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조장” 정보 미공개… 지자체, HIV 감염자 파악조차 못해
최근 연이어 ‘에이즈’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서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더해가는 가운데, 정작 에이즈 예방활동 최일선에 있는 지자체들은 자신들의 지역에 에이즈 환자가 몇 명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해 지역주민들의 불안을 조장할 수 있어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지자체들은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대응을 할 수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도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는 3천100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2천916명이었던 것에 비해 180여 명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HIV 감염자 수에 대해 도는 정확하지 않은 현황이라고 밝혔다.
HIV 감염자는 일선 보건소에서 감염자가 발견될 경우 질병관리본부에 곧바로 신고를 하게 되어 있는데,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HIV감염자 수만 공개할 뿐 지역별 감염자 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보건당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질병보건통합시스템에는 HIV 감염자 1일 현황이 공개되고 있지만 1일 현황과 1년 통계가 일치하지 않는 등 시스템이 불안정하게 운영되고 있어 공무원들조차 이 시스템 수치를 믿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도는 HIV 감염자 수만 추정하고 있을 뿐 실제 에이즈 환자(HIV를 10년 이상 방치해 각종 감염에 노출된 환자)는 몇 명이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선 보건소에서는 감염자들의 인권을 위해 익명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감염 의심자 1명이 여러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는 경우도 발생, HIV 감염이 의심돼 검사를 받은 사람들의 수도 정확히 파악지 못하고 있다.
도는 이같이 HIV 감염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지 못하면서 예방활동 및 대책 마련에 사용할 근거가 부족, 적극적인 대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도는 매년 7천만 원가량의 예산을 들어 에이즈 예방 활동을 실시하고 있는데, 에이즈 환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에도 지난 3년간 에이즈 예방 활동 예산은 동결됐다.
도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서 결핵 등의 타 질병에 대해서는 지역별 통계를 제공하면서도 유독 에이즈에 대해서는 지역별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며 “제대로 된 통계가 없어 예방활동 및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2011년 이전에는 지역별 에이즈 환자 현황을 공개했었지만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너무 심하고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을 느껴 지역별 현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외부에 공개하진 못하지만 지자체와는 에이즈 예방을 위해 더욱 긴밀히 협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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