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선 아동성폭행범, 성남선 절도범 시민들이 추격끝 붙잡아 신고자 보상·조사절차 까다로워… 관련법규·제도적 손질 필요
폭력에 눈 감은 ‘무방비도시’ - (中) 성숙한 시민정신이 아쉽다
지난해 11월 부천의 한적한 주택가에서 여자아이의 비명이 들렸다. 20대 노숙자가 아홉 살 된 소녀를 성폭행하기 직전 아동이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10여 명은 주변을 수색했지만 상가 건물로 숨은 아동 성폭행 미수 피의자를 찾지 못했다.
인근 식당 점원이 고장난 화장실 안에 숨어 있던 노숙자를 발견했다. 식당 점원은 두려웠지만 소주병을 손에 들고 “여기서 뭐 하는 거냐”며 소리를 질렀고 노숙자는 달아났다.
달아나던 노숙자를 잡은 것은 인근 신발가게 주인. 범인 검거를 위해 수색 중이던 경찰의 무전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된 신발가게 주인은 달아나는 사람이 범인임을 직감하고 체중이 100kg에 육박하는 노숙자를 단숨에 제압했다.
경찰이 놓칠 뻔한 아동 성추행범을 식당 점원의 관심과 신발가게 주인의 용기로 붙잡은 것이다.
‘수원 20대 여성 엽기 토막’ 사건과 같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면서 경찰 치안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이 직접 주변의 위험한 상황에 즉시 대처해 이웃을 위기에서 모면하게 할 수 있도록 범죄현장에서의 신고방법과 행동요령 등의 교육과 함께 적절한 보상 기준 및 신고자·검거자 보호 등의 시스템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10월15일 자정께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술에 취해 토하고 있는 피해자의 휴대전화기와 가방을 빼앗아 달아나던 30대 남성을 K씨(31)와 O씨(20)가 추격 끝에 검거했다.
또 지난 10월30일 오전 6시30분께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도로 옆에서 피해자의 지갑과 금목걸이를 10대 남성이 날치기해 달아나는 것을 목격한 B씨(27)가 추격해 붙잡았다.
강도상해범과 날치기범을 검거한 용감한 시민들은 해당 수정경찰서로부터 감사장과 포상금을 받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신고자의 보상과 조사 절차 등이 까다롭고 신고자 보호와 민간인이 피의자를 검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보상 규정 등이 미비한 실정”이라며 “사회 안전망이 잘 구축된 선진국의 경우 신고 보상제도와 범인 검거시 민간인 피해 보상 등의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돼 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범죄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신고자나 범죄 현장에서 민간인이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경우 그에 대한 보상 규정이 있지만 범인 검거시 민간인 피해에 대한 피해 보상 규정 등은 아직까지 미비하다”며 “기본적으로 치안은 경찰이 담당해야 하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장에서 주변인들의 즉각적인 대처가 중요한 만큼 관련 법규와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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