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인연으로 뜻깊어진 배창호 감독의 특별전

지난주 목요일, 필자의 소속 학과에 출강하는 안재석 교수로부터 최근 출간된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제목은 ‘배창호의 영화의 길’이었다. 책 속에는 1980~90년대를 풍미한 배창호 감독의 인생 여정이 작품 활동에 따라 크게 다섯 시기로 나뉜 채 안재석 교수와의 대담 형식을 통해 서술돼 있었다. 안재석 교수는 21년 전 우연히 TV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한 이후 배창호 감독과 줄곧 가깝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책의 내용도 그러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을 둘러싼 일화가 더욱 흥미로웠다. 다음 날, 학과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각자의 주말 일정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김용찬 교수로부터 이틀 뒤 가족들과 함께 ‘배창호 감독 특별전’에 갈 계획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김용찬 교수와는 서로 옆 연구실을 쓰는 사이라 그가 영화 ‘흑수선’(2001년)에서 조감독 일을 하며 맺게 된 배창호 감독과의 친분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 바 있었지만 일부러 휴일에 맞춰 가족들을 대동하고 세종에서 서울까지 간다는 말이 다소 놀랍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지난 며칠간 인터넷 공간을 장식한 ‘배창호 감독 특별전’ 관련 기사들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배창호 감독의 데뷔 4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이번 특별전 기간인 2주 동안 전국 5곳의 CGV에서 그의 대표작 7편이 상영되고 있는데, 더불어 마련된 부대 행사를 통해 해당 영화에 주연을 맡았던 과거 은막의 스타들이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언론의 관심을 더욱 이끌게 된 듯 보였다. 특히 화제를 모은 것은 배우 안성기씨가 지난 15일 거행된 개막식 무대 인사 및 17일에 진행된 ‘깊고 푸른 밤’(1985년)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한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그가 1년 넘게 혈액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그의 쾌유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이름 앞에 ‘국민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안성기씨는 1980년대부터 수십년간 영화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였다. 때문에, 그가 출연한 수많은 작품들을 보고 자란 필자에게도 그의 투병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본인의 말대로 건강 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니 공식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곧 다음과 같은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그런데 왜 하필 배창호 감독 특별전을 통해서였을까?’ 그 이름을 빼놓고 한국 영화를 논하기 힘들 정도로 1980년대 배창호 감독의 존재성이 매우 컸음은 부정할 수 없겠으나 1990년대 이후 그 활약상이 현저히 미미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데뷔 40주년을 맞이해 특별전이 열리게 됐고 이를 통해 안성기씨를 비롯해 김희라 김보연 최불암 황신혜씨 등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들이 다시금 스크린 앞에서 팬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감독이 움직이니 배우들도 따라 움직이게 된 셈이다. 배우들뿐만이 아니었다. 여러 평론가와 감독, 기자들이 행사를 통해 배창호 감독 영화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안재석 교수나 김용찬 교수의 경우처럼 배창호 감독과 사적으로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은 삼삼오오 객석을 채우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배창호 감독 영화들을 재차 들여다보니, 그 속에는 언제나 사람들과 그들의 관계(인연·因緣)가 자리하는 듯 보인다. 뜻깊은 인연이 매개될 때 작품이 더욱 빛날 수 있음을 배창호 감독 특별전을 통해 새삼 절감하게 된다. 함충범 한국영상대 영화영상과 교수

1기 신도시 재정비 두고 김동연, 도의회 국민의힘 공방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한 경기도지사의 권한을 놓고 김동연 지사와 도의회 국민의힘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21일 도의회 제363회 임시회 2차 본회의 도정질의에서 국민의힘 유영일 의원(안양5)은 “김 지사가 후보 시절 ‘윤석열이 사실상 폐기한 1기 신도시 재정비, 김동현이 책임지겠다’는 제목의 글을 SNS에 올렸다”며 “용적률 등 건축 규제를 풀고 30년 이상 된 노후 공동주택의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하겠다는 내용인데, 마치 도지사가 되면 모든 현안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이 도지사에게 있냐”고 김 지사에게 따졌다. 이에 김 지사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중장기 국정과제로 분류하면서 거의 실질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하는 듯한 의사가 내포돼 있기 때문에, 어쨌든 우리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썼던 글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어 “1기 신도시를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정부가 같이 힘을 합쳐야 하고 서로 분규를 할 그런 일은 아니다”며 “제 권한과 책임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쳐서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이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고 썼는데, (도지사가) 통과시킬 수 있냐”고 되묻자 김 지사는 “통과시키게끔 노력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고 받아쳤다. 이에 유 의원이 “왜 역정을 자꾸 내냐. 똑바로 얘기하라”고 하자 김 지사는 “제가 똑바로 얘기 안 한 게 뭐가 있나”며 서로 언성을 높였다. 임태환기자

[경기도를 이끄는 작은거인, 유망중소기업] 24.퓨어오투

코로나19 유행 이후 인체 무해성이 입증된 ‘이산화염소(ClO2)’를 통해 ‘건강한 생활방역’을 선도하는 기업이 눈길을 끈다. 고순도 이산화염소수 제조기술로 관련 제품을 만드는 퓨어오투(대표 유숙정)가 그 주인공이다. 퓨어오투는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염소계 살균제품이 유해 잔류물질을 발생시켜 건강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여러 사례를 접한 뒤, 순수이산화염소(수)를 이용한 효과적이고 안전한 살균 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이산화염소는 1900년대 초부터 인체에 무해한 소독제로 인정받아왔는데, 이후 냉장고·옷장·식품용기 등에 넣어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연구 결과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어왔다. 이산화염소가스 분자 크기는 바이러스 보다 작은 0.124nm다. 따라서 이런 미생물이 숨어 있는 어떤 곳도 통과해 무력화시킨다고 퓨어오투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전국 수십 개 농가에서는 퓨어오투 산소계 이산화염소수를 사용해 유기농 농산물을 수확, 소득 증가에 도움을 받았다. 수산물 및 축산물 분야에도 퓨어오투의 산소계 이산화염소수가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퓨어오투가 생산하는 산소계 이산화염소수는 이산화염소 성분의 강력한 안전성을 토대로 기존 살균·소독 관련 제품들이 가진 문제를 극복한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기업 내 연구원들이 성분의 방향성을 염소계(Chlorine)가 아닌 산소계(Oxygen)로 채택해 살균력과 소독력 등 성능과 효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들은 감기, 신종플루, 폐렴균, 곰팡이균, 포도상구균, 레지오넬라 등 세균과 바이러스 제거에 탁월하고 담배 냄새 등 탈취에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효과를 토대로 개인과 가정의 건강한 생활방역에 도움이 될 것으로 퓨어오투는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수한 기술력을 토대로 경기도 유망중소기업에 선정된 퓨어오투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국제적 신뢰까지 얻었다. 기업은 고순도 이산화염소수를 고유한 브랜드로 발전시켜 소비자들의 이목을 잡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고객들의 안전한 생활방역을 위한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기술평가(TCB)에서 이산화염소 살균수 제조장치와 살균수 제조기술 등으로 인정받아 ‘2021 기술역량 우수기업 인증서’를 취득하는 성과도 올렸다. 유숙정 퓨어오투 대표는 “각종 전염병 세균과 바이러스에 노출된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싶다. 기존 제품들로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는 고객들이 보다 안전한 생활방역을 누리도록 돕겠다”면서 “유럽, 동남아 등 해외 수출을 시작한 만큼 대한민국 기업의 뛰어난 방역 기술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손사라기자

[지지대] ‘어떻게든 되겠지’는 곤란하다

몇 해 전부터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류. 가요부터 시작해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치맥 등 음식까지 K-FOOD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K-FOOD의 원료가 되는 농산물 역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꾸준히 해외 수출 물량을 늘려 왔다. 경기도의 농수산식품 수출액만 봐도 최근 5년(2017~2021년) 사이 12억9천여만달러에서 15억7천여만달러까지 증가했다. 그런 K-농산물에 위기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세계무역기구(WTO) 제10차 각료회의에서 농식품 수출 물류비 지원을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도하개발어젠다(DDA) 수출경쟁 분야가 타결돼 그동안 정부가 수출 농가에 지원해 오던 ‘농업 수출 보조금’을 2024년부터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출 농가에 대한 정부 지원이 ‘딱 1년’ 남았다는 뜻이다. 이미 예고된 수출 보조금 폐지이지만 현장의 반응은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직접 만나본 수출 농가 종사자 분들은 “에이~. 정부와 지자체가 설마 진짜 지원을 안 해 주겠어요? 어떻게든 해주겠죠”라는 의견이고,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은 “지원하지 않기로 약속했으니 내년까지만 지원하는 것이죠. 이미 충분히 예고된 일인데 농가들이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하겠죠”라는 식이다. 이러면 곤란하다. 아직 1년 남았다고 정부와 지자체, 농가가 손 놓고 있으면, 남은 유예기간 1년을 이런 식으로 흘려보낸다면 1년 후 정부와 농가가 극한 상황으로 대치할 수밖에 없다. WTO 협약으로 인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면, 지방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미 경기도 인근의 충남도는 발 빠르게 대처, 자체적으로 ‘비관세장벽 해소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판로 개척 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국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 역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은 시간은 1년뿐이다. 이호준 경제부장

“평택시사(平澤市史) 사료·객관성 담아 다시 편찬해야”

기존 평택시사(平澤市史)가 충분한 사료적 검토와 객관성을 담고 있지 못해 새로 편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평택인문연구소가 최근 평택문화원에서 주최한 ‘평택시사 어떻게 편찬할 것인가’ 주제의 제1차 학술심포지움에서 김해규 소장은 “시사(市史)는 지역역사의 정사(正史)지만 그동안 지역에선 4차례의 시·군지 편찬 당시 지역적 관점에서 평택지역의 역사와 삶을 객관적이면서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며 이처럼 밝혔다. 이어 “학술심포지움을 통해 새로 편찬해야 할 평택시사 편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시사편찬의 방향성과 방법이 공론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평택시사는 각각 1984년 ‘평택군지’, 1994년 ‘송탄시사’, 2001년과 2014년 ‘평택시사’ 등 4차례에 걸쳐 발간됐으나 충분한 사료수집과 객관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심포지엄에선 차선혜 화성시사 편찬실 선임연구원, 성주현 평택박물관연구소장, 장연환 효명고 교사, 황수근 평택문화원 학예사가 참여해 체계적인 시사 편찬 방안을 논의했다. 화성시 시사 편찬 사례를 살펴보고 평택지역사 연구 성과와 사료, 평택지역 시·군지 편찬사업의 의의와 문제점 및 개선안 등도 검토됐다. 한편, 평택인문연구소는 평택지역 인문학을 연구하고 대중화하기 위해 지난 2020년 2월 창립됐으며 평택지역 인문학 연구 논문 5편 및 ‘진교일기’와 ‘평택쇄언’ 서평 등을 담은 학술지 ‘평택인문연구’ 제1호 등을 펴냈다. 평택=안노연기자

[함께하는 인천] 한자를 배우고 가르쳐야

얼마 전 ‘심심한 사과’라는 말 때문에 ‘글을 해석하는 능력(문해력)’이 또 논란이 됐었다. 몇몇 누리꾼들이 ‘(마음의 표현 정도가)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한자어 ‘심심(甚深)한’을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다’는 뜻의 우리말 ‘심심하다’로 알고 댓글을 달면서 생긴 일이다. 한자어를 잘 몰라서 벌어지는 이런 사건은 새삼스러울 것이 전혀 없다.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은 지 오래인 데다, 젊은층일수록 책이나 신문을 읽는 습관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 중·고등학교에는 대부분 일주일에 한 시간씩 한문 수업이 있었다. 그것이 2007년 무렵에 없어진 듯한데, 이유가 짐작은 되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 많은 논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문 수업은 한자(단어) 학습 시간으로 바꾸어 계속했어야 할 일이었다. 우리말 단어의 절반 정도가 한자어인데 이를 안 배운다는 것은 우리말을 안 배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한자 교육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흔히 한문과 한자를 똑같이 보는 잘못을 범한다. 하지만 이 둘은 글자 그대로 문장과 글자라는 점에서 많이 다른 것이다. 외국어라 할 한문은 대개 중국의 문학과 역사 등에 관한 지식이 꽤 있어야 제대로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척 어렵다. 이 탓에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을 괴롭혔다. 그런데 막상 일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쓸 일은 별로 없다. 따라서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굳이 골머리를 썩여가며 배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자 단어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늘 쓰는 ‘우리말’이기 때문에 꼭 배워야만 한다. 그것도 전체가 5만자쯤 된다는 한자를 모두 배우는 것이 아니고, 흔히 쓰는 1000자 정도만 알아도 우리말을 이해하고 쓰는 데 훨씬 큰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영어에 지나치게 미쳐 있는 우리 사회는 이르면 유치원도 가기 전부터 시작해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을 넘어서까지도 영어를 배우게 만든다. 거기에 엄청난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이지만 그 결과는 대개 어떠한가. 외국인을 만나면 영어가 술술 나오던가. 아니면 영어가 일상생활에 대단한 도움을 주고 있는가. 우리가 1000자 정도의 상용(常用) 한자를 배우는 데는 아마 이렇게 영어를 공부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의 100분의 1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쓰려는데 그 정도의 투자도 마다하거나 문제 삼을 이유가 있나. 외국어도 제 나라 말을 잘하는 사람이 더 잘하는 법이다. 이제라도 학교에서, 한문이 아니라 한자 교육을 다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특별기고] 행복을 이뤄가는 삶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공통된 답변은 ‘행복’일 것이다. 그러나 과학문명과 경제가 역사상 가장 발달했지만 과연 지금의 인류가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는지 의문이다. 불교,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 등의 종교를 갖는 것도 행복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역시 앞선 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고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과 수십년 전에는 매년 배를 주리며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보릿고개라는 단어를 모르는 이가 더 많을 정도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선뜻 답하는 이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 여부를 경제적 수치로 가늠하는 국내총생산(GDP)과 달리 ‘행복한 삶’을 기준으로 한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라는 것이 있다. 줄여서 GNH라고 하는데 1970년대 부탄에서 만든 개념이다. 처음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행복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판단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지금은 대중화되었다. 2007년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평균행복(Average Happiness), 행복수명(Happy Life Years), 행복불평등(Inequality of Happiness), 불평등조정행복(Inequality-Adjusted Happiness) 등 4개의 세부 항목으로 구분해 세계 각국의 국민총행복지수를 매기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잘사는 국가가 반드시 GNH가 앞서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난한 나라가 앞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3월에는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2022 세계 행복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2년부터 국가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 6개 항목을 나눠 행복지수를 매겨 왔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가장 행복한 국가 1위는 핀란드이며 가장 낮은 순위인 146위는 아프가니스탄이다. 핀란드는 무려 5년째 1위를 차지한 ‘행복한 국가’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59위에 머물고 말았다. 6·25전쟁으로 황폐해진 국가를 가장 빠르게 경제발전을 통해 재건을 이루면서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정작 행복지수는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韓流)로 한국을 부러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들의 행복지수는 높은 편이 아니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은 어떻게 할 때 가능한가? 미국의 남성 건강 미디어 ‘멘즈헬스(menshealth)’가 최근 행복지수가 상위권에 있는 나라들의 ‘비결’을 보도한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만족하는 소욕지족(少欲知足), 바깥보다는 내면에 집중하고 성찰하는 명상,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 지인과의 친밀한 관계, 다정한 벗과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와 미소 짓는 삶, 과일과 채소를 우선하는 식단 등이 행복의 비결이며 정도(正道)다. 사실 이러한 삶이 한국인과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작은 위안이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갖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다행이다. 오봉도일 스님 25교구 봉선사 부주지·양주 석굴암 주지

[천자춘추] 삶의 질을 바꾸는 주소정보

요즘 공원이나 해수욕장에서도 음식 배달을 해주는 곳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배달 라이더에게 내 위치를 설명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형물이나 광장 입구로 주문하더라도 위치를 설명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야 한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배달 라이더의 호출 거부로 대기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한편 미국 등 일부 도시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드론과 로봇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가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는 실내외 어디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있는 곳까지 배송될 것이라지만, 그러기 위해선 배달 지점의 정확한 위치정보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주소는 집과 회사 등의 소재지를 의미했으나 로봇,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디지털트윈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기술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주소가 필요해지고 있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고 사람과 로봇의 위치를 식별할 수 있는 다양한 주소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를 주소정보활용지원센터로 지정해 우리 국토에 촘촘한 주소정보 기반시설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선 누구나 어디든 해당 위치를 주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건물, 사물, 공간의 모든 접점에 주소정보를 부여하고 있다. 노상·노외 주차장, 버스정류장, 육교 같은 공용 시설물의 ‘사물주소’ 부여를 확대하고 있으며 산악지역에서 재난과 사고로 인한 긴급 구조 시 위치 파악을 위한 ‘국가지점번호’도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일정 시간 사용하고 소멸하는 ‘시간주소’를 도입해 야식을 파는 푸드트럭, 겨울철 붕어빵 파는 곳도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부각되고 있는 로봇 방문 배송이나 휠체어 이동권 보장이 가능하도록 입체도로와 내부도로의 ‘이동경로’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다양한 주소정보체계 구축을 추진하면서 2030년 기준 1조원대의 주소정보산업 창출을 목표하고 있다. 주소정보가 촘촘하게 연결된다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국민 생활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LX공사도 주소정보 활용기술을 개발 보급하고 주소정보산업을 육성해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권경현 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북부지역본부장

[기고] ‘농기계 사고 줄이기’ 관심과 동참 필요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 동안 발생한 농업기계 사고는 연평균 1천273건이며 이 사고로 연평균 93명이 사망하고 1천9명이 다쳤다. 특히 수확기인 9~10월에는 280건의 농업기계 사고로 240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의 주요 원인을 분석한 결과 농업기계 끼임이 가장 많았고 농업기계 전복 또는 전도, 교통사고 순이었다. 또 지난해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업기계로 인한 손상 사고는 경운기가 전체의 35.0%로 가장 많았고 예초기(17.2%)와 트랙터가 뒤를 이었다. 이 중 경운기 사고의 68.4%는 단독으로 운전하다 전복되거나 전도되는 사고가 대부분이었으며 트랙터는 작업자와의 부딪힘 사고가 37.5%로 가장 높았다. 이렇듯 농업기계는 농업인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이지만 농업기계의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안전사고 발생은 해마다 지속되고 있다. 특히 농업기계 사고를 연령대별로 분석해 보면 10건 중 8건(79.7%)이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하고 있어 고령층 농업인들이 농업기계를 사용하는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농촌지역의 마을과 농경지 사이에 자동차 이용 도로가 개설되면서 농업기계와 자동차 간 교통사고 발생 비율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농작업을 위한 농업기계 이동 중 자동차와의 접촉사고는 사고 발생 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아 자동차 운전자의 특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을 통행할 때 제한속도를 초과해 고속으로 도로를 주행 시에 횡단하는 농업기계를 갑자기 발견할 경우와 해질 무렵이나 야간에도 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 필자의 경우 대학 시절 농촌봉사활동에서 알게 된 신혼의 농촌 청년이 경운기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행복했던 가정이 해체되는 상황도 목격했다. 또 고향의 이웃 마을 아저씨가 콤바인 작업 도중 탈곡 체인에 한쪽 팔이 들어가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현재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농업기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무엇보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각종 교육과 시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기계 교통사고를 50% 경감할 때 연간 사회적 비용이 650억원이나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경기도에서는 이러한 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사물인터넷 융합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농업기계 교통안전 시스템을 농업 현장에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안성시에서 올해 처음으로 지역 경찰서, 소방서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농촌지역 도로에 교통안전표지판을 설치하고 농업기계에 단말기를 부착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앞으로 사업 성과를 분석해 도내에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풍성한 가을 수확철을 맞아 농촌 현장에는 농업기계의 사용과 이동이 많아지고 있다. 농업기계를 이용하는 농업인들은 안전운전과 함께 소매나 옷자락 등이 늘어지지 않도록 토시 등 보호장비 착용과 끼임 안전사고에 대비하자, 농촌지역에서 자동차를 운전할 경우 농업기계와의 접촉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별한 주의와 교통법규 준수에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할 때다. 이기택 경기도농업기술원 지도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