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화재 관련 업체, 망자 대한 사죄 소극적”
38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한 지 두번째 주말을 맞은 가운데 유가족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애도를 이어갔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한 지 11일째,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지 10일째를 맞은 9일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내 합동분향소. 이날 분향소에는 희생자 직계가족의 조문보다 친인척, 함께 일하던 동료 등의 발길이 주를 이뤘다.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은 한 여성 조문객은 가족의 영정 사진 앞에서 헌화하며 “아이고…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지니”라고 탄식하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과거 희생자와 같은 공사현장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보이는 한무리의 근로자들 역시 입을 굳게 다문 채 제단 앞에 서서 한동안 묵념을 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경기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이날 분향소를 찾아 조문에 나섰다. 이날 오전 11시25분께 박승원 광명시장이 분향소를 방문했고, 오후 3시께 최대호 안양시장이 분향소를 찾았다. 엄태준 이천시장은 현장을 지키며 여러 인사가 분향소를 방문할 때마다 함께 이동하며 안내를 이어갔다.
한편 이날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내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지 열흘째를 맞았으나, 이번 참사 관련 업체들의 조문은 분향소 마련 다음날인 지난 1일 비공개 방문 외에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관련 업체들이 유가족에게 사과의 뜻은 전했으나 망자(亡者)에 대한 애도와 사죄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유가족은 “합동분향소가 열흘 동안 운영되고 있는데 누구보다 희생자에게 사죄해야 하는 업체 관계자들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며 “또다시 이런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대책을 마련하고 찾아와, 희생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건축주 한익스프레스와 시공사 건우, 감리사 전인CM 등의 위기대응 자문을 담당하는 업체 측은 지난 1일 관계자들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으며, 현재 유가족 측에 만남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익스프레스 자문업체 관계자는 “화재 현장 인근 모가실내체육관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전한 날, 분향소도 방문했다. 다만 티를 내면서 다녀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유가족과의 만남도 이천시를 통해서 요청해놓은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오ㆍ채태병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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