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시름 깊어진 한부모가정

최저월급이 정부 지원기준 초과
양육비·공과금 감면 등 못받아

“최저임금 올랐다고 다들 좋아하는데, 저 같은 한부모가정은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는 게 나아요”

 

수원시에 거주하고 있는 A씨(32ㆍ여)는 몇 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네 살배기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 갑작스런 남편과의 사별 후 작은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며 최저월급으로 힘겹게 아이를 키우던 A씨는 얼마 전 황당하면서도 기막힌 소식을 들었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최저월급도 자동으로 인상, 지난해까지 135만 원이었던 월급이 157만 원으로 오른 것이 화근이 됐다. 이로 인해 매월 정부가 지원해주던 한부모자녀 양육비 지원(지원대상 2인 가족 기준 소득 148만 원 이하)을 더이상 받지 못하게 됐다.

정부의 양육비 지원금이 매월 13만 원인 것을 감안해 볼 때 A씨는 오히려 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전체 소득이 줄어드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특히 소득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의 복지시설 입소 우선순위 혜택은 물론 이동통신요금ㆍ전기요금ㆍ도시가스요금 일부 감면 등 공과금 감면 혜택 등 각종 복지혜택도 받을 수 없게 돼 이를 환산하면 수십만 원의 손해를 입게 됐다.

 

A씨는 “다들 임금이 올랐다고 좋아하는데 한부모가정은 더욱 막막하게 됐다”며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한부모가정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 직장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건지, 아이가 곧 유치원에도 가야 하는데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되면서 최저월급이 한부모가정 지원 기준액을 초월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9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는 배우자와 사별 또는 이혼을 해 아이를 혼자 양육하는 ‘한부모가정’ 중 소득이 적은 가정에 매월 13만 원의 양육비 등 각종 복지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가구별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52% 이하인 한부모가정이다. 올해는 월소득이 2인 가족은 148만 490원, 3인 가족은 191만 5천238원 이하로 인정돼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최저월급이 2인 가족 지원기준을 초월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올해 최저임금 7천530원을 반영한 법적 최저월급은 157만3천770원(최저시급 x 209시간)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2인 가족 한부모가정은 9만 3천280원 차이로 한부모가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최저월급은 135만 2천230원으로 한부모가정 지원대상 기준인 146만 3천513원(2인 가족 기준)보다 적어 최저임금을 받는 한부모가정들은 모두 양육비 등 각종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최저월급은 22만 1천 원가량 오른 반면 지원대상 기준은 약 2만 원밖에 오르지 않으면서 당장 이번 달부터 지원받지 못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현재 도내에서는 3만7천777세대가 한부모가정 지원을 받고 있으며 도는 이중 상당수가 2인 가구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적지 않은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각종 복지혜택은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하는데, 지난해 7월 2018년도 중위소득을 결정하면서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것을 반영하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현재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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