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원 향한 갑질의 대가는 징역 7년이었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양 회장의 주요 공소사실은 직원에 대한 갑질이다. 2015년 성남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을 폭행했다. 폭행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분노를 샀다. 2016년에는 워크숍에서 직원들에게 동물을 죽이도록 강요했다. 살아 있는 닭을 석궁이나 일본도를 사용해 죽이도록 했다. 직원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혐의도 받았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몰래 들여다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밖에 개인 또는 회사 운영과 관련된 몇 개 혐의도 있다. 특수 강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등이다. 하지만, 그에게 맞춰진 사회적 시선은 직원에 대한 갑질이었다. 우리 사회의 회사 내 갑질에 대한 경종을 울린 범죄였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징역 7년이라는 중형을 택했다. 당연히 집행유예도 허락되지 않았다. 법이 정한 가장 중한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회사 갑질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판결이다. 판결문이 그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피해자들이 인격적 모멸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정상이 가벼운 범죄가 없는데 피고인은 피해 변상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어 피해자들이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또 워크숍에서의 잔인한 닭 도살은 상상하기 어려운 범죄로 죄질이 극히 무겁다고 했다. 양 회장은 한때 웹 하드 황제로 불렸다. 젊은 사업가의 모델이었다. 이제 그는 젊음의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낼 처지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관심은 2019년 크게 부각됐다. 2019년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막는 법도 시행됐다. 법시행 직후 반짝 효과는 있었다. 많은 직장인이 괴롭힘이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도 멀어졌다. 직장 내 괴롭힘은 또다시 일반적 현상이 됐다. 많은 직장인이 갑질과 괴롭힘을 견디며 생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양 회장 판결이다. 갑질과 폭행에 대한 엄중한 사법부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생후 1개월 신생아를 살해한 20대 친모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올 4월이다. 내연녀를 살해하려고 둔기를 휘두른 50대 남자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엊그제다. 직장 갑질 양 회장에게 선고된 형량이 그와 같은 징역 7년이다. 영아 살해나 살인 미수만큼 엄히 내려진 형량이다. 직원에 대한 폭언, 가혹행위, 부당한 지시.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가하거나 당하고 있는 이런 행위가 인생과 회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범죄임을 법원이 판결로 보여줬다.

[사설] 평화 관광, 문재인 정부에서 초토화 돼서야

파주는 접경 평화 관광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그 중 평화촌 관광 절차는 이렇다. 도라산 전망대와 제3 땅굴을 둘러본다. 평화촌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콩, 쌀 등을 구매한다. 임진각 평화공원 관광 절차는 이렇다. 평화 곤돌라를 타고 주변을 돌아본다. 민통선 안 캠프 그리브스에서 내려 관광한다. 공원 내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기념품 판매점에 들러 상품을 구매한다. 이게 대략의 관광 코스다. 이게 막혔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는다며 정부가 막았다. 통일촌 관광은 전면 금지다. 해제를 기대했지만, 또 다른 악재가 겹쳤다. 코로나19로 금지조치가 계속 연장되고 있다. 평화촌 내 160여 가구의 수입은 끊겼다. 처음에는 정부 정책에 협조했던 주민들이다. 기간이 길어지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군인과 영농 목적의 출입은 자유롭다. 관광객들의 동선은 이들보다 제한적이다. 합리적 방역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임진각 평화공원에는 곤돌라가 반쪽 운영 중이다. 역시 지난해 이후 계속 개장 금지였다. 최근에 문을 열었지만 정상 가동이 안 된다. 일부 구간만 운행하고 있다. 곤돌라 운행사가 어려움을 겪는 건 그렇다 치자. 더 걱정은 늘어나는 상인들의 피해다. 5월은 평화 관광의 극성수기다. 예년 같았으면 하루에 4천~5천명이 찾았다. 이 관광 수요가 사라진 것이다. 파주시가 피해액을 추계해 봤다. 임진각 관광 피해 186억원, 평화촌 관광 피해 6억원이다. 코로나19 피해만으로도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2달여 만에 나오는 비명이다. 그런데 평화 관광 피해는 8개월째다.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다들 힘드니 참으라는 소리도 이 지역에만은 할 수 없다. 모든 피해의 시작은 정부의 금지 조치 발표였다. 정부가 관광 금지, 사용 금지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금전적 보상이 가장 바람직하기는 하다. 재정 문제가 부담이다. 결국, 관광 재개를 검토해주는 것 외에 답이 없다. 우리가 이 문제를 공개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에 걸었던 접경지 희망이다.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상당했다. 일부 접경 지역에서는 땅값이 상승하는 현상도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역 경제가 지금 초토화되고 있다. 북미 대화 지연, ASF만 탓하기엔 피해의 기간이나 정도가 너무 크다. 평화시대를 향한 희망 고문이 따로 없다. 정권 차원에서 고민해줘야 할 일이다. 환경부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 고통을 헤아리는 결론을 기대한다.

[특별기고] 한반도 평화의 첫걸음, 통일(평화)경제특구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맹위를 떨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대한민국은 전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적극 참여, 방역당국과 의료진의 헌신,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자발적 참여,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해 준 국민의 힘 등으로 극복해 나간 결과 세계 각국으로부터 국가적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민주시민으로서 인정을 받았다. 아직 위기요소들이 많이 있지만 국내 상황이 어느 정도는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며 방역과 일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일상으로 전환하는 시점이다. 한편 대한민국은 국가적 위상과 국민적 자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을 계기로 국난극복에 매진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때다. 이는 결국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길을 열어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기념사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판 뉴딜이라는 국가프로젝트 추진을 천명했다. 대담하고 창의적인 기획과 신속 과감한 집행으로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적극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전 세계가 연대와 협력으로 인간 안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가도록 주도적 역할을 해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상호협력을 통한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평화공동체를 강조하고 싶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중심과도 연결된다. 그 첫걸음은 통일(평화)경제특구의 성공적 추진이다. 통일(평화)경제특구는 북한 인접지역에 특구를 조성해 남북 간 경제협력사업을 재개하고, 남북한이 하나의 시장협력을 지향함으로써 경제 활로 개척과 경제통일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아시아, 유럽대륙으로 한반도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통일(평화)경제특구 조성을 위해 지나온 길은 험난했다. 남과 북의 평화의지를 토대로 개성공단이 첫 제품을 생산하고 개성공단의 배후단지로서 통일경제특구의 필요성이 언급됐지만, 제17대 국회부터 국회마다 회기 내 입법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특히 제20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파주 박정윤후덕 의원, 동두천연천 김성원 의원 등 5명의 경기도 국회의원이 통일(평화)경제특구법을 발의하고 올해 초까지도 법안명칭을 평화경제특구로 조정하는 등 여야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해 활발히 논의해왔다. 또한 경기도에서도 민선 7기 이재명 지사의 공약인 만큼 기본구상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했으나 예기치 못한 국내외 정세관계로 결국 20대 국회 회기 내에는 처리되지 못했다. 이번 5월 30일 개회하는 제21대 국회 선거과정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서 평화경제 통일특구 추진을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문재인 정부 3년차 역점사업인 통일(평화)경제특구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더 크다. 특히 최근 통일부도 5ㆍ24조치에 대해 실효성이 상실됐다고 선언하는 등 중앙정부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통일(평화)경제특구법의 제정으로 정치권의 평화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북에도 좋은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는 분단국가에 사는 우리에게 숙명이다. 때로는 정체되고 난관이 있더라도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다. 통일(평화)경제특구를 통해 남북교류의 물꼬가 터지고 평화시대를 앞당겨 K방역에 이어 K평화로 세계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이번 제21대 국회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역할을 기대해 본다. 신명섭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지지대] 부정선거? 그냥 재검표하면 된다

2014년 9월 28일 홍콩 대학생교수 등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발표한 홍콩 행정장관 선거 후보자를 사전 심사, 채택하는 방식의 2017 홍콩행정장관 선거계획에 항거다. 이후 시위는 대중적 공감대를 얻으며 일반인뿐 아니라 중고등학생까지 합류해 홍콩사회 전방위로 확산했다. 시위 규모가 커지자 홍콩 경찰은 최루탄과 최루액살수차 등을 이용해 강제 진압에 나섰고 시민들은 우산을 펼쳐 최루액을 막아냈다. 우산은 저항의 상징이 됐고 우산 운동(혁명)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홍콩 민주화 시위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가장 큰 정치적인 운동으로 기록됐고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들이 민주화에 눈 뜬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일국양제 아래 홍콩 민주화에 허점이 많다는 것을 알리는 효과를 거둔 미완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홍콩 시위지지는 홍콩 내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 64개 도시로 이어졌다. 신계(新界)에 있는 중문대학 준교수이자 우산혁명에서 활약한 정치학자 저우바오쑹씨(周保松)는 우산혁명은 홍콩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민주화 저항운동으로 젊은이들 전체가 정치에 눈을 떴다는 큰 의의를 갖는다며 우산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누구든 출마할 수 있는 진정한 보통선거를 요구하는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주말인 토요일 오후 강남역 일대와 교대 대검찰청 맞은편에 온통 검은색 일색인 20~30대 젊은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국민주권회복운동대집회에 참여하며 검정 옷에 검정 마스크를 쓰고 손에는 검은색 우산을 들었다. 이른바 블랙시위. 이들에게 검은색의 의미는 4ㆍ15 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것을 뜻한다. 젊은 층이 주도하는 블랙시위의 부정선거 규탄집회는 서울을 시발점으로 부산, 대구 등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전선거 박스함이 뜯어져 있고 지역구가 다른 투표지가 발견됐다, 사전투표에서 선거인수보다 투표수가 더 많이 나온 곳이 37곳에 달하고 투표지 분류기에 송ㆍ수신 기능이 존재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또 공직선거법 상 지정된 바코드가 아니라 굳이 불법적으로 QR코드를 사용한 점도 불법부정 현상이라고 강조한다. 어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연회를 했지만, 불법선거로 규정한 이들에게 의혹이 완전히 가시진 않는다. 해법은 간단하다. 사전ㆍ선거일투표함을 수(手)작업으로 재검표하면 된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는 보수ㆍ진보의 진영 싸움이 아니다. 국민의 뜻을 왜곡한다면 그 정권이 살아남을 수 있겠나. 김창학 정치부 부장

2차 등교하자마자 243개교 등교 무산… 원격 수업 전환 요구 빗발

인천에서 부천 물류센터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학교 현장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원격 수업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교육부는 3차 등교수업도 강행키로 했다. 28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등 수도권지역 교육감들은 원격으로 긴급회의를 했다. 지역별로 사안이 엄중한 곳만 유연하게 대처하자는 합의를 이뤘을 뿐, 6월 3일 고1, 중3, 초34를 대상으로 예정한 3차 등교는 그대로 강행키로 했다. 결국 인천은 계양부평구 지역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학년 3만2천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교차 등교를 해야 한다. 이 같은 결정에 현장에서는 인천만이라도 전체 학교를 원격 수업으로 전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수구에 사는 학부모 권미영씨는 26일 연수구에서도 쿠팡 부천물류센터와 관련한 확진자가 나왔다며 단순히 계양구와 부평구만 원격수업을 받게 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대한 등교를 피하기 위해 가정학습을 이유로 한 교외체험학습 신청도 급증했다. 미추홀구 A초등학교 교사는 계양구와 부평구의 등교 수업 철회 공지가 나온 이후 5명이 불안하다며 추가로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했다며 오늘 아침에도 교외체험학습 신청에 대한 문의가 계속 들어왔다고 했다. 등교 철회 대상에서 제외된 계양부평의 고3도 불안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고3 이수현양은 다가오는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다같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굳이 고3들만 등교를 유지하는 건 수험생 당사자들조차 반기지 않는다며 차라리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될 때까지 각자 집에서 마음편히 입시를 준비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 상당수도 등교 수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인천지역 전체 학교에 대해 등교 수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조수진 전교조 인천지역본부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고3 등교 수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많은 교사들이 등교를 연기해야한다고 호소했지만, 교육부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며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나머지 지역의 등교 수업을 철회해 학생과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윤진기자

[2020 경기도 박물관ㆍ미술관 다시보기] 광주 풀짚공예박물관

풀짚공예박물관은 광주시 오포읍 문형산길 76에 위치한다. 풀짚공예박물관은 풀과 짚을 이용해 민속생활도구와 공예품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전시하는 공간이자 풀짚공예 교육을 위해 2006년 6월에 설립됐다. 풀짚공예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풀짚공예 전문박물관이다. 본관 1층은 전시실과 체험관이 배치되어 있고 2층에는 수장실과 연구실이 마련되어 있다. 풀짚공예박물관은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공적 목적을 위해 건립한 국공립 박물관이 아니다. 개인이 세운 사립 박물관이다. 농경사회에서 흔하디 흔한 풀과 짚에 대해 실용적 가치와 미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예(工藝) 쪽으로 접근해서 그 기능을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설립자 전성임 관장을 비롯해 학예사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월요일 정기휴관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언제든지 관람ㆍ체험을 할 수 있다. 한국은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서구의 공업사회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산업의 공업화는 플라스틱 생활용품들을 대량으로 생산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풀과 짚으로 만들어 사용했던 바구니, 깔개, 소쿠리 등 생활도구와 공예품들은 차츰 사라져갔다. 풀과 짚을 이용한 공예는 구전(口傳) 이외에는 별다른 전수방법이 없었다. 말로 대충대충 전달할 뿐 특정한 도구 만들기에 적합한 매뉴얼 자체는 생각조차 못하는 실정이었다. 전성임 관장은 너무나 하찮은 풀과 너무나 흔한 짚으로 생활도구 등을 만들어내는 70대 이상 어르신들을 전국 방방곡곡으로 찾아다니며 사라진 민속자료를 조사하고 그 기능을 정리했다. 그대로 그냥 지나친다면 우리의 전통적인 풀짚문화를 다 잃어버릴 것 같고 정리할 기회마저 전부 놓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 관장은 구전으로 내려오던 기능을 하나하나 아카이브(Archive)로 구축하고 체계적으로 과학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드디어 2020년과 2021년에는 그 기능들이 집대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풀짚공예박물관에서는 2006년 박물관을 개관한 후 2008년 제1회 초고공예연구회 회원전 가을 들녘을 시작으로 해마다 기획전시회를 개최해 왔다. 2012년 특별기획전에서는 망태기전을 선보였다. 2018년 기획전의 주제는 산~들 山野 산~들 나들이였고, 2019년에는 민초들의 꿈, 꽃을 피우다. 전래동화 속 풀짚공예 등이었다. 또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르신 문화프로그램 풀짚공예의 추억, 지역문화 플랫폼 육성사업 등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풀짚공예박물관에서는 경기도와 광주시의 경기도 지역문화예술 플랫폼 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 5월 1일에서 12월 31일까지 짚과 집(Straw & House)이라는 기획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 기획전은 특히 어린이들이 짚과 집도 구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열었다고 한다. 이번 기획전은 풀짚공예를 통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생각해보는 기획전시로 전시수량은 총 99건에 153점이 전시되어 있다. 민속품에는 한국 29건 57점, 외국 장식소품 17건 24점, 현대작품 14건 14점, 지역주민 애장품 25건 44점이 진열되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미지 패널 및 사진은 12점, 영상모니터는 2대이다. 주제는 다섯 가지로 엮였다. 첫째 주제는 초가(草家)이다. 초가는 볏짚, 갈대, 왕골, 띠 등으로 지붕을 이은 집을 말하는데 대부분 볏짚을 사용했다. 초가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업사회에서 볏짚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매우 경제적인 생산물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초가집이 1970년대부터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자연친화적 주거문화는 점차 소멸돼 갔다. 전시회에서는 원시시대의 바위집에서부터 동굴, 움집, 고상가옥과 초가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12지신 탈과 열두 띠 탈놀이를 주제로 하고 있다. 12지신인 쥐(子), 소(丑), 호랑이(寅), 토끼(卯), 용(辰), 뱀(巳), 말(午), 양(未), 원숭이(申), 닭(酉), 개(戌), 돼지(亥) 등의 얼굴 모양을 짚으로 엮어 12지신 짚탈로 꾸며 놓았다. 새해에 열두 띠 탈을 쓴 풍물패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태평성대와 풍요를 기원하는 띠 탈놀이는 주로 경기, 충청, 강원 지방에서 전승되어 온 민속행사다. 셋째는 띠뱃놀이이다. 띠뱃놀이는 주로 어촌지역에서 마을을 지키는 서낭신과 바다를 다스리는 용왕신께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마을공동체 행사를 말한다. 특히 바다에서는 짚과 싸리 등으로 엮은 배에 떡과 밥, 고기, 과일, 허수아비 사공을 태우고 용왕굿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넷째는 생활 속의 짚이다. 우리 조상은 삼신짚(아기가 태어났을 때 깨끗한 짚을 골라 아기를 눕히고 건강을 기원)에서 태어나서 초가(草家)에 살다 초분(草墳ㆍ땅에 매장하지 않고 돌 축대 등에 짚으로 덮어두는 매장법)에 묻혀 생(生)을 마감하는 삶을 살았다. 짚에서 태어나서 짚에서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짚은 생활 속에서도 의식주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선조들은 농경사회에서 생산된 볏짚과 보릿짚, 밀짚 등으로 짚신, 멍석, 맷방석, 망태기, 씨오쟁이, 삼태기, 깔방석, 닭둥우리, 계란망태, 강아지집 등 살림살이에 필요한 물건들을 누구나 쉽게 만들어 사용했다. 풀짚공예박물관에 가면 선조들의 삶과 지혜를 살펴보고 그 숨결과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다섯째는 신현리 마을이야기가 전시되어 있다. 신현리는 풀짚공예박물관이 위치한 마을 이름이다. 풀짚공예박물관에서는 마을의 문화플랫폼 역할을 위해 주민들의 마을이야기에 주목했다. 마을 주민에게 접근해 주민들과 인터뷰하고 주민들의 애장품에 얽힌 이야기와 가족사를 중심으로 각자의 삶을 돌아보면서 풀짚공예와 전통문화 그리고 마을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긴다. 체험관에서는 풀짚을 이용해 다양한 매듭 묶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체험학습은 풀과 짚이라는 자연 소재를 가지고 머리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손과 발을 이용한 몸공부를 한다. 몸공부는 풀짚공예 기능만을 단순하게 습득하는 활동이 아니다. 몸공부는 창의력을 개발하고 증진시키는 중요한 창작활동이다. 오늘날 풀짚문화는 바스켓트리(Basketry)로 통한다. 바스켓트리(Basketry)는 세계 공통어이다. 바스켓의 역사 속에는 수렵과 채취생활을 했던 인류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 공통의 기초 생활문화로서 바스켓은 묶고 얽고 매고 엮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연 소재인 풀과 짚을 이용해 씨줄과 날줄을 만들어 다양한 기물을 만들어 낸다. 지리적 환경과 생활습관에 따라 자연에서 채취하는 재료는 달라도 도구를 만드는데 사용된 기술은 거의 비슷하다. 가마니는 1900년대 일본에서 들어왔다. 가마니가 들어오기 전 짚을 엮어서 곡식을 담는 데 쓰는 그릇은 주로 섬이었다. 섬은 가마니처럼 짚을 소재로 해 만들었으나 가마니보다 훨씬 듬성듬성했다. 가마니는 새끼를 날줄(經)로 하고 짚을 씨줄(緯)로 해 촘촘히 짠다. 가마니가 들어온 이후 섬문화는 가마니 문화로 차츰 옮겨 갔다. 짚을 엮는 방식이 문화의 틀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이때 짚은 그냥 짚이 아니다. 이 세계를 포착하는 그물망이다. 한국에는 풀짚문화가 있다. 전성임 관장은 남들은 다 하찮게 여긴다는 풀짚을 무려 40여 년 동안 붙잡고 연구하고 있다. 풀짚공예를 바스켓트리 용어가 아니라 우리말로 우리 기법으로 정리했다. 주변 사람들이 왜 돈도 안 되는 풀짚을 놓지 못하는지 안타까워하지만, 전 관장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다. 풀짚문화는 환경, 인간의 정서, 교육, 산업 등에 법고창신(法古創新)할 소중한 미래의 문화적 자산이다. 그러니 풀짚문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를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할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 나아가 풀짚공예는 그저 단순히 전통을 답습하는 단계에 그쳐서는 안 되고 경쟁력 있는 산업분야로까지 키워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우리는 근대화로 인해 작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너무 많이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풀짚공예박물관에 찾아오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옷고름도 묶을 줄 모르고 신발끈도 묶을 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무엇을 가진 것보다 어떤 전략으로 다루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는 풀짚공예처럼 우리 땅에서 생산된 소재로 철학의 얼개를 짜고 그렇게 탄생한 철학으로 우리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해 나가야 한다. 그 하찮은 소재가 바로 이 땅에서 나고 자란 흔하디 흔한 풀이고 짚이 아니겠는가. 권행완(정치학박사, 다산연구소) 사진=윤원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