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다가온 공포 ‘에이즈’] 4. 어려지는 감염자, 학교 예방교육은 쉬쉬

청소년 감염자 10년 새 4배 늘었는데 ‘에이즈 예방’ 등 돌린 학교

청소년 에이즈 환자가 지난 10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지만 정작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에이즈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경기도와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용인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채 채팅앱을 통해 만난 남성을 대상으로 성매매한 10대 여성의 소식이 알려진 후 약 2주 동안 해당 지역 중ㆍ고교생 26명가량이 에이즈 감염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한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국내 청소년 에이즈 감염 환자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에이즈 환자는 1만3천584명으로 2007년 5천316명보다 2.6배 늘었고, 이 기간 10대 환자는 99명에서 417명으로 4.2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청소년 에이즈 감염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성관계 경험 나이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동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를 보면 21만 2천538명의 청소년 중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은 5%가량이었으며 성관계 시작 연령은 12.8세에서 13.2세였다.

 

실제 많은 청소년이 일찍 성 경험을 하고, 에이즈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아직 에이즈 예방 교육에 소극적이다. 에이즈 예방 교육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도교육청 차원에서 예산을 들여 실시하고 있는 에이즈 예방 교육은 전혀 없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경기도지회가 경기도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매년 도내 중ㆍ고교 중 100개교를 선착순 모집해 교육하는 것이 전부다. 

선착순 교육 이외에도 별도로 10만 원의 강의료를 내면 에이즈 예방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돈을 들여 에이즈 예방 교육을 신청하는 곳은 거의 없다. 최근 에이즈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여러 학교에서 에이즈 예방 교육을 문의했지만, 정작 10만 원의 강의료를 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단 한 곳도 교육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처럼 학교에서 에이즈 예방 교육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실질적인 성관계에 대해 교육을 해야 하는 에이즈 교육의 특성 때문이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역시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려 지난 3년 전부터 에이즈 예방에 가장 중요한 콘돔 사용 교육을 구두로만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폰 앱 사용 등으로 청소년의 성 경험 나이가 빨라지고 있는데 일선 학교에서의 에이즈 예방 교육은 현실적이지 못한 상황”이라며 “학부모들의 항의로 콘돔 사용 교육도 못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더라도 평소 에이즈 예방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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