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사회, 길을 묻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

진영 논리로 옳고 그름과 네 편 내 편이 갈리는 시대. 정의와 정치, 시민과 정치권, 진영과 진영을 잇는 방법은 무엇일까. 또 이 시대를 살아내는 용기엔 무엇이 필요할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조국 저격수’, ‘대장동 저격수’로 불리는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53)를 만났다. 그의 이력은 2019년 이른바 ‘조국사태’ 이후 확 바뀌었다. 혹자는 ‘진보의 아이콘’이었다가 ‘보수의 스피커’로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를 문제라고 지적할 뿐”이라는 그에게 진영 논리는 옳고 그름의 대상이 아니다. “사실과 의혹에 따라, 사회적으로 옳은 일인지 아닌지에 따라 할 말을 할 뿐”이라는 그에게서 조금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 좋은 웃음소리 뒤엔 곱씹고 곱씹은 고민 끝에 나온 버릴 것 하나 없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인터뷰를 메웠다. ■ 사회적의미 있는 일 파헤치는 ‘덕후’ 김 회계사는 돈의 의혹, 흐름을 좇는 곳엔 늘 등장한다. 1998년 참여연대에 발을 들인 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다스 비자금 사건, 미르재단 등등 참여연대 시절 거대 권력의 범죄 의혹을 서슴없이 파헤쳤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론 이른바 진보 진영의 ‘내로남불’에 앞장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온갖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찾는 일들은 그의 말대로 표현하자면 “삽질”이다. 공시된 자료나 등기부 등본, 혹은 1만원짜리 유료 정보를 사서 확인하고 분석한다. “굴삭기 한 대면 한 시간에 할 일을 혼자서 야전삽 하나 들고 와서 20~30일 걸려서 하는 거예요. ‘조국사태’ 때 핵심 사안들을 국세청 단말기 한 대만 있으면 하루에 다 할 일을 20~30일 걸려서 퍼즐 맞춰가면서 했어요.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이 나서서 하면 한 시간 걸릴 걸 내가 왜 일주일 걸려서 하나, 국가나 돈 많은 분들은 왜 이런 일을 안 하나 싶을 때 뭐랄까, 좀 허무하더라고요.” 돈 많은 이들도, 국가도 하지 않는 일에 그는 왜 불나방처럼 뛰어들까. 그는 스스로를 ‘덕후’라고 표현했다. 돈이 안 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익적인 일을 파헤치는 걸 좋아하는 기질 말이다. 김 회계사는 조국 사태가 벌어진 2019년, 21년간 몸 담았던 참여연대를 떠났다.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해 조사한 내용에 대해 발표하려는 논평과 성명은 계속 ‘커트’ 됐다. 그는 판단했다. “사실적인 판단과 자료를 가지고 사건을 논하는데, 진영 논리에 따라서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말이 나오구나. 이곳은 더 이상 있을만한 곳이 아니구나”. 21년간이나 몸을 담았던 곳이지만, 미련은 없었다. 친목이 아닌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회 견제와 감시를 위해 모인 단체인데, 더 이상 그 기능을 하지 못한다 생각이 들면 단호하게 끊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참여연대 시절엔 재벌과 이와 연계된 보수 정치권에 메스를 들었다면,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는 “나도 사석 술자리에선 지난 이명박·박근혜정권땐 재벌과 싸우는데, 문재인정부에선 ‘잡범’과 싸운다는 표현을 했었다”면서 “어제 경기에 오른 투수를 비판할 수 없으니 앞으로 2개월여간 라임펀드,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펀드 등 이재명 의원 주변의 사건이 정리되면 당연히 또 윤석열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권력형·금융경제 범죄 단죄하고, 극단적 권리당원 선거권 제한해야 김 회계사 본인이 생각하는 정치 성향은 어떨까. 그는 “20대 때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노동운동을 해와서 스스로 진보라 생각했지만, 이를 자처하기에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지적,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보수정치를 이겨내고 이끌어내는 게 진보라 생각하는데, 내가 그만한 지적, 도덕적 우위에 있나를 생각하면 자신 없어 스스로 진보라 자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우리 사회의 ‘자칭 진보인사’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보단 지적,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본다. 또 진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미력하게나마 내가 도움을 주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진보라고 해도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쉽게 던진 질문에 뒤 이은 그의 답변은 긴 세월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한 많은 고뇌와 시사가 있었다. 한 마디 한 마디 쉽게 뱉는 답이 없었다. 그런 그는 윤석열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 현안으로 ‘권력형 범죄, 금융경제 범죄’를 꼽았다. 김 회계사는 “과거 정권에 있어왔던 사모펀드 사건과 이재명 의원 주변에서 벌어진 대장동, 성남 FC 의혹은 권력의 영역에서 일어난 권력형 범죄”라며 “사모펀드 피해는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간 어마어마한 사건이고 현재도 반복, 재생산되고 있다. 세계경제 차원에서 벌어지는 인플레이션 등 복잡한 와중에 경제영역 벌어지는 금융경제 범죄를 손 놓으면 위험하다. 과거정권에 있었던 사모펀드 명백히 밝혀내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들이닥친 경제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로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정치는 결국 국민의 마음과 맞닿는 것. 김 회계사가 보는 국민 마음에 와 닿는 정치는 무엇일까. 그는 “우리나라 정치^의회 구조는 쭉정이들, 악화들만 뽑아내는 구조인 것 같다”면서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권리당원들이 선거권을 가지는 구조는 ‘문빠’ 같은 극단적인 인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런 권리당원들이 극단적인 편중을 들어 정치를 한다면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논쟁만 할 뿐이란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며 선거개혁, 정치개혁을 외치시는데 권리당원들이 가진 선거권 등을 시급하게 바꿔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 할 말 안 하는 ‘해괴한 시대’… 시민들이 바꿔가야 김 회계사가 청문회장 등에서 뱉은 말은 늘 SNS를 뜨겁게 달군다. 정치권으로도 논쟁이 이어진다. 많은 이들이 지지하고 격려하기도 한다. “평범한 말과 글을 쓰고 하는데,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누군가는 해야 할 말, 누군가는 써야 할 글을 안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 시민사회가 생산성이 없어지고 존립 근거도 스스로 없애버린 것 아닌가 싶어요.” 그런 그를 많은 이들은 ‘해괴사’라 부른다. 민주당 법사위 의원들이 검수완박법을 강행하기 위한 온라인 회의에서 최강욱 의원이 동료 김남국 의원에게 했다는 발언에 대해 ‘ㅉ이냐 ㄸ이냐’에 관해 최종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이상 ‘짤딸이’라 칭하겠다며 해학과 풍자를 안기기도 했다. 해괴사에는 그의 평소 가치관과 철학이 담겨 있다. “해괴사는 제가 생각해도 참 재밌어요. 해괴한 일들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시나봐요.” 사실 그처럼 공적인 영역에서 뛰는 회계사들은 드물다. 대학생 시절 노동운동을 하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1998년 회계사가 됐지만, 곧바로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해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경제금융센터 소장을 지냈다. 직장인이라도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했고 줄곧 직업을 실현해 나가면서 금전적이든 시간적으로든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왔다. “민변 등 변호사분들의 공익적 활동은 많은데, 전 때론 이걸 정말 나 혼자 해야 하나?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하지만 나이 서른에 회계사 자격증을 따면서, ‘40세 되어도 노트북 들고 다니면 불행한 회계사’란 말을 들었는데, 지금 불행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삽으로 두 달 동안 의혹을 파는 일이라도, ‘삽질을 함께 해 줄 사람이 있으면 조금 나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커요.” 경기일보 고정 필진으로 지난 1년 넘게 써온 그의 칼럼들만 봐도 ‘송곳’이 느껴진다. 세상에 대한 관심과 할 말은 해야겠다는 용기, 그런 소신에서 나온 확신의 발언들이다. 그는 “이 시대를 사는 일반 시민들께도 권해드리고 싶다”며 조심스러우면서도 단단한 어조로 마지막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한 명 한 명은 물리적으로 보아도 일부는 사회적인 몸으로 구성돼 있어요. 일반 시민 한 분 한 분이 본인이 가진 사회적인 책무를 조금씩 진다면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또 그런 자세가 이 시대에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경율 회계사는… 대한민국의 공인회계사이자 시민운동가이다. 1969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한 지 11년 만에 졸업했다. 대학 시절 성남 등지에서 노동운동을 하고 1998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회계법인 등에서 회계사로 활동했다. 이후 시민단체에 뛰어들어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경제금융센터 소장 등을 지내며 론스타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다스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거대 권력, 경제 권력을 파헤치며 참여연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2019년 9월 29일 이른바 ‘조국 사태’로 21년간 몸 담았던 참여연대에 결별을 선언한 이후 2020년 출범한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정자연기자

[정치를 잇다] 대치 극복 협치 열자

윤석열 정부·국회, 허니문 기간 ‘소통’ 말뿐… 여야 원구성 깊은 상처 도의회도 ‘판박이’… 김동연 지사·국민의힘 도의원들 ‘동상이몽’ 국정운영의 경우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3월24일 민주당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걸어 “국회와 함께 잘 소통해서 협치를 이끌어가길 희망한다”고 밝혔고, 다음날인 25일에는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축하 난을 전달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안보와 민생에는 여야가 없기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화답하며, 국회 존중과 소통을 당부했다. 이어 4월8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고 5월29일 62조원 대의 추경안을 통과시킨 뒤 전반기 임기가 끝났지만 후반기 원 구성을 놓고 여야의 지루한 공방전으로 53일간 국회 공백을 초래, 여론의 비난을 자초했다. 54일 만에 민생를 외면하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에 떠밀려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이 과정에서 여야는 각각 다수야당의 협치, 집권여당의 협치를 먼저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대해 ‘입법독주’, 민주당은 정부·여당을 향해 ‘국정독주’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자극하기도 했다. 도정 역시 국회와 여야가 뒤바뀌었을 뿐 공방을 벌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책 조정의 낮은 수준 협치부터 주장하는 민주당 소속 김동연 지사에 대해 국민의힘 도의원들은 “협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남경필 전 지사가 펼친 연정수준의 협치를 주장하며 맞서, 도의회 원 구성도 못하는 파행이 이어졌다. 김진표 후반기 국회의장 “송무백열, 여야는 좋은 친구” 일성 담판 중심 협상문화, 토론 중심 여·야·정 협치문화로 변화 기대 국회에서 여야의 대립이 이어지는 동안 김진표 의장(5선, 수원무)이 내세운 ‘협치’가 시선을 모았다. 김 의장은 지난 달 4일 후반기 국회의장 당선인사에서 “송무백열(松茂柏悅),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말처럼 여야는 좋은 친구가 돼야 한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정부에서 일할 때 ‘미스터 튜너’ 즉 ‘조정자’로 불렸다. 81석 소수야당의 원내대표로 일할 때는 동물국회라는 오랜 악습의 고리를 끊어낸 국회선진화법 타협을 이뤄내기도 했다”면서 “조정과 중재에 능숙한 국회의장이 되겠다”고 피력했다. 역대 국회의장 중 ‘협치’를 강조하면서 막판 법안 일방통행에 힘을 보태 비판을 받았던 사례가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김 의장의 협치 강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경제·교육 부총리 출신의 5선 중진인 김 의장은 덕망이 높으며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이번에도 거의 매일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협상을 주재해 마침내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그가 말한대로 ‘담판 중심의 여야 협상문화를 토론 중심의 여·야·정 협치문화로’ 바꾸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의 진단 대학의 정치학 교수들은 정치권의 협치에 대해 대선 공약 중 공통적인 부분부터 함께 추진하거나 대통령과 여당이 정책 방향을 제시한 뒤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들이 해결을 원하는 현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부터 협치를 하고 조금씩 넓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치보다는 책임정치를 강조하는 의견도 나왔다. 대선 공약 공통사안 구체적 합의 추진 통해 협치 확장해야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대선 때 같이 공약한 사항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합의를 이뤄 추진해나가면서 협치를 확장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여야가 거대 담론만 외치면 협치가 잘 안되니 일단은 대선 때 같이 약속한 것을 공통의 과제로 생각하고 같이 추진해 나가는 작업부터 하면 빠른 정책 추진 속도감도 낼 수 있고 협치 공간도 확장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거대 야당과의 당정협조에 대한 새로운 모델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흉금없는 대화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이 먼저 큰 정책들 제시해야… 지금은 방향성 실종 김경래 국민대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먼저 방향성 내지는 어떤 큰 정책들을 제시해줘야 하는 데 그런 게 없는 것 같다”면서 “그러다보니까 뭘 어떤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협치를) 이야기를 해야 될지, 협치라는 게 지금 이뤄질 수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의문을 표했다. 김 교수는 야당에 대해서도 “여당에 대해 먼저 (방향성 제시를)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를 하고 아니면 우리는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된다라고 제시를 해야 한다”며 “그런 방향성 제시 또한 야당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윤석열 정부 책임정치 한계… 민생 협치 나서야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대통령과 여당이 협치를 하겠다고 해도 야당이 파트너십을 갖고 받아주지 않으면 나갈 수가 없다”면서 “대통령과 여야가 총체적으로 협치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치 환경 등이) 그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민생이나 국가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민들이 해결을 원하는 현안에 대해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들이 꽤 많이 있다”며 “이런 어려움이 협치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공간들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면서 “그래서 조금씩 협치를 넓혀가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협치가 안된다 그러면 한 쪽 진영에서의 확실한 책임정치 부분도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윤석열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지만 (소수여당이어서) 책임정치 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무능·냉전적 사고 기반 극단주의·편가르기가 가장 큰 걸림돌 윤경우 국민대 교수도 책임정치를 거론했다. 윤 교수는 “반드시 협치가 답이 아니다”면서 “협치와 대비되는 책임정치를 하기 위해선 능력이 받쳐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능과 더 나아가 냉전적 사고에 기반한 극단주의와 당파적 편가르기가 협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국 정치의 특성상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가 중요하다”며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상생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재민기자

[소통하는 사회, 길을 묻다]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

올해 두 번의 선거를 겪은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여당이 지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자, 야당은 벌써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며 맞서고 있다. 경기도 역시 도의회 여야가 78 대 78 의석수로 초유의 대립 국면을 맞아 원구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파행을 겪고 있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추경까지 발목이 붙잡혀 김동연 지사의 협치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 같은 분열과 대립의 양상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권의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 진정한 협치의 길이 무엇인지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편집자주] ■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환호받을 시간 없었다” 전원책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의 원인에 대해 우리 사회가 대통령선거·지방선거 등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벌어진 ‘편 가르기’와 ‘극단적인 선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 변호사는 “2019년 조국 사태로 진보·보수 양 진영이 전에 없이 극단적으로 편이 갈라진 상태에서 우리 사회는 대선을 맞았다”며 “마땅한 대통령 후보를 못 찾은 보수진영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정치 초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로 점찍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20대 대선은 전대미문의 선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양 진영은 지난 선거에서 이념이나 정책으로 싸운 게 아니라 감정으로 대립했다”며 “특히 패배한 진보진영은 작은 차이로 졌기 때문에 상실감과 분노는 그 어느 때보다 컸고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집권 초기 허니문은 전임 대통령이면 누구나 누렸다. 이 시기엔 지지율이 낮았던 지역에서도 지지율이 오른다”면서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이 오를 틈도 환호받을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 취임하자 해일 맞은 윤 정부... 탄핵당할 이유 없어 전 변호사는 윤석열호가 출항하자마자 ‘파도’가 아닌 ‘해일’을 맞닥뜨렸다고 비유했다. 그는 “문제가 윤 정부 내부에 있다면 고치면 되지만 모두 외부에서 비롯돼 감당하기 힘들다”면서 “해외 파급력이 큰 3고(高) 현상, 전 정부가 떠넘긴 재정 적자, IMF 시기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난 부채가 그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IMF 때처럼 금 모으기 운동한다고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누가 금을 들고 나오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정말 어려운 상황인데 윤 정부를 두고 탄핵 운운하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면서 탄핵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탄핵 사유가 있어야 탄핵할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윤 정부를 향한 공격을 경제, 외교, 인사 등 세 가지로 요약하고 “경제 문제는 문 정부가 뿌린 씨앗 때문에 윤 정부가 정책을 펼칠 수 없고, 외교는 한미동맹을 오히려 강화했다”면서 “문제는 인사에 있다”고 평했다. 그는 장관 후보자의 계속된 사퇴,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후보자의 임명 등은 인사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특히 만취 운전 전력이 있는 박순애 교육부 장관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인사 문제를 빼면 윤 정부에겐 큰 문제가 없는데 무슨 탄핵을 운운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언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인사에 대한 질문을 받자 언짢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후보자들이 전 정부 인사보다 훌륭하단 말은 대통령으로서 굳이 할 말이 아니다”라며 “다만, 도어스테핑은 여느 대통령에게서 볼 수 없었던 훌륭한 시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만 그치지 말고, 의회와도 소통하고 협치해야 한다. 행정부와 의회의 협치가 진짜 협치다”라면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시도 때도 없이 만나 의논하고 ‘도와 달라. 해결해 달라’라고 요청하다 보면 협치의 길이 활짝 열린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보다 권력에 취한 국민의힘이 더 문제 전 변호사는 여야에 대해 “민주당은 어떻게든 흠을 내서 윤 정부를 중도에 좌초시키려 하고 있다. 이를 막아야 하는 국민의힘은 권력에 취해 있어 민주당보다 문제가 있다”면서 “집권 두 달쯤 되자 1인자니, 2인자니 하는 말이 나온다. 권력에 취해 있을 때 나오는 행동과 발언들이다”라고 진단했다. 전 변호사는 특히 대통령실 9급 공무원 채용을 두둔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하면서 권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오히려 윤 대통령에 짐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 정치사를 보면 진정한 2인자는 중국의 초대 주석 마오쩌둥의 파트너이자 2인자였던 저우언라이밖에 없다”면서 “저우언라이처럼 검소하고 청렴하면서 자신을 절대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 진정한 2인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핵관’이란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핵관’은 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를 뜻하는 단어로 직무 정지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처음 썼다. 전 변호사는 “윤 대통령을 공격하는 말이기에 집권여당의 대표가 할 얘기는 아니었다”면서 “그런데 언론에선 권 대표, 장 의원 등을 거론하면서 윤핵관이란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 “김동연 지사, 첫 느낌과 달라졌다” 전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상임고문(인천 계양을)이 당대표가 되면 당이 쪼개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는 이 고문에 대해 “운동권의 적자도, 동교동계의 적통도 아닌 사람이 팬덤을 기반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정통 운동권 출신들이 보면 얼마나 기가 막히겠는가.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뭔가가 없다면 정통파들은 이 고문에게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전 변호사의 이 같은 언급은 이 고문이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분당을 막으려면 이 고문이 먼저 통합의 메시지를 보내고 다른 주자들을 껴안아야 한다고 뜻으로 풀이된다. 타당과의 협치를 하려면 먼저 당내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것이 당대표의 역할이기에 당대표 후보자로서 그런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 변호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에 대해선 “첫 느낌이 참 괜찮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정부 당시 경제 관료였던 남덕우 전 국무총리, 아웅산 테러로 목숨을 잃은 전두환 정부의 김재익 전 경제수석비서관, 신정아 사태를 겪었던 노무현 정부의 변양균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까지 유능한 경제 관료의 명맥을 김 지사가 이을 것이라고 한때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전 변호사는 “김 지사가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되면서 많이 달라졌다. 그에 대한 느낌도 사뭇 달라졌다”며 속내를 털어났다. 그러면서도 도지사로서 김동연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고, 지사는 작은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김 지사가 협치를 할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대통령을 두고 했던 협치에 대한 전 변호사의 조언은 김 지사와 여야 의원 동수로 대립의 수평선을 달리고 있는 도내 정치권에도 해당된다. 대통령이 수시로 야당 당수와 만나 허심탄회하게 국정을 이야기해야 협치가 되는 것처럼 김 지사 역시 포용으로 야당과 만나 소통해야 진정한 협치의 길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1979년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법률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해서 사법연수원을 마친 후, 1981년 육군 장기 복무 군법무관으로 10년 6개월을 복무하고 육군 중령으로 전역했다. 1991년 법률사무소를 개업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 자유경제원 원장 등을 지냈다. 2007년 KBS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군가산점 제도 찬성을 주장하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YTN라디오, JTBC ‘썰전’, TV조선에 출연하며 보수논객으로 활동하다 2017년 TV조선 평기자로 입사해 뉴스앵커가 됐다. 현재 변호사와 유튜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김재민·민현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