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車에 매달려… 환경미화원 ‘위험한 작업’ 여전

강력 단속 등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청소 차량 뒤에 매달리며 작업을 하는 방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오전 11시20분께 수원시 송죽동의 골목길. 한 폐기물 수거업체의 일반쓰레기 수거차량 뒷 부분에는 환경미화원 2명이 손잡이에 의지한 채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20~30m가량을 이동할 때마다 차량 뒤편에서 뛰어내려 종량제봉투를 차에 싣고 다시 올라타기를 반복하며 주위를 지나치는 차량들 속에서 위험한 작업을 이어나갔다. 이날 낮 12시께 용인시 신갈동 주택가에서는 재활용수거업체 차량에 작업자 2명이 발판에 올라탄 채 100m 이상을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좌회전을 하는 수거차량 맞은편으로 승용차 한 대가 다가오자 수거차량이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작업자들이 순간 휘청이는 위험천만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발생한 환경미화원 산재 신청 건수 총 869건 중 추락과 교통사고에 의한 골절이 806건으로 92%가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 2020년에는 강원도 춘천시에서 청소차와 승용차의 추돌사고가 발생해 청소차 뒤 발판에 타고 있던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은 안전 사고를 유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 현행 도로교통법에도 저촉되는 행위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8년 10월 강력 단속과 한국형 청소차 도입 등의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짧은 거리마다 반복적으로 승하차하며 이뤄지는 수거작업의 특성상 무작정 매달리기를 금지하기에는 조수석에서 오르내리는 작업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하루 8시간의 작업시간 안에 차량 1대 당 약 100km를 이동하며 폐기물 3~4.5t을 수거해야 해 시간적인 문제도 매달리기가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에 지자체들은 승하차 좌석이 낮게 달린 한국형 청소차 도입을 추진하면서 주기적으로 단속과 현장 교육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이런 작업자들의 현실을 인식하고 있어 실질적 방안 마련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매달리기를 하지 못하게 분기마다 현장 지도를 하고 있다면서도 무작정 단속으로 막기에는 작업자들의 관절 건강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환경부에 매달리는 것을 허용해달라는 건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발판 설치에 대해 논의해 달라는 요구들이 많고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사항인 만큼 작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박문기 기자

[현장, 그곳&] 인천지역 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적용에 혼란… “QR코드 몰라” 쩔쩔

“스마트폰 쓰기도 어려운데, 가는 곳마다 QR코드를 보여달라니 늙은이 속만 터집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3천㎡이상의 대규모 점포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적용한 첫날, 인천지역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는 혼선이 빚어지는 등 짜증 섞인 한숨이 곳곳에서 나왔다. 10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미추홀구 롯데백화점 지하1층 출입구. 백화점 출입구 앞은 그냥 들어가겠다는 손님과 방역패스를 요구하는 직원간의 실랑이가 이어진다. 일부 손님은 ‘안심콜’을 했다며 안으로 들어가려다 직원에게 제지당한다. 이곳은 출입구만 21곳인데다 터미널과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시설과 이어져 있어 “통로만 지나갈건데 왜 QR코드를 보여줘야 하냐”는 손님들의 불만도 이어진다. A씨(84)는 “QR코드는 잘 모르겠다”며 “마트에 도토리묵 사러 왔는데, 금방 나갈테니 들여보내달라”고 했다. 직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1주일 뒤엔 꼭 방역패스가 있어야한다고 안내하면서 A씨를 들여보낸다. 6층 문화센터에서 영어수업을 듣는 B씨(83)도 ‘접종확인 업데이트’로 5분여간 실랑이를 벌이다 입장한다. B씨는 “강의에 늦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며 “가는 곳마다 증명서를 내라고 하니 힘들어 죽겠다”고 했다. 이날 연수구의 한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식료품을 사러 온 미접종자 임산부 C씨(34)는 “마트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게 오늘인지 몰랐다”며 “미접종자는 마트도 못가고, 굶어 죽으라는 건지 답답하다”고 했다. 이곳은 출입구마다 접종확인 인력을 배치하기 어려워 출입구를 1곳으로 제한한 탓에 밀리는 손님으로 불편하다는 민원까지 감당해야 했다. 마트 관계자는 “마트 위치상 외국인, 임산부 등 접종확인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며 “평일은 그나마 나은데 대목인 주말에는 줄이 반대 문까지 이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패스의 실익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의식주와 같은 대형마트 마저 방역패스로 지정하는 건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정”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인천지역 대형마트 25곳, 백화점 4곳, 쇼핑센터 10곳을 비롯 총 57곳의 대형점포가 방역패스 적용을 받았다. 식당과 음식점은 이날부터 방역패스 계도기간이 끝나 위반 사업자 및 시민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시작했고, 대형점포는 오는 16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친다. 김지혜·최종일기자

[현장, 그곳&] 대형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첫날

“백신 미접종자는 손녀 선물도 사지 못하는 세상이 돼 버렸네요” 10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1가의 한 백화점 입구. 곧 태어날 손녀의 옷을 사러 온 박현자씨(59ㆍ가명)가 발길을 돌리지 못한 채 20여분째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백신 1차 접종 후 심하게 부작용을 겪고 2차 접종을 어쩔수 없이 포기한 박씨. 정부 지침을 따라야 하는 백화점 입장에서 그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 이었다. 박씨는 “백신 미접종이 손녀를 위한 자그만한 선물 구입 조차 막을 줄 꿈에도 몰랐다”고 허탈해했다.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대형마트에선 직원의 QR인증 확인 방식을 두고 손님과 직원과의 설전이 오갔다. 입장을 위해 음성확인서 문자를 보여준 김성택씨(49ㆍ가명)의 앞길을 막은 직원의 제지가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접종 여부만 확인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김씨의 불만섞인 반응에도 직원은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재차 반복했다. 이로 인해 다른 이용객들의 대기시간이 지연되는 상황이 연출되자, 결국 마트 측은 김씨의 입장을 허락했다.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게 준비된 QR인증기도 혼란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QR코드 인증기를 1대 밖에 준비하지 못한 영통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입장 대기시간이 지연되며 손님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의왕시 오전동 대형마트를 방문한 일부 고객들은 QR인증도 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입장을 시도했다. 직원들 역시 이 상황을 목격했지만 이미 성날대로 성난 고객들을 제지하지 못했다. 생활필수시설인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시작된 첫날부터 경기도내 곳곳에서 혼란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 면적 3천㎡ 이상의 대형마트, 백화점, 서점 등 대규모 점포들이 추가됐다. 시설 입장 시 백신 접종증명서나 48시간 내 발급받은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감소를 위해 방역패스 강화가 불가피하지만 범위와 대상이 조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는 방역패스에 대한 국민들이 갖는 인식이나 적용 결과에 따라서 적용 범위와 대상을 고려한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기본권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업ㆍ필수시설 관련 범위 최소화 및 대체수단을 강구하고 있으며 유행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위험도가 낮은 시설부터 단계적으로 방역패스를 해제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현장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16일까지 일주일간 계도기간을 갖고 17일부터 개인에게 위반 횟수에 따른 과태료를 10만원씩 부과한다. 지방종합

[현장, 그곳&] 인천 초등생 예비소집일…“친구 많고, 교실 커 좋아요”

“친구도 많고, 교실도 유치원보다 커서 설레요.” 2022학년도 인천지역 취학아동 예비소집 마지막날인 지난 7일 오후 2시께 인천 중구 신흥초등학교 본관 앞. 이서준군(7)이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입학설명서를 건네받는다. 같은 학교 병설유치원을 다닌 이군은 놀이터 옆에 있는 운동장을 가리키며 기대감을 내비친다. 이군은 “유치원 때는 선생님이 위험하다고 유치원 앞 작은 놀이터에서만 놀라고 했다”며 “이제 초등학교에 올라가 큰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코로나19 전에는 학부모와 예비 초등생들이 학교 곳곳을 둘러보기도 했지만, 이날 예비소집은 학교 중앙 현관에서 취학통지서와 입학설명서를 건네받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손녀와 함께 학교를 찾은 김용자씨(65)는 “교실을 미리 보지 못한 상황인데다 코로나19로 등교를 시작해도 학부모가 학교 안에 들어올 수 없어 아이가 교실을 잘 찾을지 걱정이다”고 했다. 같은 날 인천 미추홀구의 경원초등학교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발길로 북새통이다. 학교는 입학대상자 166명을 지역별로 7개 교실에 분산해 예비소집을 했다. 형과 함께 학교를 찾은 성도윤군(7)은 복도에 있는 수족관을 보면서 연신 감탄한다. 형이 “밥먹으러 갈 때마다 맨날 볼 수 있다”며 동생의 발길을 재촉한다. 엄마 문지은씨(38)는 “12월생이라 더 아기같은 둘째인데, 학교에 간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며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할지, 밥은 혼자 잘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9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인천지역 초등학교 245곳에서 입학예정자 2만5천982명을 대상으로 예비소집을 끝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비소집에 오지 않은 아동은 13일까지 사유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행방이 묘연한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현장, 그곳&] ‘보행자 보호 의무’ 강화에도…도내 보행자 안전 무시하는 무법 질주 여전

“해가 바뀌었어도 여전히 보행자 안전은 뒷전입니다” 올해부터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 규제가 강화됐지만 도내 현장 곳곳에서는 여전히 보행자 안전을 외면한 무법 질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오전 10시께 수원시청 인근 대형마트 앞 횡단보도.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 보행자 2명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순간 1t 트럭이 속도를 높여 보행자를 피해 앞으로 지나갔다. 뒤따라오던 승용차는 빨간불로 신호가 바뀌자 빠른 속도로 우회전을 시도했다. 보행자는 아직 횡단보도에 있었다. 오전 11시30분께 의왕시 고척사거리. 보행자 한 명이 횡단보도 중간에 잠시 멈춰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있었다. 길을 건너던 중 25t 레미콘 차량이 잠깐의 틈을 이용해 우회전을 했기 때문이다. 이를 감시하는 카메라나 단속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용인시 죽전사거리에서도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됐다. 우회전 차선에서 달려오던 승용차 한 대가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를 하지 않아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급정거했다. 김현자씨(67ㆍ가명)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차량들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대한 단속 활동은 찾아볼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도로교통법 제27조에 따르면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보행자의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이를 위반 시 기존 적용됐던 과태료(승용차 6만원ㆍ승합차 7만원) 및 벌점 부과(10점)에 이어 새해부턴 보험료 할증(2~3회 5%, 4회 이상 10%)까지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까지는 우회전 시 보행자가 거의 건넜다고 판단되면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해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도내 보행자보호의무위반 건수는 지난 2018년 1천606건(사망자 21명ㆍ부상자 1천691명), 2019년 1천648건(사망자 25명ㆍ부상자 1천713명), 2020년 1천263건(사망자 23명ㆍ부상자 1천305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사망한 보행자는 69명, 부상자는 4천709에 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가 강화된 만큼 경찰 측에 단속 강화 요청을 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현기자

[현장, 그곳&] 인천 어린이보호구역 내 ‘옐로카펫’ 안전표시 20%에 그쳐, 그나마 훼손 보수 시급

다른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옐로카펫이 있어서 든든한데. 우리도 빨리 설치해줬으면 좋겠어요. 5일 오후 1시께 인천 서구의 한 A초등학교 앞. 저학년 어린이들의 하교 시간이지만 도로에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는 순간 한 차량이 지나가는 바람에 어린이들이 우우루 횡단보도 앞에 멈춰선다. 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B씨는 학교 주변 횡단보도 등에는 노란색으로 페인트를 칠해둔 옐로카펫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옐로카펫이 생기면 운전자들이 학교 인근을 지날 때 좀 더 조심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시에 따르면 현재 군구가 설치한 옐로카펫은 인천지역 어린이보호구역 700곳에 고작 200여곳(28%) 뿐이다. 옐로카펫은 어린이보호구역의 횡단보도의 바닥과 표지판, 벽면 등에 노란색으로 칠해 운전자의 안전 운전 등을 유도하고 교통안전 설치물이다. 도로교통공단이 옐로카펫 설치효과를 분석한 결과, 옐로카펫은 시인성이 뛰어나 운전자의 감속 운전을 유도하고 어린이의 내부 대기율도 14%로 증가했다. 하지만 미설치 어린이보호구역이 많은데다, 설치한 옐로카펫 마저 색이 바래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부평구 동암초 횡단보도에 있는 옐로카펫은 진한 노란색인 벽면과 달리 바닥은 색깔이 옅어진데다, 발자국으로 검게 얼룩져있다. 보도를 페인트로 칠하는 방식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날씨 및 보행, 제설작업 등의 이유로 군데군데 벗겨진 것이다. 또 남동구 구월서초 앞 옐로카펫도 마찬가지다. 색은 이미 옅어져 운전자의 눈에 잘 띄지 않고 심지어 횡단보도 뒤의 벽은 아예 찢긴 채 방치 중이다. 이 같은 옐로카펫의 훼손이 잦으면 아예 보도블럭형 옐로카펫으로 설치할 수 있지만, 비용이 비싸다보니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하는 등 도입이 더디다. 부평구 관계자는 아직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많은 곳에 옐로카펫을 설치하지 못한 상태라며 시설 점검 등을 통해 서둘러 보수작업을 하겠다고 했다. 최종일기자

[현장, 그곳&] “올해는 어획량이 많이 늘어… 풍요로운 한해 기원”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너무 힘들었지만 올해는 바다처럼 풍요롭기를 소원합니다. 3일 새벽 4시30분께 인천 중구 연안부두 인근의 수협중앙회 인천공판장. 인천 중구에 사는 중도매인 최경술씨(75)가 올해 첫 경매를 기다리며 5열 종대로 늘어선 생선을 살펴본다. 40년 넘게 인천지역 수산시장에 수산물을 납품하는 중도매인으로 일한 최씨는 지난해 코로나19와 어획량 감소로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오늘은 인천에서 인기가 좋은 홍어 상태와 가격이 모두 좋다며 새해 첫 경매를 기분좋게 시작했으니, 새해에는 좋은 일만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서해어장에서 가장 큰 냉동생선 경매장인 인천 공판장에는 이날 인천과 충남 보령대천, 전북 군산 등 서해 앞 바다에서 잡은 생선들이 주인을 기다린다. 중도매인들은 새해 첫 경매에 들뜬 표정으로 홍어, 아귀, 백조기, 꼴뚜기, 갈치 등의 상태를 미리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경매 시작 종소리가 울린 뒤 중도매인과 경매사 간의 현란한 손놀림과 추임새가 섞이더니 60㎝는 족히 넘어보이는 민어 1마리가 15만원에 중도매인의 손에 안긴다. 이날 첫 경매에서는 약 2만4천t, 시세 1억원 상당의 냉동생선이 중도매인에게 낙찰됐다. 중도매인들이 경매 냉동생선을 낙찰받으면, 이때부터 중도매인과 소매상 간 거래의 시간이 시작한다. 소매상 이종순씨(83)는 50년째 매일 아침 공판장을 오가고 있지만, 요즘처럼 손님은 없고 생선값은 올라 어려웠던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새해도 왔으니 서로 힘내다보면 상황이 나아질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천종합어시장 상인 박경선씨(64)도 오늘은 코로나19로 풍어를 기원하는 초매식을 못했는데, 내년 첫 경매날에는 초매식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어획량도 늘고, 사가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가 행복한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박형중 수협중앙회 인천공판장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어 생선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어획량도 많이 줄었다며 임인년 새해를 맞이하는 어업 관련인들이 모두 행복하고, 풍요로운 1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지혜최종일기자

[현장, 그곳&] “딩동, 혼밥입니다” 45만명 방역패스 ‘시한부’ 되다

정부가 방역패스에 시한부와 다름없는 유효기간을 적용하면서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수시로 뒤바뀌는 방역 지침으로 백신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과 함께 자영업자의 업무까지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낮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식당가. 국밥집 입구에서 울린 딩동 소리에 일행 4명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날부터 달라진 지침에 따라 방역패스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경우 시설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흘 전 방역패스의 효력이 끝난 이현길씨(56)는 결국 동료들과 떨어진 채 홀로 다른 식당을 찾아나서야 했다. 정부는 전날까지였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를 2주간 연장하고 이날부터 방역패스에 유효기간을 적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날로부터 6개월이다. 지난해 7월6일 이후로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이날 일괄적으로 효력이 만료됐으며, 그 수는 접종 완료자 563만명 중 45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씨는 화이자 2차 접종 당시 부작용이 심했던 터라 3차 접종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던 중에 갑작스레 유효기간이 생겨 당황스럽다며 식당 입구에서 딩동 소리가 울렸을 때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는데 마치 부스터샷을 맞지 않은 게 대단한 잘못이라도 한 것 같아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시한부 방역패스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노인을 비롯해 QR코드,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치 않은 손님에게 일일이 앱 업데이트를 안내해야 하는 탓에 일거리만 늘어났다는 게 점주들의 목소리다. 유효기간이 끝나 입장을 거부할 때 기분이 상한 손님들의 역정도 모두 점주들이 감내해야 했다.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김현주씨(42ㆍ여)는 인건비가 부담돼 일손을 줄이는 마당에 손님들의 방역패스 유효기간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설명하느라 주문을 받기도 어렵다며 정부가 멋대로 지침을 바꿀 때마다 영업에 지장이 생기는데, 방역지원금 100만원 내준 게 전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일상에 혼란을 야기하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대해 소송까지 제기됐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와 종교인, 시민 등 1천32명은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청장 등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방역패스 행정처분의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방역패스는 곧 백신 접종 강요라는 게 요지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스라엘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지만,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다며 부스터샷의 효과가 3~4개월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3차 접종은 고위험군 또는 희망자에 한해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제도 정착을 위해 오는 9일까지 계도기간으로 운영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유효기간 도입으로 시설 이용에 불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감염과 전파를 막기 위해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문기ㆍ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이상기후ㆍ코로나19 이중고…경기도내 과일농가 이른 한파에 한숨

이상고온과 코로나19에 일찍부터 기승을 부리는 한파까지올해 목표는 희망이 아닌 생존이 돼버렸습니다 지난해 이상기후와 코로나19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경기도내 과일농장이 때 이른 추위에 따른 동해 피해로 어두운 새해를 맞이했다. 2일 오전 10시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한 딸기농장(연면적 3천966㎡ㆍ4개 동). 딸기 비닐하우스에 들어가자 상큼한 딸기향 대신 열풍기의 등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난해 10월 한파주의보가 전년보다 한 달 빨리 발효되는 등 이른 추위로 열풍기가 가동됐기 때문이다. 농장주 박진현씨(35ㆍ가명)는 그저 허망하게 한숨만 푹푹 쉬고 있을 뿐이다. 같은 해 9월 예기치 않은 이상고온 현상으로 모종에 탄저균이 생겨 평균 지름 3㎝ 이상이어야 하는 딸기 크기가 1㎝에 못 미치기에 박씨는 올해 3월 출하를 앞두고 생산량이 4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농장체험 손님마저 끊겨 지난해 매출이 3천여만원에서 700여만원으로 감소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실정이다. 이날 오후 1시 찾은 광주시 직동의 배 농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만3천223㎡에서 24년 동안 자리를 지키는 550그루의 나무에 검게 변한 나뭇가지들이 냉기를 품으며 힘없이 매달려 있었다. 지난해 초 냉해 피해로 꽃 수정이 안 된 데다 이른 한파에 나뭇가지가 고사한 것이다. 이 때문에 평년보다 20% 적게 배가 생산돼 지난해 매출이 30% 이상 떨어진 상황에서 농장주 김현수씨(48ㆍ가명)는 오는 4월 수확을 앞두고 인건비 마련을 위해 벌써 대출까지 받은 실정이다. 이천시 장호원읍에서 복숭아 농장을 운영 중인 김미영씨(43ㆍ가명)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작된 강추위로 복숭아나무의 동해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해 목표가 매출을 올려보자에서 버텨보자로 바뀌었다며 벌써 흉작이 예상돼 농사를 일찍 접고 다른 소일거리를 찾아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런 가운데 오미크론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유행에 따른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데다 영하 날씨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농장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평년보다 빨리 다가온 추위로 도내 과수농장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한파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농작물 피해면적이 50ha 이상인 경우 영농자금 상환연기ㆍ이자감면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0년 말부터 지난해 4월까지 도내 과수농가가 입은 한파 피해 규모는 1만2천116곳 중 1천630곳(13.4%)으로 농작물 6천378ha 중 1천369ha(21.5%)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민ㆍ이대현기자

[현장 그곳&] 방역패스 15일, 현장 혼란 가중…미접종자·자영업자·단속반 모두 '아우성'

정부의 방역패스 도입 2주가 지났지만, 현장의 혼란은 가중하고 있다. 29일 오전 10시께 인천 미추홀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은 손님이 들어오자 QR코드를 안내하며, 접종여부를 확인한다. 미접종자인 손님은 홀로 주문한 커피를 받아들고는 위층에 있는 홀로 향한다. 그러나 이 손님이 2~3층에 있는 홀에서 일행과 합류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카페직원 A씨(28)는 특히 바쁜 시간대에는 직원이 위층에 일일이 올라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미접종자가 다른 층에서 일행과 몰래 만나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날 낮 12시께 남동구의 칼국수집도 상황은 비슷하다. 점심시간 QR코드 단말기 앞에 손님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누가 QR코드를 인증했는지 확인조차 어렵다. 식당주인 B씨(40)는 혼자서 주문받고, 음식나르고, QR코드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며 미접종자를 거부하진 않지만, QR코드를 확인하기 어렵다보니 방역패스를 위반할까 불안한게 사실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접종자 입장을 원천 봉쇄하는 미접종자 거부 식당도 생겨나고 있다. 미접종자 거부 식당 지도에 올라온 지역 내 식당은 약 60곳이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미접종자인 C씨(31)는 미접종자가 무슨 코로나19 바이러스 보균자인 것처럼 혼밥도 못하게 하는 건 너무하다고 했다. 이어 결국 밖에서 밥을 먹으려면 방역패스를 잘 지키지 않는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데, 우리를 법 위반자로 내모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방역패스에 대한 효과가 떨어지는 건 10개 군구 단속반의 단속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이날 기준 10개 군구에에서 방역패스 관련 단속 및 적발에 따른 행정처분은 단 2건(강화군부평구)에 그친다. 한 구 관계자는 영업시간 제한은 경찰과 함께 현장을 덮치면 되지만, 접종자 여부는 눈에 드러나지 않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 나가 접종자 확인하면 식당 주인의 민원이 만만치 않으니 사실 단속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만 골라 감염되는 질병이 아니다며 방역패스는 방역실패의 원인을 미접종자에게 전가시키는 행위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이제 방역패스가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혜최종일기자

[현장, 그곳&] 옷가지에 파묻히고 불량품 미비…경기도 지하상가 미흡한 소방시설에 안전 위협

불이 나면 알아서 살길 찾으라는 것인가요? 경기도 지하도상가 내 소방시설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며 대형 인명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8일 오전 10시께 수원역전지하도상가(1980년 준공ㆍ팔달구 매산로1가). 연면적 3천393㎡ 내 이곳의 점포 가장자리에 있는 3.3㎏ 용량의 분말소화기 5개의 지시압력계 눈금이 0을 가리키고 있었다. 소화기에 가스가 없어 사용할 수 없는 데도 버젓이 비치된 것이다. 더욱이 이 시설의 점검표 역시 찾아볼 수 없어 관리가 제대로 되는지 의문이었다. 유독가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화셔터 역시 방치된 건 마찬가지였다. 이 시설이 내려오는 곳에는 가로 40㎝, 높이 63㎝의 여행용 캐리어 10개와 100여켤레의 신발 등이 있어 시민의 생명을 지켜주길 만무했다. 또 생명의 문이라 불리는 비상구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리킨 피난 유도등도 확인돼 실소를 자아냈다. 성남중앙지하도상가(1998년 준공ㆍ수정구 신흥동)도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상황이었다. 총 48개 분말소화기 중 절반 수준인 23개가 마네킹과 옷 거치대 등에 파묻혀 해당 시설이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또 마스크, 구급함 등이 들어 있는 재난안전용품 보관함 앞에는 대형 화분, 청소 도구 등이 놓여 있어 이를 열어보지도 못하는 실정이었다. 부천역지하도상가(1981년 준공ㆍ심곡본동)에서도 점포 사이사이에 비치된 15개의 소화기가 옷들에 의해 가려져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었다. 시민 김수현씨(24 ㆍ가명)는 소방시설 찾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는 수준으로 어렵다며 매년 겨울철 발생하는 화재로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렇게 관리해도 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난시설, 방화시설 등의 주변엔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면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경기일보 취재 결과, 대다수의 지하도상가들이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 속 화재 발생 시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소화시설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겨울철은 전기 합선에 따른 화재 발생 가능성 등이 큰 데다 지하도상가에서 불이 나면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기에 전문가들은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고 있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방화셔터, 피난 유도등 등은 시민 생명을 지켜주는 도구로 수시로 점검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시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지하도상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지자체는 현장 확인 후 미흡한 부분에 대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도내 지하도상가는 이곳들을 비롯해 의정부역지하상가(1996년 준공ㆍ의정부동), 안양중앙지하도상가(1978년 준공ㆍ만안구 안양동) 등 총 5곳이 있다. 이정민ㆍ이대현기자

[현장, 그곳&] 불법 도살장 갇힌 개 100마리, 관할 지자체는 뒷짐

개 식용 종식을 위해 정부 차원의 논의(경기일보 10일자 4면)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 다시 불법 개 도살장이 적발됐다. 27일 오후 구리시 사노동 일원에 자리잡은 야산. 산기슭으로 이어지는 황량한 벌판에는 낡은 건물 두 채(각 250㎡)가 위태로운 모습으로 서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약 30m 반경에는 접근 금지를 알리는 주황색 끈이 둘러진 상태였다. 강풍에 으스러지는 슬레이트 지붕 아래에선 끊임없이 앓는 듯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문제의 건물들은 각각 불법 개 도살장과 번식장으로 쓰이다가 지난 10일 동물권단체 케어와 구리시 측의 현장 점검을 통해 적발됐다. 당시 뜬장에 마구잡이로 갇혀 있던 개들의 수는 100마리 안팎. 이 가운데 85마리 정도는 도살장, 15마리는 번식장에 각각 나뉘어 방치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급습 당시 촬영된 사진들을 보면 개들의 품종은 애완견으로 추정되는 소형견부터 대형견까지 다양했다. 또 개들은 오랜 시간 씻지 못한 모습으로 각종 오물과 함께 나뒹굴고 있었으며, 영하 10도를 밑도는 혹한 속에 개들의 안전을 지켜줄 바람막이나 안전 장치는 전무했다. 그 대신 물이 가득 담긴 대야와 식칼 등이 발견됐다. 그러나 불법 현장이 적발된 뒤 3주가 넘도록 구리시는 별다른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여기에 현장 조사 당시 한 주무관이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받자 팀장급 공무원이 귀하게 자라서 그렇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 24일에는 이 같은 내용을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게시됐다. 이날 구리시청에 항의 방문까지 나선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동물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며 현재 번식장에 갇힌 소형견들은 육안으로 봐도 피부가 엉망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구호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발언을 한 팀장은 당시 주무관이 현장 내부로 들어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이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했던 말이라면서도 표현이 서툴렀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구리시 산업지원과 관계자는 개를 도살하려 한 정황은 있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경찰에 고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도축은 절대 불가하도록 통제할 계획이며 우선 28일까지 한시적으로 외부와 격리하는 한편 그 이후 조치에 대해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개 식용 종식을 위해 정부 부처와 동물단체 등이 구성한 위원회(경기일보 16일자 6면)는 이날부터 개 사육농장과 도살장, 식당 등을 상대로 개 식용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기간은 2개월로, 각 지자체 공무원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조사에선 농장이나 도살장 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어, 정부는 통계조사목적 외에 농장 등의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안내하고 있다. 장희준ㆍ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문 닫은 경로당 한파쉼터…칼바람 맞는 노인들

한파쉼터라고 해서 경로당에 왔는데, 문이 닫혀 있네요. 23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경로당 한파쉼터. 문 앞에 붙은 안내문을 한참 바라보던 A씨(78)가 발길을 돌려 경로당 앞 의자에 앉으며 이렇게 말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A씨는 하루에 1번씩 경로당 앞에 와 서성인다. 한파쉼터인 이곳이 언제 문을 열까 매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거노인인 A씨에게 경로당은 맘 편히 몸을 녹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A씨는 소득이 없다보니 방이 추워도 하루종일 보일러를 틀 수가 없다며 이 동네에 사는 노인들은 다 비슷한 처지라고 했다. 이날 오후 1시께 부평구의 한 행정복지센터. 한파쉼터라는 현판이 무색하게 다리를 펴고 앉을 공간조차 없다. 한파쉼터 현판을 보고 서성이던 B씨(75)가 이내 발걸음을 돌린다. B씨는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까 한파쉼터를 찾게 되는데, 민원인도 많고 공간도 좁아 오래 머물기엔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천지역 경로당 내 한파쉼터가 대부분 문을 닫고, 행정복지센터에 마련한 한파쉼터는 홍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노인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특히 24~27일 전국에 한파가 몰려온다는 예보가 나오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한파쉼터 784곳 중 77%인 606곳은 경로당이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대부분 경로당이 문을 닫으면서 이곳을 이용하던 노인들은 갈 곳을 잃은 상황이다. 또 132곳, 17%는 행정복지센터를 한파쉼터로 지정했지만, 이를 모르는 노인이 대부분이다. 한파쉼터의 위치를 홈페이지에 공지해 홍보하면서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은 인지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파쉼터를 가더라도 별도의 쉴 공간 없이 민원실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쉼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는 노인들이 난방비 걱정에 냉골인 방에 오래 머물거나 기존 쉼터를 통해서 해오던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 신체적정신적 건강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사람들이 붐비는데, 정작 취약계층은 갈 곳이 없다며 경로당은 노인의 사회적 관계성 향상 등의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관리에 의지를 갖고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남동구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추위를 피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최종일기자

[현장, 그곳&] 코로나19 확산에 한파 겹친 연말, 더 시린 연탄가구

코로나19 재확산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은 더 춥고 고달픈 겨울을 나고 있다. 22일 오후 3시께 의정부시 고산동 일대에 자리잡은 기지촌. 빛바랜 간판들이 걸린 마을 입구를 지나 꼬불꼬불한 골목길로 들어서자, 허름한 모습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집집마다 차가운 냉기가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샌드위치 패널이나 스티로폼ㆍ비닐 등을 덧댄 채 지내고 있었으며, 상당수의 가구는 여전히 연탄으로 난방을 했다. 이른바 뺏벌마을이라 불리는 이곳 기지촌은 해방 이후 미군 부대가 들어서며 형성됐지만, 부대가 철수한 뒤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주민들은 200명 안팎인데, 이마저도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병을 앓는 노년층이라 이웃의 관심이 절실하다. 연탄이 온다는 소식에 마중을 나온 최동례 할머니(74) 역시 홀로 지내고 있었다. 적막하던 마을에 엔진소리가 들리더니 연탄을 한가득 실은 트럭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5가구에 전해질 연탄 1천장은 의정부경찰서에서 마련했으며, 배달은 경찰과 동두천 연탄은행 봉사자들이 맡았다. 트럭이 멈추자 흰색 우비를 갖춰 입은 20여명의 봉사자들이 능숙하게 지게를 지고 연탄을 쌓더니 가파른 언덕길을 줄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연탄을 받아든 최 할머니는 아무리 아껴 쓰려 해도 하도 날이 추워져 하루에 연탄을 8장씩 사용하고 있다며 겨울이 오면 어디서 연탄을 구하나, 값이 자꾸 오르는데 어찌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찾아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미소지었다. 봉사자들은 연탄을 전달하면서도 꼼꼼히 노인들의 건강상태와 안부까지 챙겼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경기지역 연탄 사용가구는 5천550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파주ㆍ연천ㆍ포천ㆍ의정부 등 북부지역 4개 시군에만 1천881가구(34%)가 집중돼 있다. 더욱이 이들 가구는 도심과 멀리 떨어진 외곽에 위치하거나 주거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고, 코로나19 이후 연탄 후원이 급감하면서 더욱 고된 삶을 살고 있다. 오성환 동두천 연탄은행 운영대표는 간절하게 바라는 소원이 하나 있다면 에너지 빈곤층이 사라져 연탄은행도 문을 닫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연탄 수급이 저조한 데다 봉사의 손길마저 줄어들고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이웃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 중 수급ㆍ지원 여부조차 알지 못해 발생하는 사각지대도 여전히 많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보 제공이 중요하며, 취약계층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가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벼랑 끝 법인사업자, 살기 위해 방역수칙 어긴다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거부하며 생존을 위해 방역수칙을 어기는 카페 매장이 등장했다. 전국의 매장들이 하나의 법인으로 엮인 탓에 아무런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두 달도 못 가 일상회복을 뒤엎은 정부의 조치는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는 게 대표의 하소연이다. 지난 20일 오후 10시께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더노벰버라운지 용인천리점.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9시를 넘겨 주변 매장들의 간판은 모두 불이 꺼졌지만, 3층 규모의 대형 카페는 홀로 조명을 켠 채 영업을 이어갔다. 직원들이 주문을 받는 계산대 앞에는 24시간 정상영업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층별 면적이 약 700㎡에 달하는 매장의 임대료만 매달 1천200만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이후 용인천리점은 매달 2천만원의 적자를 감수해왔다.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두고 직원 2명을 추가로 고용했지만, 50일도 못 채우고 멈춘 탓에 손실만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비슷한 시각, 판교운중동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반신반의하며 매장에 들어선 손님들은 계산대 앞 정상영업 문구를 본 뒤에야 주문을 했다. 자리를 채운 손님들은 감염 확산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놓으면서도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방침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해당 매장의 영업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더노벰버라운지는 당초 경기ㆍ인천ㆍ제주지역 14곳에 24시간 운영하는 카페 매장들을 운영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입 이후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며 누적 적자는 10억원까지 불어났다. 결국 지난주엔 서귀포강정점이 폐업을 결정했고, 참다못한 최석률 대표(48)는 살기 위해 지난 18일 방역수칙 미준수를 선포했다. 더욱이 해당 매장들은 하나의 법인으로 묶여 있어 정부의 손실보상금 및 방역지원금 대상에서 모두 배제됐다.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법인사업자가 손실보상금을 받기 위해선 연평균 매출액이 10억원 이하여야 한다. 비슷한 규모의 개별 법인들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 매장처럼 법인이 하나로 묶인 경우에는 모두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 대표는 더 이상 버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함께 땀 흘려온 직원들을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매출이 20% 아래로 뚝 떨어졌지만, 과거 매출 규모가 컸던 법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정부는 아무런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상회복의 약속을 깨버린 정부의 조치는 자영업자에게 사형 선고와도 마찬가지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방역수칙 위반에 대한 제재사항은 사업주의 경우 적발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차수별로 영업에 대한 제한이 이뤄진다. 4차 위반 시엔 폐쇄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최 대표는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번 결정을 내렸고, 관할 행정당국에선 최근 영업 사실을 인지하고 계도 조치를 선행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손실보상금 제도 자체를 잘못 설계해서 현장에서 이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진짜 손실보상의 개념이라면 법인 내 사업체가 몇개 있든 보상을 해주는 게 옳고, 이런 관점에서 여러 개의 사업체를 가진 하나의 법인이 아무런 보상을 못 받고 있는 건 사업주 입장에서 충분히 억울할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법인에 대한 손실보상 여부는 소기업 단위로 판단하고 있어 사업체별 매출액 합산이 10억원을 넘어가면 혜택을 받기 어렵다며 해당 기준의 변경은 법령 개정사항이라 당장 부처 차원에서 조정은 어렵고, 최근 정치권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역지원금 100만원 지급은 이번주 내로 대상과 지급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문기ㆍ김정규ㆍ이대현기자

[현장, 그곳&] “얼굴 보이세요?” 4주 만에 막내린 전면등교…학부모 “차라리 조기 방학해야”

“이럴 거면 차라리 조기 방학을 하지 그랬나요” 20일 오전 8시께 수원 화홍중학교 정문 앞.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지어 손 소독과 열 체크를 마친 뒤 교실로 들어섰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친구와 삼삼오오 모여 걷던 등굣길이 하루아침에 ‘코로나 방역길’로 변한 것. 학생들은 익숙한 듯 방역도우미 지도 아래 발걸음을 옮겼고, 적막감으로 가득 찬 복도와 텅 빈 교실들을 지나 각자의 반으로 향했다. 화홍중 교사들은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실에 홀로 앉아 교탁 위에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 속으로 등교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수업을 이어갔다. 교실마다 “얼굴 보이게 카메라 키세요”, “책 펴세요”라는 교사의 말이 학교 곳곳에 울려 퍼지면서 전면등교 중단 첫날을 실감케 했다. 남기흥 화홍중 교장은 “전교생 850명 중 30%(257명)가 등교하지 못했다”라며 “확진자가 늘어 다시 부분 등교하게 돼 너무 안타깝고, 확진자가 느는 만큼 방역에 더 집중하고 아이들 방역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잠시 멈추면서 수도권 초ㆍ중ㆍ고교를 중심으로 전면등교가 중단됐다. 학부모들은 방학을 앞두고 병행되는 부분 등교에 대해 “차라리 조기 방학을 시행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분야 거리두기 강화 조치 시행 첫날인 이날 경기지역을 비롯해 수도권에선 초등학교 1ㆍ2학년 매일 등교, 3~6학년 2분의 1 등교, 중ㆍ고등학교 3분의 2 등교가 실시됐다. 이에 경기지역 초ㆍ중ㆍ고(특수학교 포함) 2천489개교 가운데 20개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했으며, 나머지 학교는 등교ㆍ원격수업을 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전면등교 중단 첫날 학부모들 사이에선 부분 등교에 따른 학습 공백 우려와 함께 “조기 방학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배형준씨(48ㆍ수원)는 “수천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부분 등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조기방학을 실시해 아이들의 건강권을 지켜야 된다”고 강조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최진실씨(52ㆍ가명)도 “겨울방학을 일찍 하는 게 학부모 입장에서 덜 걱정된다”라며 “매번 부분등교를 반복하다 보니 아이들도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우려는 하루 800명대를 기록 중인 코로나19 학생 확진자 수가 뒷받침하고 있다. 교육부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1주일간 전국 학생 확진자 수는 총 5천909명으로 일평균 822.1명꼴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4일 하루에만 학생 확진자 1천107명이 발생해 일일 최다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여러 여건을 고려해 학교 단위 백신 접종 방법을 확정해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내년 상반기부터 지역이나 학교급 구분없이 전면 등교 원칙이 적용되는 ‘완전한 일상회복’ 추진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정민훈ㆍ박문기기자

[현장, 그곳&] ‘하준이법’ 벌써 잊었나… 위험천만 경사로 주차 여전

경사진 주차장에 대한 차량 미끄러짐 방지 조치를 의무화한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도내 일부 경사진 주차장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일 오전 11시께 성남시 상대원동 상중노상공영주차장. 평균 종단경사도가 7%인 이곳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자 차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차량의 미끄러짐 방지를 위한 추가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현장 확인 결과, 2.5~5t 트럭, 버스 등 주차된 차량 100여대 중 3대의 버스를 제외하고는 고임목을 괴거나 핸들을 튼 차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이 상주하는 주차요금정산소 보관함에 고임목이 비치돼 있었지만 사용을 안내하는 직원도, 구태여 찾아가 고임목을 꺼내는 사람도 없었다. 이날 오후 1시께 찾은 평택시 비전동 충혼탑~제창당한의원 노상주차장도 종단경사도가 7.5~9.8%에 달했지만 고임목을 괸 차량은 없었다. 언덕 위 보관함에는 고임목 단 1개만 들어있었다. 수원시 우만1동도 상황은 마찬가지. 팔달구는 지난해 이곳의 경사도를 조사해 경사도가 6%가 초과된 사실을 확인,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판을 설치했다. 그러나 현장에 주차된 10여대 가운데 고임목을 괸 차량은 단 1대도 발견되지 않았다. 수원도시공사에 문의 결과, 관련 주차면 계약자 33명 가운데 정작 고임목을 수령해간 사람은 1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광호 평택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화물차 등 중량이 무거운 차량을 비롯해 오래된 차량은 제동력이 떨어지는 데다 눈이나 비가 내려 도로가 젖어있다면 본래 제동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며 경사로 사고 대부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해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고임목과 안내표지 설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이달 말 도내 경사진 주차장 조사를 통해 전반적인 안전 관리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하준이법은 지난 2017년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차량에 치여 3세 최하준군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경사진 주차장에 고임목과 미끄럼 주의 안내 표지 설치 등을 의무화한 법이다. 2019년 12월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지난해 6월25일부터 시행됐다. 안노연기자

[현장, 그곳&] 산란계 또 덮친 AI...道 양계 농가ㆍ소비자 모두 ‘초긴장’

최근 경기도와 인접한 충남 천안시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도내 양계 농가들이 확산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평택시 청북읍의 한 산란계 농장. 터널식 차량 소독기가 설치된 농장 입구에는 생석회가 도포된 채 외부 차량 및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농장주 유정남씨(65ㆍ가명)는 통화에서 "최근 천안시 풍세면 산란계 농장의 AI 발생 소식을 듣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작년 겨울 AI 파동으로 50만 마리가 넘는 닭을 살처분시킨 유씨는 지난 4월부터 입식을 시작해 13만 마리의 닭을 농장에 다시 들였다. 하루 평균 12만5천개의 달걀을 수확하는 유씨는 철저한 소독 등을 통해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AI로 또다시 닭을 잃을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유씨는 평택은 매년 AI로부터 타격을 많이 받는 지역이라서 늘 철저한 소독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전염을 막을 수 없어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라며 사료값과 인건비 등 매년 농장 운영비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가 발생하게 된다면 피해가 막심해 더 이상 농장을 운영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안성시 미양면의 A양계 농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여름 고온으로 인한 축사 유지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A농장은 혹시나 AI가 전염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농장주 B씨(57)는 농장 주변에 생석회를 뿌리고 축사 내ㆍ외부를 소독하고 있지만 철새가 어디로 이동할지 알 수가 없어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라며 애지중지 키운 닭을 지키기 위해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AI 발병 소식에 소비자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겨울 3천만 마리가 넘는 닭들이 AI로 살처분돼 달걀 한 판 값이 1만원대를 넘나들었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안성시 원곡면에 거주하는 주부 최옥희씨(50ㆍ여)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달걀값이 이제야 안정세를 찾아가는 데 AI가 또 터져 걱정이라면서 지금도 고물가인 상황에서 서민들의 식재료인 달걀값까지 치솟으면 주부들의 장바구니는 더욱 가벼워질 것이라고 푸념했다. 이와 관련, 안길호 경기도 조류질병관리팀장은 천안시 AI 확진 농가와 동선이 겹쳤거나 의심되는 도내 농가를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음성이 나왔다면서 도는 지난 10월부터 도내 양계농가의 AI 정밀 검사를 2주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다. 검사 주기를 단축하는 등 대응 방안을 강구해 방역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수기자

[현장, 그곳&] "안심콜 사용을 제지할 여유가 없습니다"..방역패스 범위 확대 첫날 곳곳에서 한숨과 혼란

접종 이력을 알 수 없는 안심콜 사용을 제지해야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처지라... 정부가 6일부터 코로나19 방역패스 범위를 카페와 식당, 스터디 카페, PC방 등 총 16곳으로 확대한 가운데 경기도 곳곳에서 혼란과 깊은 한숨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안양 범계역 근처의 한 PC방. 입구에서 만난 20대 남성 3명 중 2명은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지 않은 부분 접종자였지만 이들은 접종 이력을 확인할 수 없는 안심콜로 전화를 걸며 꼼수 입장을 시도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점주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보였지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의왕시 내손동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는 얼굴이 붉게 상기된 최선학씨(28ㆍ가명)가 환불을 요청하며 씩씩거리며 이곳을 나왔다. 회계사 시험을 80여일 앞두고 컨디션 관리에 신경써야 할 최씨에겐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백신 부작용은 시험을 망칠 혹시나 모를 변수였다. 그동안 필수가 아닌 선택이기에 시험 종료일까지 백신 접종을 미뤄왔던 그에게 이날부터 스터디 카페에도 방역패스가 적용되면서 최씨는 합격을 위한 막판 스퍼트를 할 소중한 공부방을 잃게 됐다. 난처하긴 카페 주인 박수연씨(43ㆍ여ㆍ가명)도 마찬가지. 이날 오전에만 15통의 환불 문의 전화로 기진맥진한 기색이 역력한 박씨에게 방역패스는 지난달 1일 위드 코로나 이후 매출 반등의 꿈을 빼앗어버린 주범과도 같은 존재였다. 점심시간이 지난 수원시청 인근의 한 카페. 직원이 손님들 한명 한명을 상대로 방역패스를 확인하기 여념이 없는 가운데 어느덧 입구는 대기줄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방역패스 범위 확대를 인지하지 못한 일부 시민들은 가뜩이나 쌀쌀한 날씨에 뭐 하는 짓거리냐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직원은 접종 여부를 확인하랴, 변경된 지침을 설명하랴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반면 변경된 지침을 숙지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미접종자 일행들과 함께 교묘히 인원제한의 규제를 피해가기도 했다. 현행 지침상 미접종자 1명은 카페나 식당에 들어갈 수 있기에 6명의 일행은 미접종자 1명ㆍ접종자 2명씩 조를 나눠 태연하게 주문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충환 경기도상인연합회 회장은 업종마다 사정이 다른데,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이유로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며 2년 동안 영업도 제대로 못한 소상공인들에게 방역패스는 죽으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패스는 접종률을 높이는 게 목적인데, 한국은 이미 접종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방역패스는 오히려 접종자에게 코로나19에 대한 해이감을 주기 때문에 정부는 이보다는 병상확보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역패스 다시 한번 결사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26만3천5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정민ㆍ이대현기자

[현장, 그곳&] 끝 모를 ‘코로나19 한파’…더 시린 인력시장

요즘 일손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본격적인 추위와 함께 일감 경쟁이 치열해지는 겨울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 확산 속 외국인 일손이 자취를 감추면서 인력시장은 더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3일 오전 4시께 영하 7도의 한파가 몰아치는 안양시 동안구의 한 인력사무소. 통상 겨울이 되면 일거리가 줄어 들어 일감 확보가 어렵지만, 인력사무소 앞은 비교적 한산했다. 이내 두꺼운 패딩으로 무장을 마친 작업자 몇몇이 모습을 드러내나 했더니 그 행렬은 30명도 채 되지 않아 끝이 나버렸다. 사무실 벽에 달린 시계가 오전 5시를 가리키자, 사무실에 모인 사람들의 이름이 하나 둘 호명되기 시작했다. 원하는 일감을 따내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 따위는 없었다. 출석 없이 현장으로 바로 떠난 인원까지 이날 인력사무소에서 보낸 인력은 130명 안팎. 지난해 이맘때의 절반 수준이다. 인력사무소 대표 최효범씨는 아무리 건설 경기가 불황이라지만, 거래처에선 인력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다만 외국인을 비롯한 일손이 줄면서 70~80%도 간신히 소화 중이라고 푸념했다. 최씨의 말대로 이날 일감을 기다리던 노동자들 중 외국인은 중국 동포 3명뿐이었다. 일손이 부족해진 건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노동자가 자취를 감춘 탓으로 분석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고용허가제(E-9), 방문취업(H-2) 등 자격으로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는 35만2천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8만명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고용허가제는 취업 절차를 밟은 외국인이 산업 또는 농어촌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주노동자의 입국 통제를 강화했고, 이후 매년 5만명씩 신규 입국하던 수가 지난해 6천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이 같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초부터 다시 통제를 풀었지만, 비자 발급에 한 달가량 소요되고 있어 아직까지 현장에선 별다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 측은 방역 당국과 오미크론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당분간 입국 완화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설현장에서 인력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격리기간을 늘려 감염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인력 수급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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