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 발언 왜곡보도 법적조치”… 날 세우는 경기도

경기도가 19일 “법인카드 자체 감사와 관련한 김동연 지사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발언이 왜곡 보도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왜곡 보도가 지속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지난 17일 경기도 감사에서 김 지사는 법카 관련 자체 감사 여부를 묻는 여당 측 질의에 “취임 전 의심 사례가 발견돼 도가 수사를 의뢰했다”는 취지로 답했는데, 이를 두고 “김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의 법카 유용 의혹을 공식화했다”는 여당 공세와 추가 쟁점화 예고, 관련 보도 등이 이어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23일 예정된 도 국감에서 김혜경씨의 법카 사적 유용 의혹 관련 질의를 예정하고 있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김 지사에게 “지난 8월 공익 제보자가 이 대표가 지사 시절 (법카 유용 의혹을) 묵인했다며 관련 증거를 제출한 바 있다”며 “이 부분을 자체 감사에서 확인했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지사는 “취임 전인 지난해 초 사안이지만 감사 결과를 보니 사적 사용 의심 사례가 최소 60건에서 최대 100건까지 확인돼 업무상 횡령, 배임으로 경찰청에…(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라고 답했다. 이후 지난 18일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김 지사마저 김씨의 법카 불법 유용 의혹을 공식화했다”며 이 대표의 해명을 요구했다. 국토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 법카 사적 유용 의혹을 공익 제보했던 조명현씨가 기자회견을, 국민의힘이 논평을 각각 진행한 만큼 사안을 다시 짚어보려 한다”며 “행안위 국감 당시 문답 내용을 토대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여당 의원도 “사안에 대한 질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도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지사는 국감에서 취임 전에 감사와 수사 의뢰가 이뤄졌으며, 감사 대상도 (김씨가 아닌) 직원 A씨였음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는 “일부 언론에서 ‘경기도 자체 감사에서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아내 김혜경씨가 법인카드를 최대 100건까지 사용한 것으로 의심돼 김동연 지사가 수사 의뢰했다’는 등의 잘못된 보도를 하고 있다”며 “이후 사실관계가 바로 잡히지 않거나 왜곡된 보도가 지속될 경우 언론중재위 중재 신청을 포함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알린다”고 강조했다.

취업률 낮은 특성화고… 1년내 10명중 4명 ‘퇴사’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률이 점차 하락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경기일보 9월21일자 1·3면)이 나온 가운데 취업자 10명 중 4명은 1년 내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취업률(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도 취업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지 조사한 취업률 지표)이 낮은 것은 열악한 근무 여건과 낮은 급여 등의 영향이 큰 만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 7만9천503명 중 취업 전선에 뛰어든 학생은 2만717명(26.0%·4대보험 가입 기준)으로 집계됐다. 낮은 취업률도 문제로 꼽혔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유지취업률이었다. 2020년 취업한 2만717명의 학생 중 6개월 후에도 일을 하고 있던 학생은 1만5천871명(76.6%)으로 조사됐다. 12개월 후에는 1만3천348명(64.4%)까지 떨어졌고, 18개월이 지난 뒤에도 취업자 신분을 유지 중인 졸업생은 1만2천673명(61.2%)에 불과했다.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10명 중 2~3명 꼴로 직장을 관두고, 1년이 넘어가면서 10명 중 3~4명꼴로 직장을 떠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2021년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 6만9천663명 중 취업한 학생은 1만8천444명(26.47%)이었고, 6개월 내 4천174명의 취업자가 퇴사해 유지취업률은 77.3%를 기록했다. 1년 후에는 1만1천768명(64.0%)만이 취업자 신분으로 남았다. 이런 가운데 특성화고의 취업률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특성화고 유지취업률은 앞으로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유지취업률이 낮다는 것은 열악한 근무여건과 낮은 급여 등 학생들이 기피할 요인이 많다는 의미다. 개선점이 없다면 이 같은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에게 더 많은 세금 혜택을 주는 등 중소기업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교육부는 특성화고의 취업률 하락 등을 고려해 지난 2020년도부터 특성화고 유지취업률 조사를 하고 있다. 2021년 졸업생의 18개월 유지취업률과 지난해 졸업생의 6·12개월 유지취업률은 이달 말 공표될 예정이다.

“내신 대신 수능”… 학교 떠난 경기도 고교생 7천명 [집중취재]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A군(19)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00여일 앞둔 지난 4월께 다니던 학교를 자퇴한 뒤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했지만,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았고 온전히 수능 공부에 전념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A군은 “1~2학년 때 내신을 망쳐서 경쟁이 어려울 것 같아 학교 다니기를 포기했다”며 “내신 스트레스도 없고 온전히 수능만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수월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50대 B씨는 평소 결석이 많았던 딸 C양에게 자퇴를 권유했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비롯해 내신 성적 등이 대학 진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B씨는 C양이 자퇴한 이후 재입학과 검정고시 등 어떤 방식이 대입 진학에 유리할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경기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떠난 학생이 1만6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모집 확대 등으로 인한 정시의 중요성 증가 등이 자퇴생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공교육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내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2020년 3천758명에서 2021년 5천569명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7천40명까지 급증했다. 학년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 고등학교 1학년 3천663명, 2학년 2천884명, 3학년 493명이 학교를 떠났다. 2021년에도 1학년 2천790명, 2학년 2천428명, 3학년 351명 등이 학업을 포기하는 등 1·2학년의 자퇴 비율이 높았다. 내신 성적이 저조할 경우 비교적 저학년 때 자퇴를 선택한 뒤 대입을 준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대학알리미’ 등에 공시된 전국 4년제 대학의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수는 2019년 4천521명에서 올해 7천690명까지 늘었다. 이처럼 자퇴하는 고등학생이 늘어나는 데는 현행 대입 제도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안양 만안)은 “정시의 중요도가 높아진 대입제도 변화가 고등학생들의 자퇴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교육 당국의 제도적 보완과 공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최근 발표한 ‘2028 대입 개편 시안’이 고교생들의 자퇴율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종전에 발표됐던 고교학점제 방식은 고1과 고2·3의 내신 평가방식이 달라 고1 내신이 대입에 더 중요해지는 불공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이는 고1 내신 성적인 불만족스러울 경우 고2·3 수업 참여 동기 상실로 인한 학업중단 가속화로 변질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고 1·2·3의 내신을 동일한 평가체제로 개편해 저학년 때 내신 성적을 망쳤다는 이유로 학업을 중단할 여지를 감소시켰다”며 “이번 개편 시안이 고교생의 학업중단률 감소에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만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설] 김동연 법카 발언, 논란거리가 아닌데

결국 더불어민주당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의 ‘법카 발언’이다. 이재명 대표 아내 김혜경씨 관련이다. 민주당은 수사에 총력 맞서고 있다. 이런 당 분위기와 다르다는 볼멘소리가 많다. 친명계 한 의원은 “(이 대표를) 감싸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의도 있는 발언’이라는 얘기다. 이 대표 팬 카페 속 반응은 더 격하다. “누구 덕에 지사 됐는데 이제 와서 뒤통수를 친다”며 ‘정치적 배신’ ‘정치 생명 죽음’ 등의 단어까지 등장한다. 경기도가 서둘러 해명 자료를 냈다. 김 지사 취임 전에 끝난 감사 결과를 말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경기도 홈페이지에도 다 공개돼 있는 내용이라고도 했다. 사실 17일 국감장에서 김 지사 발언도 그랬다. 발언 말미에 “제가 오기도 전에 감사를 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질의자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도 “전반적인 감사관실을 동원해서 전수조사도 한 번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문제를 키우려 했다고 볼 부분은 안 보인다. 그럼에도 정쟁의 소재로 만들려는 몰이는 계속 있다. 정 의원은 ‘법인 카드 감사’를 물었는데 김 지사가 ‘김혜경 법인 카드’를 답했다고 분석한다. ‘최소 61건, 최대 100건’이라는 수치도 김 지사가 처음 제시했다고 본다. 실제로는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았다며 의심을 한다. 김 지사의 의도가 있다는 결론으로 끌고 가는 논리다. 전형적인 이현령비현령이다.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 국감에서 묻는 법인 카드가 누구의 것이겠나.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카드’ 말고 또 있나. ‘60~100’이라는 수치도 감사 결과에 담긴 평이한 내용이다. 예상 질문이었으니 정리했다가 답한 것일 게다. 홈페이지 착오는 실무진의 문제다. 오히려 급하게 해명자료를 냈다는 증명이고 그만큼 오해라는 반증으로 보는 게 합리적 아닌가. 과한 풀이와 편향된 추론으로 만든 ‘국감 에피소드’라고 본다. 주목할 건 민주당 반응이다. 과하다 싶게 예민하다. 짐작건대 김 지사를 봐온 평소 시각이 있다. 김동연 도정은 이재명 도정과 다르다. 기본소득이 이재명표 도정이었다. 김 지사는 ‘기회 소득’을 말하며 ‘기본 소득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취임 초 인사도 차별화했다. 선거 캠프에 있던 이재명계 인사들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후 인사에서도 이재명계의 진입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도정에서 ‘이재명 지사와의 차별화’는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이런 시각이 이번 논란에 군불을 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감·청문회 달인 김 지사가, 본인에게 부담 없는 팩트를 언급해, 잠룡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해석이다. 이렇게까지 확장해서 살핀다면 그 속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설] 학교 절반은 아직도 석면 철거 중, 학생건강 위해 속도내야

전국의 각급 학교에서 석면 철거 공사를 하고 있다. 안전한 교육 환경을 위해 ‘무석면 학교’ 실현을 목표로 2016년부터 매년 석면 해체·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내 절반 이상의 학교가 아직도 석면 제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밖에 없다. 석면은 뛰어난 내열성과 기계적 강도, 내약품성 등으로 건축 내·외장재와 공업용 원료로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198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위험 물질로 분류됐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은 폐에 흡입되면 배출되지 않고 평생 체내에 머물면서 조직과 염색체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한다. 석면이 인체에 흡입됐다고 모두 질병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폐에 들어온 석면은 체내에 축적되고 이로 인해 10∼40년 잠복기를 거쳐 흉막질환과 석면폐, 폐암, 악성중피종 등 치명적 질병을 일으킨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모든 제품에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전국의 학교에서는 이미 시공된 석면의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도내 석면 제거 대상 초·중·고, 특수학교는 1천725곳이다. 이 중 지난해까지 석면이 제거된 학교는 828곳(48%)이다. 2016년 작업 시작 이후 7년 동안 석면 제거가 완료된 학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석면 제거가 안 된 학교는 초등학교가 503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중학교 227곳, 고등학교 165곳, 특수학교 2곳 등 모두 897곳이다. 석면 사용이 금지된 2009년 이전에 지어진 학교의 경우 석면텍스(마감재)를 사용한 곳이 많아 공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후화한 학교일수록 학교 내·외부 교육환경 개선 공사가 필요한데, 공사 과정에서 석면가루가 날릴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석면 제거 대상 학교 중 35년 이상 노후화한 학교는 65곳에 달한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편이다. 석면가루에 노출되면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전문성과 안전성, 정확성이 확보돼야 한다. 간혹 철거 공사를 마무리한 학교에서도 석면이 검출되는 등 부실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해체 작업을 하면서 작업장 밀폐 상태 부실, 음압기 미가동, 감리원 미상주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학부모들이 항의한 사례도 있다. 철저하게 안전 규정을 지켜 작업해야 한다. 7년 동안 석면 제거 작업이 절반도 안 됐다는 것은 문제다. 학생 안전을 위해 예산을 늘려 석면 제거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문화카페] 대중예술인의 소득 불균형

대중예술 산업과 순수예술 산업을 아우르는 문화예술산업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대중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공연 등 다양한 종류의 문화예술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본이 쉴 새 없이 투입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흥행 열차’에 오르기 위해 자본 못지않게 중요한 인적자원, 좀 더 구체적으로는 유명 배우나 톱가수에게 문화예술계의 시선이 온통 쏠린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전석매진이나 높은 시청률 등 흥행에 성공하면 두 말할 나위 없겠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시쳇말로 ‘쪽박’을 피할 수 있는 확실한 안전장치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로 ‘스타’로 불리는 대중예술인이 등장하는 문화예술 작품의 흥행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음을 고려할 때 문화예술산업의 스타 선호는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짚어야 할 내용이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와 이에 따른 대중예술 각 장르의 발전으로 문화예술산업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고, 이로 인해 대중예술 노동시장의 소득 편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대중예술인 소득의 ‘승자독식’ 현상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17~2021 업종별 연예인 수입 금액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대중가수 상위 1%인 77명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46억1천774만원으로 나타났다. 소득을 신고한 전체 가수 1인당 평균 소득 6천679만원의 69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톱가수의 수입이 ‘보통가수’와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높다는 증거다. 배우의 소득 격차는 가수보다 훨씬 두드러졌다. 배우 소득 상위 1%(160명)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22억6천590만원으로 배우 전체 평균 2천407만원의 94배에 달했다. 특히 이 같은 배우 전체의 연평균 소득은 2021년 당시 최저임금으로 환산한 연봉이 2천186만9천76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열악한 수준이다. 소득 상위 1%의 대중예술인은 ‘스타’로 분류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위 1% 소득 중에서 ‘슈퍼스타’ 수입이 포함돼 있음을 감안한다면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문화예술 시장에서 0.1%라고 하는 슈퍼스타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스타’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다시 말해 상위 1% 스타의 전체 소득 중 슈퍼스타의 소득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는 결국 슈퍼스타와 일반 대중예술인의 소득 격차가 제시된 수치 이상으로 벌어져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쯤 되면 미국의 경제학자 로젠이 제시한 ‘슈퍼스타 이론’을 소환할 명분이 생긴다. 소수 몇 명에게 엄청난 소득이 몰리고, 반대로 나머지 대다수는 아주 낮은 소득이 돌아가는 대중예술산업의 엄혹한 현실은 이대로 좋은가. 대중예술인의 소득 불균형 문제를 살펴야 하지 않을까.

[천자춘추] 선생님의 데스노트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시기인 2004년 ‘데스노트’라는 만화가 인기였다. 만화 제목이자 핵심 소품인 ‘데스노트’는 저승사자인 ‘사신’들이 인간들을 죽일 때 사용하는 공책이다. 데스노트의 규칙은 아래와 같다. 노트에 이름이 적힌 인간은 죽는다. 이름을 적은 인물의 얼굴을 알고 있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따라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한 번에 없애는 효과는 없다. 이름을 쓰고 40초 이내에 사인(죽는 방식)을 적으면 그대로 실현된다. 사인을 적지 않으면 심장마비로 죽는다. 사인을 적으면, 죽을 때의 자세한 상황을 기재할 6분40초라는 시간이 더 주어진다. 어느날 갑자기 학교 운동장에 떨어진 데스노트를 주운 주인공 라이토는 모의고사 전국 1등인 17세 고등학생이다. 누군가를 편하게 죽인다든지,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는 권력을 가지게 된 라이토는 데스노트의 원래 주인인 ‘사신’ 류크를 만나게 되고 ‘데스노트를 사용한 대가’를 묻는다. 류크는 “대가는 없다. 굳이 있다면 그 노트를 사용한 자만이 갖게 되는 고뇌와 공포…”라고 라이토에게 말한다. 2012년 3월1일. 대한민국 교사들에게 데스노트가 주어졌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하는 정부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학생부에 기록된 가해학생의 처벌 기록은 고등학교 입시는 물론, 대입 전형 제출 자료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정책은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에 적용됐고 점점 강화됐다. 학교폭력을 은폐하는 학교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학생 개인의 입시와 연계시킨다는 방향은 학부모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선도와 선처는 줄었으며 기록이 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게 됐다. 그렇게 학교는 ‘재판소’가 됐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세워졌고 학폭위에서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 피해학생 측의 신고가 이뤄지면 가해학생 담당교사가 학교폭력 발생사실을 ‘조사’하고 학폭위에 보고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해학생 학부모들의 회유와 협박이 제법 일어난다. 학폭위 단계 진입 전에 ‘교사를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교사들을 향한 여러 액션을 만들어냈다. 교사들은 만화 데스노트 주인공처럼 ‘고뇌와 공포’ 속에서 여전히 학생부를 기록하고 있다. 만화 데스노트 1화에서 라이토는 사신 류크에게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다. 류크는 “따분해서”, “살아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서” 데스노트를 인간계에 떨어뜨려 봤다고 한다. 황당한 만화지만 현실에서도 학교생활이 “따분하다”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늘고 있다. 커져 가는 그들의 따분함은 이명박 정부 시기에 데스노트가 돼버린 학교생활기록부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가해학생 징계 기록보존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고 2026년부터 대학입시에 의무반영하도록 하면 데스노트에 쏠리는 관심이 더 커질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200년 전 나폴레옹이 전쟁에 사용할 인간들을 빨리 키우기 위해 만들었던 일괄적인 교육 시스템은 더 이상 학생들 각각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어렵다. 데스노트 만화에서도 결국 데스노트를 가진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죽는다. 갑자기 재판소가 돼버린 학교에서 폭력 그 자체를 없앨 방법을 찾아보자. 분명 어려운 과제지만 급한 마음을 누르고 문제의 원인을 함께 찾아 보면 충분히 해결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

[데스크 칼럼] 대통령 꿈, 생각해 본 적 없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17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국회의원의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 의향과 관련한 질문에 “그런 생각 지금 해 본 적이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권 의원은 “아니, 대통령 출마가 꿈인 것 같다. 왜냐면 지사면 지방행정에 몰두해야 하는데 여야 간 이해가 아주 첨예하게 대립되는 정치 문제에 대해 언급을 자주 하고 정치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것 보니 대통령에 대한 꿈 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지사면 ‘목민관’으로서 지방행정에 몰두해야 하는데, 여야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 문제를 자주 언급하고 ‘9·19선언’ 5주년 기념 행사 등 정치 행사에 자주 참석한 것을 보니 아직도 대통령 꿈은 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2021년 8월20일 충북 음성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시 김 지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대통령선거 후보로 나선다. 오늘 정치의 창업을 선언한다”며 “많은 후보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위치에 있지만 저는 벤처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양당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롤모델로 제시하며 “장관을 그만두고 갑자기 고향에 가서 정치를 시작한 마크롱처럼 저도 소박하게 고향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제 길을 ‘뚜벅뚜벅’ 갈 것이다. 양쪽(여야)에서 거절하기 어려운 제의도 많이 들어왔지만 다 거절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기존의 문법과 이념을 모두 거부하는 가치와 철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끝까지 가보도록 하겠다. 완주할 것”이라는 의지도 강조했다. 제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고,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했던 김 지사는 불과 5개월 뒤 2022년 3월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당시 김 후보는 “이 후보(이재명)의 당선을 위해 운동화 끈을 묶겠다”고 밝혔다. 그는 “양당 구조를 깨뜨리고 국민통합 정부를 구성할 방안을 담았다”며 “정치교체 출발점이 돼 기득권 구조를 깨겠다. 이를 깨기 위해 스타트업으로 출마 선언을 했던 것”이라고 했었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로 나섰던 김 지사가 이번 국감에서 권성동 의원의 대통령선거 출마 의향 질문에 “그런 생각 지금 해본 적 없다”고 답변했다. 과거에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앞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인가. 김 지사는 당시 “양당 구도에서 새 정치가 추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제3지대에서 ‘아래로부터의’ 대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벤처를 시작하겠다고 스타트업으로 출마했던 그가 결국 대기업(더불어민주당)의 임원(경기도지사)이 됐다. 김 지사의 꿈은 과연 무엇일까. 그의 꿈은 결국 스타트업 대표가 아닌 대기업의 임원이 되는 것이 목표였던 것인지 묻고 싶다. 양당 기득권 정치를 무너뜨리겠다는 2년 전 김동연 후보가 그리운 대목이다.

[지지대] 인공눈물의 사회학

슬플 때면 눈가가 촉촉해진다. 감동을 받아도 그렇다. 눈물의 사회학이다. 액체지만 흔히 오줌이나 땀 같은 노폐물은 아니다. 생물학적으로는 눈동자 앞의 이물질을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 더 깊게 들어가 보자. 콧물이나 침처럼 외부에 노출됐고 습기가 있어 감염될 우려도 있다. 항생물질이 분비돼 세균과 바이러스를 차단한다. 온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한두 방울 흘리면 상대적으로 차가워 얼굴에 흘러내릴 때는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감정이 벅차올라 많은 양이 흘러 나오면 따뜻하고 얼굴에 흘러내릴 때는 뜨겁게도 느껴진다. 가끔 마음은 움직이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마음이 괜히 공허해진다. 의학적으로는 안구건조증이라고 부르는데 눈물샘이 말라서란다. 눈물은 이때부터 노폐물 취급을 받는데 눈곱이 바로 그런 경우의 소산물이다. 그럴 때 찾는 게 인공눈물이다. 일반의약품으로 눈물과 비슷한 농도를 갖춘 점안액이다. 최근 국회에서 인공눈물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일반의약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노인성 안구건조증 증상 완화 등에 쓰는 인공눈물에 건강보험 혜택은 계속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의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인공눈물에 건보급여가 계속 제공되느냐”는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다. 인공눈물 성분 중 히알루론산나트륨 성분으로 된 점안제도 있다. 안구건조증 환자 등이 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처방약으로 사용한다. 인공눈물처럼 일반의약품이다.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보 적용 적정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공눈물에 건보 혜택이 축소돼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기도 했다. 눈물도 만들어 내는 세상이다. 하지만 무슨 까닭인지 씁쓸하다. 이런 공허함을 해결해주는 일반의약품도 있을까.