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화재사고> 참사 현장 의인은 고향 가던 '2년차 윤리 선생님'

울산 관광버스 참사현장에서 다치고 연기를 흡입한 4명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긴 의인은 강원의 한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으로 확인됐다. 강원 동해시 묵호고등학교로 지난해 부임해 올해로 경력 2년 차인 소현섭(30) 교사는 학교에서는 도덕을, 고등학교에서는 윤리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는 13일 밤 강원도에서 출발해 경남 창원 고향 집으로 향하던 중에 사고를 목격했다. 화염에 휩싸인 버스에서 탈출한 부상자들이 멀리 몸을 피하지도 못하고 주변에 주저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소 교사는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부상자 4명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 울산 지리를 전혀 모르는 소 교사는 일단 병원이 가장 가까운 울산 쪽으로 차를 몰았다. 동시에 119에 전화를 걸어 "부상자들을 옮길 만한 병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119가 알려준 울산 좋은삼정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는 뛰어들어가 "휠체어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소리를 들은 병원 직원은 소 교사가 약간 이상해 보였다고 했다. 병원 직원은 "구급차 진입로에 승용차가 서더니 운전자가 갑자기 휠체어를 요구했다"면서 "평소 큰 부상이 아니거나 술에 취한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도움을 청하는 일이 많아서 또 그런 일인 줄로만 알았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그런데 차 안에서 신체 곳곳과 옷이 불에 그슬리거나 발목이 부러진 부상자가 4명이나 내렸다"면서 "당시에는 버스 사고 소식을 접하지 못했을 때여서 '보통 사고가 아니구나'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덧붙였다. 통상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면 이송한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려줘야 하지만 소 교사는 자신의 직업만 밝히고 14일 새벽 자리를 떴다. 다만,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온 부상자 가족의 요청에 연락처를 건넨 것이 그를 추적하는 '실마리'가 됐다. 그는 어머니 생신과 미처 챙겨드리지 못한 아버지 환갑을 맞아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13일과 14일 연가를 내고 창원으로 가던 길이었다. 소 교사는 통상 학교에서 학생부로 불리는 학생 인권지원부 소속 교사이기도 하다. 학교 측에 따르면 소 교사는 평소 아침 일찍 출근해 아이들의 생활을 지도하고, 주말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활동을 해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학교에서는 '학교 사안'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소 교사와 같은 선생님들이 지도하면서 학생들의 인성이 잡혀가자 학교 측은 앞으로 학력 향상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학교 관계자는 "그 현장에 여러 대의 차가 있었지만 상황이 심각하니까 다들 나서지 못했고, 혹시 응급환자가 잘못되면 손해배상이라도 들어올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면서 "학교에서 희생적으로 일하는 적극성이 몸에 배어 있어 도저히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 교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을 겪는 유족들이 있고 저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인데, 괜히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비쳐서 불편하고 부끄럽다"고 취재를 사양했다. 그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고, (저와 똑같이)했을 일이다"면서 "사고로 아픔을 겪는 분들이 힘 내시길 희망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초청작 <분장> 관전 포인트 공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초청작 분장 세 가지 관전 포인트 공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화제작으로 떠오른 영화 분장(감독 남연우)이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공개했다. 영화 분장은 주인공인 무명배우 송준(남연우)이 성소수자의 애환을 다룬 연극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동생 송혁(안성민)이 지닌 성정체성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겪는 내적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생각지 못한 사건으로 자가당착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려냈다.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연출과 주연을 맡은 배우 남연우의 활약이다. 남연우는 그동안 가시꽃(감독 이돈구), 그 밤의 술 맛(감독 남연우) 프란시스의 밀실(감독 김결) 등 다수의 독립영화에서 열연해 영화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의 장편 연출 데뷔작 분장에서는 무명배우 송준으로 분해 목표를 향해 달리는 배우의 삶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남연우는 연극 오디션을 위해 밤낮없이 매달리는 배우의 절실함을 비롯, 가발과 화장 등 파격적인 여성 분장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또한 갑작스런 사건 이후, 갈등하는 내면과 폭발하는 감정연기를 소화해냈다. 점차 변하는 송준의 섬세한 감정선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두 번째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춤과 노래. 분장의 음악감독은 그룹 소울스테이지의 멤버 오도이가 맡았다. 극 중 트렌스젠더 이나가 송준을 향해 원망 섞인 눈으로 부르는 노래 ‘얼굴’이 인상적이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네 얼굴, 그게 진짜 너의 모습이야 ~소름 끼치도록 깊게 파고 들어, 원망하진 않아” 라는 가사를 통해 성소수자들의 아픔을 표현, 송준과의 갈등의 고조를 보여준다. 또한 극 중 송준은 오디션을 준비하는 연극 다크 라이프가 성소수자들의 아픔을 다뤄낸 작품인 만큼, 동생에게 여성적이면서 고통을 다룬 창작 안무를 부탁한다. 연습에 전념하는 두 사람의 열정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무 장면에서는 송준의 친동생 송혁 역을 맡은 배우 안성민이 실제 무용전공자답게 면모를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마지막 포인트는 조연 배우들의 열연이다. 안성민은 무용 장면을 비롯, 송준을 향한 진정성과 울분이 뒤섞인 연기를 펼쳐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트렌스젠더 이나로 변신해 여자 못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 홍정호도 눈에 띈다. 그동안 연극단ㆍ독립영화 등에서 다진 내공으로 충무로가 주목하는 기대주들의 활약이 유독 돋보인다. 2016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오른 분장은 주인공인 무명배우 송준이 인기와 명예를 얻게 된 후, 생각지 못한 사건으로 인해 자가당착 속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처럼 배우들의 열연과 춤, 노래 등으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 분장은 12일 마지막 상영과 GV를 마치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손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