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원폭피해자協, 피폭 80주년 추모전 [경기일보 보도, 그 후]

‘정부·지자체 무관심’ 본보 지적 후 도의회 로비서 8일까지 추모 전시

image
4일 오후 경기도의회 로비에서 열린 ‘경기도 원폭피해 80주년 추모전시회’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 주최로 열린 이번 전시는 8일까지 계속된다. 윤원규기자

 

“80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긴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추모의 길이 열려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4일 오후 경기도의회 로비에서 열린 ‘경기도 원폭피해 80주년 추모제–기억, 그 너머를 향하여’ 전시장을 천천히 거닐던 박상복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장이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으로 작품을 바라보다, 걸음을 멈추길 반복했다. 박 회장은 “이 작은 전시 한 편에 피폭과 강제징용, 망각과 침묵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고 했다.

 

이대수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대표의 발걸음도 한 사진 앞에 멈췄다. 그는 “그때 그 사람들은 잊힌 존재가 아니라 지워진 사람들이었다”며 “이 전시는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역사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고 했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두 발의 원자폭탄은 한순간에 수십만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그곳에 있었던 수만명의 조선인들. 강제동원이라는 이름 아래 머나먼 타국으로 떠밀려간 이들은 피폭의 생존자이면서도 제대로 된 이름도, 기록도 없이 80년을 버텼다.

 

긴 시간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을 지적(경기일보 2021년 3월1일자 1·2·3면 등 연속보도)한 뒤 이날 경기도에서는 처음으로 원폭피해자들을 위한 공식 추모 행사가 열렸다.

 

image
4일 경기도의회 로비에서 열린 원폭피해 추모 전시회에 참석한 박상복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장, 이대수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대표 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진기자

 

추모 전시회는 8일까지 도의회 로비에서 누구나 관람할 수 있으며, 본행사는 7일 수원팔달문화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추모 전시회에서는 1945년 원폭 투하 당시 피해 상황을 담은 작품 30점과 2010년 발간된 사진집 ‘한(恨), 미쓰비시, 히로시마, 일본 – 46인 한국인 징용공피폭자’ 속 10점이 전시된다.

 

본행사에서는 1부 추모식과 함께 2부에서는 ‘평화의 나무’ 합창단의 공연과 도내 원폭피해자 10명의 인터뷰 영상이 상영된다. 식전에는 미국, 일본, 카자흐스탄, 남아공, 마샬제도 등 전 세계 피폭자들이 참여하는 ‘원폭피해 80주년 국제비핵평화포럼’도 열린다.

 

박 회장은 “전시와 포럼을 통해 원폭 피해의 아픔을 되새기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고통에 함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전쟁의 희생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핵 없는 평화세상을 만드는 데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끝나지 않은 원폭피해자의 악몽] 대를 잇는 아픔... 언제쯤 멈출까

https://kyeonggi.com/article/202103021158730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