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행복 시키신 분!

배달천국 대한민국
전화 한통이면 무엇이든 ‘OK’
1인가구 늘어나며 폭발적 증가
이제는 하나의 문화이자 산업

▲ 우리나라는 배달문화가 매우 발달한 나라다. 음식에서부터 각종 생필품, 심지어는 사랑과 우정의 고백까지도 배달이 가능하다. 무엇이든, 어디든 배달한다는 배달대행업체 ‘바로고’ 수원총판 직원들이 의뢰받은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저녁을 먹었는데도 왠지 허전하다. 손은 전화기로 향하고, 익숙하게 야식을 주문한다. 

30분 뒤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왔다!”를 외치며 현관문을 향해 총알같이 달려간다. 이내 이어지는 작은 행복의 시간. 한밤의 출출함을 전화 한 통으로 달랠 수 있으니 이만한 즐거움이 또 어디 있을까. 

어린 시절 성탄절에만 몰래 찾아와 선물을 주던 ‘산타클로스’는 이제 24시간, 365일 굴뚝이 아닌 문을 열고 찾아온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느낄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풍경이다.

 

집에 오는 사람 중 가장 반가운 사람이 택배기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배달은 우리네 삶 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통계로만 봐도 그렇다. 일본의 벤처캐피털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CAV)가 지난 2014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음식배달 산업 규모는 12조 원에 달한다. 지난 2001년 6천억 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배 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배달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이 폭넓은 업종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주변에서 편하게 배달주문이 가능했던 품목은 중국 음식이나 우유, 신문 등이 고작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1990년대부터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은 ‘치느님’이라 칭송(?)받는 치킨을 비롯해 피자, 족발, 분식 등 소위 말하는 ‘야식’이 대거 배달 서비스에 나서기 시작한 시점이 이때부터다.

여기에 2010년대 들어 1인 가구가 매우 증가하면서 배달 산업 규모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제는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조차 집에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배달받아 먹을 수 있으니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금이야 배달은 하나의 문화이자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배달이 발전하게 된 계기를 살펴보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실업자들이 대거 양산되면서 소액자본을 바탕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음식점 창업이 우후죽순으로 이뤄졌고, 높은 임대료와 과당 경쟁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배달이 각광을 받게 됐다. 

배달을 하지 않으면 점포 운영 자체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달산업 또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소상공인들의 몸부림이 현재의 배달 산업을 만들어 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달은 이제 단순히 하나의 제품을 집까지 배송한다는 의미를 벗어나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 겨울철 취약 계층을 위한 연탄 배달 등 물건을 넘어 가치를 전달하기도 하고, 전통적인 배달 음식ㆍ퀵서비스ㆍ신문배달ㆍ우유배달ㆍ꽃배달 등을 넘어 유통업계에 ‘정기 배송’이라는 새로운 바람도 불어넣고 있다. 또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배달산업도 발전하는 등 배달 또한 점차 진화하는 모습이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바뀌고, 품목 역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다양해지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배달을 통해 집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만큼은 10년, 100년이 흐르더라도 그대로일 것이다.

 

그 가치를 전하려고 지금 이 순간도 도로를 누비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을 ‘산타클로스’들의 안전 운행을 바랄 뿐이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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