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일산병원서 맹장수술 받은 60대
통증 호소에도 “수술은 성공적” 대답만
특히 일산병원 측은 수술 직후 두 차례에 걸쳐 병원을 찾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환자의 절규를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나 안일한 대응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4일 수술 환자 A씨(66)와 건보공단 일산병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23일 심한 복통을 느껴 일산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맹장염임을 확인, 이날 곧바로 건보공단 일산병원에 입원해 맹장염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며칠 뒤인 28일 퇴원한 A씨는 수술 후 극심한 복통을 비롯해 낭심과 항문 부위에서 참을 수 없는 찌릿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이에 같은 달 30일 다시 병원을 찾아 통증을 호소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CT 촬영 등 아무런 확인 절차도 없이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며 A씨를 안심시켜 돌려보냈다. A씨는 수술 후 으레 있는 통증이라 여기고 지내다가 통증이 점차 심해지자 지난해 7월18일 재차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돌아온 병원 측의 대답은 “수술은 제대로 마무리 됐다”였다. 항문은 내과, 낭심은 비뇨기과 진료 사항일 뿐 이번 수술과는 별개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통증이 완화되는가 싶더니 올 들어 다시 통증에 시달리기 시작한 그는 급기야 지난 3월28일 일산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CT 촬영 결과, 아랫배 속에 길이 20㎝짜리 드레인관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자그마치 9개월 동안 그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혀왔던 정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A씨는 지난 4일 일산의 한 다른 종합병원에서 드레인관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 이후 그는 그간 겪어온 통증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A씨는 “수술 후 두 번이나 병원을 찾아가 통증을 호소했는데 그때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며 “환자의 말에 귀 기울여 어떠한 검사라도 했더라면 10개월 가까이 이토록 고통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억울해했다. 그는 또 “의료사고도 문제지만, 과실에 대해 지금껏 사과 한마디 없이 무책임하게 책임을 회피하는 주치의와 병원 측의 행동이 너무나도 불쾌하다”며 “일산병원의 의학적인 윤리의식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 일산병원 측은 “현재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에 있으며 법무팀이 A씨와 만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A씨를 수술한 집도의는 병원 측을 통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혁준ㆍ김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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