 옆자리 친구도 ‘같은 생각’이라며 거든다. 이들이 젊은이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다른 의견도 많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들 주장에 깔린 정서다. 2030세대는 여성·결혼관을 말함에 당당하다. 아내가 경제력이 있는 건 좋은 거라고 말한다. 가정 밖의 사회생활은 각자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부부라도 프라이버시는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 기준으로 보니까 ‘김건희 공격’이 이해 안 되는 것이다. ‘영부인은 설치면 안 되나요?’. 기성세대의 영부인관(觀)이 있다. 조용한 조력자다. 그들에게 ‘김건희 영부인’은 문제 있다. 거론 자체가 불편하다. 반면 젊은 세대의 영부인관도 있다. 당당한 동반자다. 그들에게 ‘김건희 영부인’은 문제 없다. 공격 자체가 불편하다. 물론 밝힐 건 밝혀야 한다. 속 시원히 밝히면 된다. 문제는 정제되지 않은 비방이다. 해선 안 될 사생활 까기다. 이 의미 없는 짓을 4월까지 밀 건가. 민주당에 남은 ‘대선의 추억’이 있다. ‘7시간 대화록’ 틀었다가 ‘김건희 원더우먼’ 만들었던 역풍의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