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고덕산업단지 명과 암] 1. 대체전력도 없는 불안한 출발

수십조원 투입 공장, 정전엔 무방비

1.jpg
삼성전자가 평택시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라인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라인 1기 공장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예비전력이 확보되지 않는 등 불안요소를 안고 있는데다 향후 진행될 라인 2기 등에 대한 추가 건설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아서다. 

41조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5만 명의 고용창출이 기대되고, 정상가동 시 1천억 원의 지방세입 증가 및 3만여 명의 고용효과가 예상됐지만 라인 1기 가동 단계에서 ‘올 스톱’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호황을 기대했던 관내 건설업계는 물론 인근 상인들까지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유치로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투자를 하면서 ‘평택 드림’을 꿈꾸던 이들의 바람도 ‘일장춘몽’으로 끝날 위기에 처해 있다. 편집자주

15조 원이 넘게 투입된 삼성전자 평택 고덕산업단지 반도체 공장 라인 1기가 출발부터 불안하다. 라인 가동을 목전에 두고도 예비 전력원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라는 달콤한 약속을 통해 삼성전자의 투자를 이끌어낸 평택시와 한국전력공사의 무책임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10월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라인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85만5천 평(283만㎡) 부지에 4개 라인을 건설, 3D V낸드 플래시메모리 대량 생산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이에 경기도와 평택시가 고덕산업단지 조기 활용과 관련한 행정 지원을 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를 지원하면서 투자 관련 애로사항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3월 전체 부지 중 23만8천 평(79만㎡)에 라인 1기 건설에 돌입했다. 무려 15조6천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라인 1기 공장의 설비 공정은 아직도 진행 중으로, 추후 투자금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당초 7월1일 가동 예정이었던 라인 1기를 하반기에는 가동한다는 계획이지만, 주요 기반시설인 예비 전력조차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불안한 출발’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특성상 복수의 전력원을 확보한 상태에서 운영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전 등의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기흥공장 정전 사태로 이틀 만에 무려 500억 원가량의 손해를 떠안았던 전력이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고덕산업단지가 확보한 전력원은 인근 오성복합화력발전소에서 끌어오는 것이 전부인 상황으로, 사고가 발생해도 예비 전력 선로가 없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삼성전자의 몫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전력공사와 평택시가 내세운 전력수급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시작됐다. 당초 당진과 안성 등에서 전력을 끌어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충청남도 당진시 주민들의 반대로 북당진변전소 건설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한전이 당진시를 상대로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승소, 가까스로 착공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내년 6월로 예정됐던 완공 시기가 2020년 7월로 2년 넘게 연장됐다. 한전과 평택시가 삼성전자 유치 당시 제시했던 전력수급계획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고려하지 않은 ‘장밋빛 전망’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평택시는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평택시 관계자는 “전력 공급과 관련한 문제는 삼성전자와 한전 간의 계약 문제”라며 “중간에서 지원을 할 뿐, 지자체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북당진변전소 완공 때까지 인근 발전소 등을 활용한 대체 전력원을 모색하겠다”며 “삼성전자 측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적절한 방안을 찾겠다”고 해명했다.

 

최해영ㆍ이명관ㆍ유병돈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