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에 또 토막살인…조용한 전원도시 과천 민심 흉흉

과천지역에서 18년 만에 토막살인 사건이 발생해 조용한 전원도시 과천시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일부 시민들과 과천시 공무원들은 무서워서 등산을 꺼리는 등 토막시신 발견 보도 이후 민심마저 흉흉해지고 있다.

 

20일 과천시와 과천경찰서, 주민 등에 따르면 과천시는 인구 6만5천여 명으로 비교적 강력사건이 없는 지역으로 평판이 나 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과천경찰서의 경우 당직 사건은 자전거 절도 등 좀도둑 수준의 사건만 1∼2건 발생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민들은 과천지역에서 발생한 마지막 흉악범죄로 지난 2000년 이은석 토막살인 사건을 기억한다. 당시 부모로부터 차별은 받은 아들이 노부모를 토막살인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과천 경찰관들도 과천경찰서 개서 이래 가장 끔찍한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은석 사건은 과천 별양동 자택에서 이씨가 아버지(59)와 어머니(50)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시신을 여러 조각으로 토막 내 유기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둘째 아들이었던 이씨는 서울의 한 명문대에 재학 중이었고, 큰아들만 편애한 부모에게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와 말다툼 끝에 부모를 살해한 것이다. 1심 법원은 이씨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과천시 주민들은 이은석 사건이 떠오른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 A씨는 “과천지역은 살인사건 등 강력사건이 발생하지 않아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번에 토막시신이 발견되면서 마을의 민심마저 흉흉해져 가고 있다”며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지난 2000년에 발생한 노부모 살인사건이 떠 올랐다”고 말했다.

 

과천시 공무원 B씨는 “다음주에 친구와 함께 청계산 등반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번 살인사건을 접하면서 등산계획을 취소했다” 며 “수사기관에서는 하루빨리 범인을 붙잡아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오전 9시40분께 과천시 과천동 서울대공원 장미의언덕 주차장 인근 도로 수풀에서 머리와 몸, 다리 등이 분리된 토막시신으로 발견된 50대 남성 사망자는 안양시 만안구에 소재한 모 중국식당에 주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이달 10일 이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10일 전후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숨진 A씨는 20여 년 전 집을 떠나 가족과 거의 연락을 하지 않은 채 지내왔으며, 주소로 등록된 곳은 수년 전에 자신이 일했던 곳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피해자 A씨가 숨지기 전 통화한 주변인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서울대공원 뒷길에서 1주 전부터 무언가 부패한 냄새가 났다는 참고인 진술에 따라 살인범은 범행 후 하루 이틀가량 시신을 보관한 채 훼손한 뒤 현장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의뢰했으나 사망원인은 아직 확인할 수 없다는 구두 소견을 통보받았다.

 

국과수는 “시신 부패로 인해 사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정확한 사인은 목졸림 흔적이나 약독물 중독 여부 등을 정밀 감정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정밀 감정에는 2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과천=김형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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