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의료지원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오후 8시30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참모들을 관저로 불러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철저한 조사를 당부하며 마지막까지 실종자에 대해 철저한 수색을 해달라고 지시했다. 또 부상자들의 상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의료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과 함께 사망자ㆍ부상자 가족들이 현장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지원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밝혔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외교 당국과 협의해 가족들에게 신속히 알려주고 국내 방문을 희망하는 경우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과거 밀양, 제천 등 대형 화재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각종 화재안전특별대책을 마련해 추진했으나 또 대형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유사한 사고가 반복돼 유감스럽다면서 과거의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정세균 국무총리를 향해,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됐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이런 불상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필요하면 유전자 감식인원을 늘려서라도 사망자 신원확인을 최대한 서둘러 유족들이 시신을 확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를 향해서도 공사장에서 반복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고, 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사망자는 이날 오후 10시 현재 38명으로, 소방당국은 오후 6시42분 진화작업을 완료하고 인명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이연우기자
유가족께 사죄드립니다. 29일 이천의 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약 5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시공사 측이 유가족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 160여m 떨어진 모가실내체육관에는 작은 휴게실이 마련, 유가족 등이 모였다. 오후 8시26분께 시공사 전무는 휴게실을 찾아 유가족을 따로 만난 이후 취재진 앞에서사과문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시공사 전무인 A씨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슬픔을 당한 유가족께 사죄한다면서 위로의 인사를 드린다고 허리를 숙였다. 이어 사측에서 최선을 다해 사고가 잘 수습될 수 있도록 끝까지 성실하게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다시 한 번 유가족들에게 슬픈 소식을 전달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불은 오후 1시32분쯤 공사현장 지하에서 갑작스러운 폭발음과 함께 발생했다. 화재 당시 공사 현장에는 9개 업체 78명의 근로자가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소방당국은 대응2단계를 발령해 소방인력 151명과 72대의 장비를 동원했다. 오후 9시 기준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38명, 중상 8명, 경상 2명 등 총 48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희준기자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38명으로 증가, 이로 인해 인명피해 현황도 48명으로 늘었다. 29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브리핑을 통해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38명이 사망하고 중상 8명, 경상 2명 등 총 48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불이 난 물류창고의 경우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인데, 이 가운데 지상 2층에서 18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나머지 층에서 각각 4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하 2층과 지상 2층에서 이뤄졌던 우레탄폼 작업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경찰과 국과수 등의 합동감식 결과가 나와야 규명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소방당국은 물류창고가 불에 타기 쉬운 샌드위치판넬로 만들어져 급속도로 연소,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강한 유독가스가 나오는 우레탄폼 작업 중 불이 난 것 역시 큰 인명피해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소방 관계자는 건물 내 모든 층을 여러 번 수색했으나 아직 추가 사망자 등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밤새 수색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오채태병기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맑았던 하늘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29일 오후 3시30분께 큰불이나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 일대는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모습이었다.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의 냉동ㆍ냉장창고 용도로 지어지는 이 물류창고는 창문이 모두 깨지고 검게 그을렸다. 완공을 2개월 앞둔 신축 건물이었지만, 1층 입구 위에 설치된 지붕은 불로 인해 엿가락 처럼 구부러지는 등 건물은 폐허를 연상케 했다. 사고 현장 주변 일대는 화재 폭발로 인해 부서진 건물 파편 등이 널브러져 있어 당시 화재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곳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난 건 이날 오후 1시30분께다. 큰 불길이 잡혀 많은 연기가 나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지하에서는 여전히 유독성 연기가 뿜어 나오고 있었다. 오후 4시께. 소방대원들은 생사가 파악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는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구급차로 서둘러 옮겨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샌드위치 판넬로 짓고 있던 물류창고 지하 2층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고 한다. 한 목격자에 따르면 불이 날 당시 현장에서 펑하는 소리가 2번 연달아 났다며 그 이후 대량의 연기가 치솟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목격자도 공사현장에서 갑자기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고 금세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다고 덧붙였다. 해당 물류창고는 공장에서 생산한 기둥과 벽, 슬래브 등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방식으로 지어졌으며, 샌드위치 패널 구조 형태로 돼 있어 지하에서 발생한 불이 빠르게 퍼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현장에서 골절상을 입은 중상자와 가벼운 화상이나 연기 흡입 증상을 보인 경상자도 발생했다. 부상자들은 이천 관내 병원과 수원 아주대병원, 분당 서울대병원 등으로 옮겨졌다. 이천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이송된 환자들이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심적으로 굉장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며 그런 와중에도 부상자가 현장에 함께 있던 이들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라고 걱정했다고 전했다. 이천 내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찰과상이나 타박상 정도로 큰 부상은 없지만, 안정이 필요한 상태로 하루 동안 입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면적 1만1천43㎡ 규모로 2018년 5월30일 이천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은 이 물류창고는 지난해 4월23일 착공했으며 오는 6월30일 완공 예정이었다. 이날 공정률은 85%가량으로 골조공사를 마무리한 뒤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날 공사 현장에는 9개 업체 78명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상당수는 지하 2층에서 작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 발화한 지하 2층에서는 마감재 작업이 한창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불은 오후 6시41분께 완진됐다. 김해령ㆍ장희준기자
수원시 영통구청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 유출을 통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수원무)이 이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29일 밝혔다. 최근 수원시 영통구청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를 유출,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 업무를 취급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복무의무를 위반한 사회복무요원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하지만 현행 규정은 사회복무요원 범죄경력 등 민감한 정보를 복무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개인정보 유출 등 복무위반자에 대한 벌칙규정이 미비한 실정이다. 김진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은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유출 범죄 등 복무의무 위반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사회복무요원을 복무기관에 배치할 경우 범죄경력 등 민감정보를 지방병무청장이 복무기관에 제공해 근무지 배치와 임무부여에 활용하게 했다. 또한 사회복무요원이 복무 중 취득한 개인정보를 유출하거나 해당 정보를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정서적성적 폭력행위 또는 가혹행위를 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김진표 의원은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모종화 병무청장을 상대로 N번방 사건에 개입된 사회복무요원 문제와 관련해 병무청의 관리체계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통구청 사회복무요원이던 A씨는 지난해 12월 공무원 ID를 이용해 보육행정지원시스템에 접속, 개인정보를 빼내는 방법으로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구청 근무 전 수원의 한 병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당시에도 개인 인적사항을 무단 조회, 상습 협박한 혐의로 기소돼 복역했음에도 구청에서 개인정보 조회가 가능한 업무를 맡았다. 김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다시 개인정보를 빼낼 가능성이 있는 일을 맡겼다며 병무청의 미흡한 관리체계로 인해 결과적으로 사회 공익이 무너지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우일기자
야당무소속 경기도내 의원들이 20대 국회에서 지역 현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거나 국회 상임위원장으로 소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지역 현안에 대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정부 측에 당부하고 나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415 총선에서 각각 3선과 재선에 성공한 미래통합당 유의동(평택을)김성원 의원(동두천연천)은 29일 무급휴직에 직면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를 위한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의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대안)의 국방위원회 통과에 힘을 보탰다. 이날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지난 24일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제출한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의 생활안정 등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병합, 위원회 대안으로 만든 것이다. 법안은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지연으로 무급휴직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게 생활안정 등에 필요한 생계안정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김 의원이 제안설명을 했고, 유 의원은 여야 의원 중 유일하게 두 법안 공동발의에 모두 참여해 법안 통과를 위한 공감대 형성에 기여했다. 또한 유 의원은 전날 정무위에서 통과시킨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민주당 이학영 의원 제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정안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대한민국 경제와 기간산업을 살리고, 고용을 보호하기 위한 기금(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유 의원은 기금이 만들어지면 기간산업은 물론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와 같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 지원할 재원이 마련되는 것이라며 그동안 금융위원장산업은행장과 논의협의의 결과가 법안에 담기고 해당 산업분야에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소속 이현재 의원(하남)은 전날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기주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에게 교산신도시 보상 및 이주대책, 수석대교 반대, 953호선위례신사선 하남 연장, GTX-D노선, 송파~양평도로의 상산곡IC 등 하남시 현안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하고, 흔들림 없는 추진을 촉구했다. 한편 통합당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안성)과 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안산 단원을)은 지난 28일 각각 전체회의를 열어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담은 환경부 소관 추가경정예산안과 국토교통부 소관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상정, 의결했다. 김 위원장은 추경안을 처리하면서 국민 고통을 경감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며, 박 위원장도 코로나19로 힘겨운 국민에게 위로와 힘을 주기 위해 20대 국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민기자
더불어민주당의 21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 경선에 김태년(성남 수정)전해철(안산 상록갑)정성호 의원(양주, 기호순)이 도전, 경기 출신 원내대표 탄생을 앞둔 가운데 세 주자의 메시지 전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세 주자 모두 출사표를 통해 문재인 정부 성공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각자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적극 활용, 동료 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29일 본보가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태년전해철정성호 의원의 출마선언문을 분석한 결과, 세 의원은 저마다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메시지를 사용하며 경쟁자들에 대한 비교우위를 주장했다. 4선이 되는 김태년 의원은 일하는 국회, 일꾼 원내대표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 지난해에 이어 원내대표 경선에 재도전했다. 당내 대표적인 정책통으로서 정책에 대한 경험과 추진 성과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앞서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당정청 시스템을 만들었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국정과제 로드맵을 설계한 바 있다. 또한 김 의원은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소통할 것은 소통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등 적극적인 대야협상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겠다며 통 큰 협상을 통한 대야관계 주도를 자신했다. 국회의원 임기 동안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누리과정 예산, 선거구획정 등과 관련한 수많은 협상에서 여야 합의를 이끌며 협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문(친 문재인)진영 핵심 인사인 전해철 의원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당정청 협력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전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민정비서관으로 일하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을 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오랫동안 함께해온 만큼 국정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3선 도전에 성공한 전 의원은 신뢰를 기반으로 청와대와 소통하며 일로서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면서 당정청 관계에서 쓴소리를 잘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얘기하고 실질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신뢰는 말이 아닌 역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신뢰를 더 담보할 후보는 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4선 고지에 오르는 정성호 의원은 사심없는 무계파 비주류라는 점을 표심 공략 포인트로 앞세웠다. 차기 지도부가 지나치게 친문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일각의 목소리를 의식, 상대적으로 계파 색이 옅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주요 원내 인사와 상임위 배정 등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담겨 있다. 정 의원은 사심 없고, 계파 없고, 경험 많은, 합리적 실용주의자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면서 2년 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도 당내 다양한 목소리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정성호는 정권 핵심도 주류당권파도 아니니까 원내대표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며 사심없는 무계파 비주류인 제가 원내대표가 되는 것이야말로 국민께 보내는 강력한 변화의 메시지, 쇄신의 시그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송우일기자
신라(新羅.기원전 57년~935년)는 한반도의 동남부 경주를 본거지로 시조인 박혁거세가 나라를 세운 이래 제56대 경순왕까지 993년간의 왕조를 이은 나라다. 세계적으로도 오래 존속한 왕조들 중의 하나로 꼽힌다. 신라는 고구려, 백제와 함께 한반도의 삼국 시대를 구성했었는데 신라 제24대 진흥왕(眞興王. 재위:540년~576년)대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이하고 한강유역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660년에 백제를, 668년에는 고구려를 차례로 정복하고 삼국을 통일했다. 신라가 고구려땅이었던 한강유역을 점령하여 지배자가 되자 고구려의 유민들은 양자산의 북쪽 기슭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산중의 분지로 피신해서 터를 잡았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이 지역은 낯선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기에 이들을 대상으로 산적행위로 생계를 유지할 수가 있었다. 이 후, 이들은 화전(火田)을 일구고 숯가마를 만들어 숯을 구워내는 한 편, 다랭이논을 만들어 농사를 지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고 이 지역의 주인이 되었다. 이것이 산중마을의 시작이자 역사다. 지금의 행정구역 양평군 강상면 송학리와 신화리, 화양리 일대가 이들 고구려 유민들의 본거지로 이들의 영원한 고향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지역은 고려가 멸망하고 1392년 이 땅에 조선조가 들어서자 고려의 충신들이 절개를 지키고자 관직을 뒤로하고 은둔하기 위해 모여든 절개의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역사를 지닌 고장이지만, 불과 반 세기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교통이 매우 불편했던 양평군의 오지에 속했다. 군청소재지에서는 큰 강 건너 편,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찻길이 있고 큰길이 있는 양평읍내의 중학교로 진학을 하면 나룻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야만 했다. 양평장보다 더 큰 시장을 보기 위해서는 염티고개를 넘어 먼 길, 퇴촌을 거치고 광주(廣州)까지 가야만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확 달라 졌다. 집집마다 갖고 있는 자가용차로 잘 뚤린 길을 타면 전국 어느 곳이나 이웃 같은 세상이 되었다. ■ 국보 제186호가 출토된 땅 신화리 고려의 충신들이 절개를 지킨 절개의 고장 통일신라시대의 강상마을을 한번 생각해 본다. 1976년 신화리에서 경지정리를 하던 중 금동여래입상이 출토되었다. 고증을 거친 후, 국보 제186호 양평신화리금동여래입상(楊平新花里金銅如來立像)으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 전시되고 있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이곳은 통일신라의 불교문화가 크게 꽃피웠던 성지로 추정된다. 아쉽게도 더 이상의 불교유적을 찾지 못했지만, 엄청난 불교유적을 발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 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학교를 다닌 토박이 양촌 유영진(兪永鎭. 77)선생의 이야기가 의미심장했다. 큰 강 한강을 뱃길로 건너야만 했던 일상의 생활은 부지런해야만 했고 알뜰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몸에 배이게 되었다고 한다. 학교가는 길이 멀고 힘들었기 때문에 공부한다는 것의 소중함도 크게 깨닫게 해 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생활해 온 강상면 주민들은 힘을 모아 자신들의 마을이 갖고 있는 자산인 청정한 자연을 이야기로 만들어 세상에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강상면주민자치위원회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볼거리 체험관광과 산중옛길로 이어지는 7개의 등산로와 자연휴양림길을 조성한 것이 바로 이 사업이다. ■ 나비등을 타고 늦게 찾아 온 봄날자연의 숨길 산중옛길 나들이 강상면 송학리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양자산의 주 능선은 부드럽고 완만하다. 저 착한 산의 한 자락에 산적 악한들의 소굴이 있었다니, 자연과 인간의 박자가 엇박자였던 것으로 느껴졌다. 김외숙 마을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마을입구인 사슬고개로 들어 섰다. 다리가 아파서일가. 봄은 나비등을 타고 천천히 찾아 온다고 했다. 그런데다 산적마을로 가는 산중옛길은 양자산의 북녘 기슭이고 한강의 강바람이 센 곳이라 반대편, 양지 바른 쪽보다는 어느 해나 봄의 도착이 지각이라고 했다. 이른 봄부터 산속에서는 꽃들의 릴레이가 이어지는데, 이곳은 어느 해나 한 두 걸음 뒤진다고 했다. 진달래가 지고 말았을 것으로 알았는데 만개한 진달래와 함께 산철쭉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길은 울툭불툭 투박한 흙길이지만, 아스팔트길에 익숙해진 발바닥에 색다른 쾌감이 와 닿는다. 얼마를 걸었을까. 붉은 흙길이 나왔다. 해설사의 해설이 이어졌다. 도공이 이 길을 걸었다면 삽으로 퍼다가 도자기를 굽는 가마로 갖고 가고파 할 것입니다. 정신을 잊고 걷다가, 반세기 전에 불렀던 캠페인송 한구절을 중얼거리게 되었다. 상쾌한 아침이다 / 걸어서 가자 / 걸어 가면 건강하다 / 걸어서 가자 //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아침마다 라디오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들려 주었던 노래다. 걷는 길 좌우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도열해서 서 있다. 나무에 관한 설명을 듣다가 쪽동백나무 이야기에 귀가 솔렸다. 여름에는 이 나무에 흰 꽃이 만발하는데, 어르신 세대에서는 이 나무의 열매를 따다가 기름을 짜 내어서 호롱불을 켰다는 설명을 했더니 어떤 어린이가 전기불이 있는데, 왜 그렇게 했지요? 라는 질문을 하더라는 것이다. 웃어야 할지, 슬픈 생각에 울어야 할지, 답변이 어려워 졌다고 한다. ■ 1천300년 전 산적들의 일상을 상상해 보는 재미하산길은 두 갈래 세월리쪽과 신화리쪽 길은 산길이라지만 경사도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다. 분지인 이곳, 길 아래쪽에 온실 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그 한 켠이 산나물자생단지다. 이 단지에서 호미로 흙을 다듬고 있는 분에게 무슨 나물이냐 고 물었더니 도라지라고 했다. 삼복의 여름날, 파란 도라지가 피어 있을 산속의 풍경화를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다. 산 아래 멀리, 흘러 내리는 남한강 물줄기와 양평군 개군면의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산중전망대에 올라 본다. 주중의 오후, 생각보다는 삼삼오오 경기도 광주와 이천 등 가까운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봄 향기를 맛보러 이 곳을 찾아 왔다고 했다. 복장이 가지가지다. 결혼식에 가도 결례가 되지 않을 만한 정장차림의 부인이 유독 눈에 띈다. 이 부인은 평소 가까이 모시는 스승께서 가벼운 평상복차림으로도 불편하지 않을테니 여행을 좋아 한다면 양평 산중마을은 꼭 한 번 가 보라는 권유를 하셨다고 했다. 어쩌다 정장차림으로 오게 되었는데 스승님 말씀대로 전혀 불편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산길에서는 매점이나 식당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간식과 물 준비를 하지 않고 온 것은 낭패였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간이복 차림으로 손자 손녀를 데리고 한 번 더 와야겠다고 했다. 산적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200여 평쯤 되어 보이는 넓지 않는 공간에 탑승객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1천300여 년 전, 사람이 이 곳에서 살았을 모습을 상상해 봤다. 사람살기에 딱 좋은 위치다. 마당 앞쪽은 작은 계곡물이 흐르고 주변의 산세는 바람막이 병풍 같다. 산중마을은 산적공원에서 지근의 거리, 사는 사람은 없다. 내려가는 길 다래골부터는 아름다운 세월리계곡의 풍광을 즐기며 자동찻길까지 내려올 수가 있다. 이 구간은 데크를 설치해 놓았다. 건각들이라면 남한강과 양평시가지, 백운봉과 용문산을 조망할 수 있는 서석산(330m) 전망대에 올랐다가 신화리주차장쪽으로 내려 오는 것도 좋겠다. 글=우촌 박재곤 / 사진=이광희 한국산서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