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식당의 음식 모양은 허접쓰레기 같이 볼품없는데, 보기와 달리 맛은 정말 오진다” 급식을 먹는 세대, 즉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체라고 해 ‘급식체’로 분류되는 단어들로 구성된 문장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 문구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한글 파괴’ 현상이 심각하다고 혀를 찬다. 그렇다면 이 문구에 표준어가 아닌 단어는 몇 개나 포함돼 있을까? 정답은 ‘없다’이다. 제572돌 한글날을 앞둔 8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확인결과, 일반 시민들이 사용을 자제하는 ‘허접쓰레기’, ‘꼽사리’, ‘오지다’, ‘조지다’ 등이 정식으로 표준어 등록된 단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접쓰레기는 ‘좋은 것이 빠지고 난 뒤에 남은 허름한 물건’이라는 뜻을 가진 허섭스레기의 북한말로, 지난 2011년부터 표준어로 인정됐다. 꼽사리는 ‘남의 판에 거저 끼어드는 일’이라는 뜻의 단어로, 1999년부터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됐다. 오지다는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 조지다는 ‘호되게 때리다’의 뜻을 가진 표준어다. 반면 일상적으로 사용 중인 ‘빈정 상하다’와 ‘우겨넣다’ 등은 문법상 틀린 말로써 각각 ‘비위 상하다’, ‘욱여넣다’가 표준어로 등록돼 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상식과 한글 규정이 틀리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놀랍다는 반응이다. 대학생 김은아씨(25)는 “평소에 비속어라고 생각해 쓰지 않고자 했던 말들이 표준어라니 충격적”이라면서 “아직도 한글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 이번 한글날을 맞아 공부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정부와 관련 단체 등의 교육과 안내만으로는 파급력에 한계가 있다”며 “반드시 표준어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올바른 어휘 구사를 위해 언론 홍보 등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9일 한글날을 맞아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자치법규상 한자어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정비 대상은 수정이 필요한 한자어가 포함된 3천641건의 자치법규이며,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정비토록 권고할 예정이다. 채태병기자
사회일반
채태병 기자
2018-10-08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