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 20㎝ 수술용 호스 ‘충격’
극심한 고통에 병원 찾았지만 절규하는 환자 철저히 외면해
“무려 9개월 동안 뱃속에 20㎝짜리 수술용 호스를 넣고 다닌 것도 화나지만, 사과 한마디 없는 병원 행동에 더 치가 떨립니다”
본보가 연속 보도해 논란이 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의 의료사고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일산병원은 이번에 크게 두 가지의 우를 범했다.
하나는 맹장수술을 하며 환자 뱃속에 길이 20㎝짜리 수술용 호스인 드레인관을 그냥 놔둔 채 수술을 마무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술 후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 환자의 절규를 철저히 외면한 채 병원으로써 가져야 할 윤리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분이다.
맹장수술 직후 극심한 통증을 느껴 두 차례 병원을 찾아 고통을 호소한 A씨의 절규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그는 수술 후 애원하며 의사에게 매달렸다. 그러나 그가 들은 두 번의 대답은 모두 “수술은 잘됐다”였다.
지난 3월 뱃속에 드레인관을 발견한 A씨가 담당 의사를 찾아갔을 때도 의사는 “수술은 잘됐는데 보조인력이 실수한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9개월간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준 담당 의사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닌 책임 회피성 말을 전해들었던 A씨는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며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억울함을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병원 측 태도 또한 정부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맞는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병원 측은 지난 3월28일 뱃속에 이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항의하는 A씨에게 4월13일 연락을 주겠다는 전화 통화를 끝으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항의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기간이었다.
뭐가 그리 무서웠는지 의사와는 연결조차 시켜주지 않았다. 그러다 취재가 시작되자 대응은 완전히 달라졌다. 병원 측은 부랴부랴 A씨에게 접촉을 시도해왔다. 며칠 동안 취재가 이어지고 기사가 세 차례나 보도되는 동안에도 끝끝내 집도의와의 통화 연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평소 좌우명으로 삼는 말이 있다. 성철스님의 ‘불기자심(不欺自心)’이다. 스스로의 마음을 속이지 말라는 뜻이다. 자기 자신에게 엄하고 정직하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당시 수술을 집도한 의사와 병원 관계자들은 의료사고로 절규하는 환자에게 진심을 다해 단 한번이라도 그의 고통을 따뜻하게 안아주려 노력했는지, 자신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것이다.
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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