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의 삼엄한 감시 속 경직된 평온
호텔서도 몸 수색… 식당엔 공안용 방패·몽둥이 놓여 있기도
위구르족 거주지는 더 심각… 한족·소수민족 평화 찾아오길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주도(主都)인 우루무치에는 450만여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중 70% 이상이 한족, 10% 이상이 위구르족이며 나머지는 다른 소수민족이다.
고속철도에서 내려 역을 빠져나가는데 공안(중국 경찰)이 내 앞길을 막으며 다른 길로 안내했다. 말이 안내지, 상당히 강압적인 태도라 당황스러웠다. 투덜대며 게이트를 빠져나가면서 보니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내가 나온 입구에는 짐을 검사하는 기기가 없었지만 옆쪽 입구에는 공항에서 볼 수 있는 짐 검사 기기가 있었다. 한눈에 봐도 한족과 다른 이국적인 외모를 지닌 사람들을 옆쪽 입구로 유도했다. 아마 그들은 그 짧은 시간에 나를 테러하지 않을 사람으로 분류했나 보다.
고작 역과 5분 거리인 호텔에 도착해서도 몸수색을 했다. 무거운 가방을 내렸다 들었다 귀찮은 와중에도 사설 기관인 숙소에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감탄과 경악이 반쯤 섞인 탄성이 나왔다. 사실 상당히 많은 중국 도시를 지나오면서 검문 절차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중국은 유명 관광지, 기차역 등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신분과 짐 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우루무치는 더욱 그러했다. 한 블록마다 공안이 지키고 있는 듯해 공안을 볼 수 없는 곳이 없었다. 밤거리에서는 총을 든 공안들이 역 앞에 모여 있었다. 식사를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는 공안이 쓰는 방패와 몽둥이가 놓여 있기도 했다.
위구르족이 주로 사는 우루무치 국제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한족이 거주하는 구역에 갔을 때보다 더 심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보며 당연히 우루무치에서 일어났던 몇 차례 사건을 떠올렸다. 우루무치 지역에서는 지난 2014년 5월22일 SUV 차량을 이용한 폭탄 테러 사건이 있었다. 이 사고로 43명이 죽었다. 또 그전인 4월30일 자살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79명이 다치기도 했다. 2009년에는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1천여 명 이상의 위구르족이 시위를 벌였고, 최소 197명 이상이 사망했다.
중국 내 한족과 소수민족의 갈등은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뉴스로 접할 수 있다. 신장웨이우얼 자치구는 자원이 풍부한 땅이지만 이 자원을 한족이 이용해 큰돈을 벌고 있다. 투루판에서 탐사단을 안내해준 가이드 조우펑씨는 “하늘이 공평해서 땅 위는 견딜 수 없게 덥게 만들었지만 땅 아래에는 풍부한 자원을 주었다”고 밝은 얼굴로 말했다.
이 풍부한 자원을 지역에 살던 소수민족을 밀어내고 몇몇 한족이 상당량을 차지했다. 소수민족이 경제에서 소외되고 있고, 이것이 민족 갈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투루판을 둘러봤을 때 중국 정부의 선전 문구가 적힌 광고판이 많았다. 시진핑 주석이 어린 아이들과 찍은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선전과 압박이 민족 간 갈등을 뭉갤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일상은 평온하기 그지없지만 어딘가 경직되고 어색했다. 직접 본 우루무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고 발전한 도시였다. 여기 청년들도 우리나라처럼 자정을 넘길 때까지 젊음을 즐기고 있다. 이 땅에 자연스러운 평화가 찾아오길 빈다.
우루무치=손의연기자
후원: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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